[김상철의 글로벌 포커스] 성장 동력 상실한 선진국 함정에서 빠져나올 길은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시험대 오른 정치판 물갈이, 국가 현안 극복 계기 될까
반짝 리더십에만 의존하면 용두사미 재판될 수도 있어

김상철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09 06:31:40

새해 벽두부터 나라 안팎이 요동을 친다. 안에서는 정치 테러로 정치에 대한 혐오와 저주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른다. 밖에서는 두 개의 전쟁이 더 확대될 기미를 보인다. 중동의 위기는 고조되고 있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도 다시 확전 양상이다. 선거를 앞두고 유리한 입지를 선점하기 위해 전쟁을 이용하려는 구도다. 이웃 일본은 강진으로 충격이 일파만파다.

3년여의 코로나19 대유행이 종식되면 세계 경제가 회복세로 진입할 것이라는 모두의 기대와 달리 작년 한 해는 그 후유증을 수습하느라 엄청난 진통을 겪었다. 올해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 올해에만 50개 국에 크고 작은 선거가 예정되어 있어 40억 유권자를 유혹하는 온갖 포퓰리즘이 난무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정치적 변수가 지구촌의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불안감을 더 가중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정국이 요동을 치고 있다. 마치 깜짝쇼라도 하듯 정치 신인이 여당의 대표가 되어 진두지휘한다. 국민은 호기심 플러스 기대를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런 행태는 정치 후진국에서나 나올 법한 기이한 현상이다. 그만큼 정치판이 술렁거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지만 우리 정치가 후진적이라는 것을 잘 대변해 주고 있기도 하다. 지금 국민이 지켜보고 있는 것은 여의도의 불판이 어떻게 갈아치워질 것인가, 어떤 새로운 불판이 만들어질 것인가로 집약된다. 그러나 결과가 과연 국민의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것인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한 사람의 개인기에 의존하는 정치의 위험성은 역사적으로나 다른 나라의 사례를 보더라도 대단히 높다.

현 정권이 출범 3년 차라고 하지만 집권 기간은 이제 1년8개월을 넘어서고 있다. 우여곡절이 많았던 지난 정권과 다르게 국가를 정상화해 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특히 표를 찍은 유권자일수록 역주행하는 국가의 방향타를 되돌려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을 것이다. 이 정권의 탄생은 민심이 작동한 결과이기도 하다. 그런데 집권 초기에는 이에 부응하는 듯했으나 시간이 갈수록 신뢰의 기반이 약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여론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에 대한 시비가 있기는 하지만 지지율이 여전히 30%대의 저공 행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가의 방향과 관련한 기수는 어느 정도 돌리고 있지만 민생 경제·소통·인사 등에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이유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거의 없고, 여전히 좁은 울타리에 갇혀 퇴행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상황이 현 대통령이 정치에 입문한 2년 6개월여 전과 매우 흡사하다. 낡은 정치판이 그의 등판을 부추겼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른 측면에서 보면 정치 기득권들이 그들의 정치 생명을 연장하려고 불가피하게 그를 선택한 것이라는 평가도 가능하다. 정치권이 만들어 내지 못하는 혁신의 불판이 탁월한 개인기에 의해 종종 만들어지기도 한다. 그 개인기가 거대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는 용기와 식견을 갖추고 있고, 이에 동조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될 때 가능한 시나리오다. 여기에도 골든 타임이 있기 마련이며, 이를 실기(失期)하면 추진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그 결과 또 따른 대체 인물이 등장하게 되고 국민적 시선이 그에게 집중되지만 결국 용두사미로 끝나는 경우를 허다하게 목격하고 있기도 하다.

현재 돌아가고 있는 정치 판세를 보면 기우가 현실이 될 수도 있겠다는 예감이 든다. 혁신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립서비스만 난무하고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실감이 잘 나지 않는다. 판을 갈아치울 수 있는 시스템이 작동되지 않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다고 하지만 구색만 맞추었지, 이들로 과연 당면한 국가 현안을 정치 이슈화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 물론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이해관계를 수렴해야 한다는 당위성은 인정되지만, 그것은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은 아니다. 전문성과 혜안을 찾아내기에는 역부족이다. 기존 정치판을 보면 한쪽은 나이나 성별과 무관하게 판·검사, 경찰, 언론 출신 그리고 검증되지 않은 정치 지망생 일색이다. 다른 쪽은 운동권이나 시민단체 출신 인사가 주축이다.

반면 정치 선진국을 보면 우리와 양상이 아주 다르다. 미국의 경우 해외 파병을 포함한 글로벌 경험을 중시한다. 유럽도 경제 현장 경험이 풍부해 생활 정치를 실천할 수 있는 인재들이 모인다. 특권은 고사하고 정치로 돈을 벌거나 출세 수단으로 이용하는 일도 없다. 정치판에 부정과 부패가 싹틀 공간이 없다. 혁신의 출발점은 인물의 교체이고, 종착점은 선진국형 정치 시스템의 구축이다. 아직은 진행형이라 일말의 기대가 있긴 하다.

이런 점에서 4월 총선 참여 유권자의 책임도 크다. 무늬만 선진국인 대한민국의 거대한 변화를 주도하고, 당면 국가 현안 해결과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정당 혹은 후보자에게 표를 던져야 한다. 혁신 경쟁이 형식적이지 않고 실질적으로 되도록 국민적 감시가 압박 수단이 되어야 한다.

김상철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