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새해 복합 위기 과감한 개혁으로 돌파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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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국제교역 정책과 전략물자 확보 전략 시급
경제개혁 좌우할 총선이 한국경제 회생 분수령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08 06:31:30

1일(현지시간)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2024년 한 해 동안 세계경제의 주요 변수로 ‘선거’를 꼽았다. 정치를 뜻하는 ‘폴리틱스(Politics)’와 경제를 뜻하는 ‘이코노미(Economy)’의 합성어인 ‘폴리코노미(Policonomy)’가 새해 세계경제의 주요 키워드로 떠오르고 있다. 13일 대만 총통 선거, 2월 인도네시아 대선 및 총선, 3월 전쟁 중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대선, 4월 한국과 인도의 총선에서부터 11월 미국 대선까지 전 세계 약 76개국·42억 명 이상이 참여하는 선거가 연이어 있다. 주요국의 정권이 교체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지정학적 변화가 불가피해 보인다.

자연히 안보면에서도 엄청난 변화가 예고되고 있다. 지난 해 3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역사상 처음으로 3연임하는 국가주석으로 선출되었고,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다가오는 3월 선거로 사실상 종신 대통령의 지위에 오를 것으로 점쳐진다. 미국이 11월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돼 혼란에 빠질 경우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미국 학자들의 의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당연히 한반도 안보에도 중대한 위험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북·러 중 관계가 더욱 밀착되고 있는 모양새여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북한이 러시아로 보낸 컨테이너의 수가) 5000개 정도”로 120㎜ 방사포의 경우 40만 발 이상, 152㎜ 곡사포는 200만 발을 상회하는 정도의 수량으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서 4개월 이상 사용가능한 양으로 평가된다고 밝혔다. 신(新)냉전체제가 더욱 강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연이은 무력시위를 하고 있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열린 노동당 전원회의에서 한반도 전쟁이 더 이상 추상적인 개념이 아닌 현실적인 실체라면서 유사시 남조선 전 영토를 평정하기 위한 핵무기 공격도 불사할 것을 경고했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 미국 본토까지 날아갈 정도가 되면 당연히 미국의 한반도 안보 지원에 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는 중대변수로 작용하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적으로도 미·중 쟁패, 자국중심주의 강화 등으로 반세계화·블록화·공급망 붕괴 등 국제교역 질서의 변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한국 제1의 수출 시장인 중국 경제가 정점을 지나 추락할 것이라는 ‘피크차이나’ 주장이 제기되는 등 중국의 성장률이 4%대로 추락해 수입 수요가 감소하고 있다. 이에 더해 중국의 ‘제조 2025’ 정책에 힘입어 중간재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그동안 한국의 대(對)중국 주요 수출 품목이었던 중간재의 수출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한국의 주요 수출품목인 반도체의 수출 경기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기는 하지만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규제 강화가 여전히 복병이다. 지난해 12월 중국을 제치고 한국의 1위 수출시장으로 올라선 미국도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2% 안팎에서 금년에는 1% 중반대로 하락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공급망 회복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국제교역 정책과 전략물자 확보 전략이 시급하다.

대내적으로도 새해 우리의 경제 환경은 살얼음판이다. 지난해 한국경제는 미국·일본 보다도 낮은 성장률을 기록해 저성장 고착화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47%를 차지하고 있는 민간 소비는 증가 일로의 가계부채와 불안한 고용 사정으로 정상적인 수준의 증가를 예상하기 힘든 실정이다. 설비투자 부문에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투자가 증가할 전망이지만 소비 회복의 전망이 어둡고 수출 전망도 밝지 않아 큰 폭의 회복은 기대하기 힘든 실정이다. 이런 가운데 연초부터 부동산 PF부실 문제가 터지면서 2011년 저축은행 사태 같은 2금융권 위기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어 건설투자 부문은 계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점을 반영해 금년 예산을 가능한 한 조기 집행해 경기의 불씨를 살리고자 하는 것이 정부의 전략인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신임 경제부총리는 역동 경제로 난국을 돌파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도 ‘민간이 끌고 정부가 미는 역동적 경제’를 슬로건으로 내걸었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당·정은 설비투자에 대한 임시 투자세액공제를 1년 더 연장하기로 하는 등 경제 활성화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모습이다. 저성장의 고착화를 막으려면 기업 투자를 옭죄고 있는 각종 킬러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하는 일이 급선무다. 노동유연성 제고 등 노동개혁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 24%에 달하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경쟁국 수준으로 낮추고,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도 조정해야 한다. 이 모든 개혁 사안의 대다수는 국회에서 관련법이 통과되어야 실행 가능하다. 다가오는 총선이 한국경제 회생의 분수령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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