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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장군의 기세가 매섭다. 한낮 기온도 영하권을 밑돌며 그 어느 때보다 추운 날들이 지나고 있다. 북한 양강도 지역은 영하 28℃까지 내려가 체감온도는 영하 40℃를 예보한다. 12월의 압록강 날씨는 그토록 매섭고 차다.
이맘때가 되면 우리는 김장을 하느라 집집마다 분주하다. 일손은 고되지만 그래도 김장 나눔 행사를 하며 이웃과의 따스한 시간으로 채워진다. 금방 버무린 김장 김치에 수육 한 점으로 한 해의 시름을 날려 버리는 것도 김장 때의 묘미다.
그런데 북한의 김장은 분명 우리와 다르다. 북한에서는 날씨 탓에 11월이면 김장을 한다. 그들의 김장은 그야말로 살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다. 이름도 ‘김장 전투’라 부른다. 북한에서 김장은 압록강 물에 배추를 씻는 일에서부터 시작된다. 언 손을 호호 녹여 가며 배추를 씻는 손마디가 차디찬 물에 젖어 든다.
양념이랄 것도 없이 그나마 소금 조금 뿌려서 재우는 정도다. 마침 압록강변에서 김장 준비로 여념이 없는 북녘 사람들을 마주했다. 배추를 씻는 어른들 곁에서 아이들은 그저 구경꾼이 된다.
얼음장 같은 시린 강물에 온몸이 얼어 붙어도 자식들을 위한 마음에 따스한 장갑 하나를 꼬옥 여며 끼워 주었다. 동생의 입에선 입김이 서리고 누나는 고구마를 한입 베어 낸다. 어김없이 찾아온 혹독한 겨울이 지나면 연초록의 봄날이 찾아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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