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희의 자기돌봄 요가] 뇌로 하는 바르게 서기와 걷기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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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 직립보행이 되려면 엄지발가락 축을 알아차리고 사용해야

강윤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03 06:31:10

얼마 전 간호사 그룹을 대상으로 요가 수업을 했을 때의 일이다. 50대 후반쯤으로 보이는 한 분이 내게 서 있는 자세를 보여 주면서 질문을 했다. “엉덩이가 뒤로 빠진 듯한 느낌이 들면서 뭔가 잘못된 것 같아요. 어떤가요?”

그녀의 자세를 보니 배가 조금 앞으로 나왔고 허리가 뒤로 살짝 꺾여 있었다. 이 자세에서는 골반이 원래의 모양을 잃는다. 이럴 때 뇌 기능을 활용한 ‘알아차리기’와 ‘상상 기법’이 쉬우면서도 효과적이다.

아시다시피 장시간 앉아서 생활하다 보면 등과 골반이 뒤로 굽어지는(골반의 후방 경사) 경우가 많다. 반대로 질문자는 골반이 앞쪽으로 굽어져 있었다(전방 경사). 그러면 골반 하부인 꼬리뼈 부분이 들리게 된다. 골반 근육이 약하고 오래 서서 일하거나 불편한 신발을 자주, 장시간 신으면 그렇게 되기 쉽다. 골반의 전방경사는 가슴을 펴고 자세를 바르게 하려다가 생길 수도 있다. 지나치게 힘을 주어 상체와 골반 근육의 긴장도가 커진 탓이다.

골반 전방 경사 상태에서는 누워서 무릎 잡고 ‘앞뒤 구르기’ 운동을 조금만 해도 꼬리뼈 살갗 부분이 까진다. 질문자도 이 같은 어려움을 토로했다. 질문에 대한 답으로 실습을 시작했다. 발을 11자 모양으로 하여 발 사이 간격을 조금만 띄우고 선다. 엄지발가락 바로 아래 발바닥 부분(엄지 축)으로 지면을 지그시 누른다. 이때 엄지발가락을 살짝 위로 들면 엄지축이 선명하게 느껴진다.

이젠 엄지 축과 발바닥 안쪽 면 전체로 지면을 꾸욱 눌러 본다. 허벅지 안쪽이 모아지고 하복부와 괄약근이 조여지며 엉덩이에 힘이 들어간다. 뒤쪽으로 들렸던 꼬리뼈 부분도 아래를 향하는 연쇄 반응이 일어난다. 기공(氣功)이나 태극권과 같은 동양 전통의 신체 에너지 수련에서 ‘꼬리뼈를 아래로 끌어내린다’라는 말이 바로 이와 같은 상태다.

이렇게 발에서부터 자세를 잡으면 하복부와 골반 부위 근육들이 자연스럽게 ‘조여지고’ ‘끌어당겨지는’ 상태가 된다. 실습을 따라 하던 질문자는 자세가 바로잡히는 걸 몸소 체험했다. “아하! 그동안 괜히 똥배에 잔뜩 힘만 주고 있었네요.”라며 웃는다. 인위적으로 배를 힘주어 당기는 건 오히려 복근과 허리 근육을 경직시키고 요통을 일으킬 수 있다.

이 연습을 자주 하면 마치 뿌리와 기둥이 튼튼한 나무처럼 하체에 안정감이 생긴다. 걸을 때도 엄지축이 지면에 닿는 것을 알아차린다. 그러면 엄지발가락을 중심으로 발의 앞부분이 땅을 박차고 나아가는 바르게 걷기 자세가 된다. 엄지발가락의 위치는 인체의 정중앙이기 때문에 엄지 축을 자주 인식하며 서거나 걸으면 몸의 중심이 세워진다. 자연스러운 직립보행 자세가 만들어지는 가장 기본적이면서 효과적인 방법이다.

여기서 포인트는 ‘알아차리기’다. 발바닥이 지면에 닿는 감각뿐만 아니라 몸의 다양한 변화를 살피는 걸 말한다. 그러면 ‘고유수용감각’이 활성화 되어 몸의 신호와 반응을 더 잘 알아차릴 수 있다. 이 감각 덕분에 우리는 눈을 감고도 팔, 다리의 위치를 파악하고 자세 바꾸기, 걷고, 뛰기 등을 즉시 안전하게 해낸다. 만약 이 감각이 없다면 발걸음을 뗄 때마다 매번 일일이 확인해야 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고유수용감각도 쓰지 않으면 퇴화된다. 이 감각을 쓴다는 건 몸과 몸이 하는 일을 자주 알아차린다는 의미다. 알아차린다는 건 자신의 두뇌로 인지하는 것이다. 즉 뇌로 하는 일이다. 머리 속 생각 따로, 몸 따로 놀면 바르게 서고 걷는 건 ‘미션:임파서블’이 된다. 이렇듯 알아차리기는 바른 자세와 체형을 갖는 데에 필수적인 마음 자세다.

스카이 훅(Sky Hook) 상상 기법으로 완성되는 직립보행

직립보행이라는 몸의 미션을 잘 수행하려면 뇌를 쓰는 방법이 하나 더 있다. 바로 ‘스카이 훅(Sky Hook)’ 기법이다. 글자 그대로 ‘하늘을 향한 고리(hook)’. 이 고리가 정수리 꼭대기 한 가운데에 있다고 상상해 보자. 그 고리에 줄을 매달아 누군가가 위로 끌어당겨준다고 상상하면 척추가 더 위로 세워지고 등이 펴지는 게 느껴진다. 그러면 목도 길어지고 어깨는 아래로 축 쳐진다. 자연히 어깨의 긴장이 풀린다. 발과 하체는 땅과 하나가 되고 머리는 하늘로 세워지는 상태가 된다. 상상이라는 두뇌의 특기를 활용한 바른 자세 꿀팁이다.

이 훈련은 서거나 걸을 때면 언제나 할 수 있다. 전철이나 버스를 기다릴 때도 ‘엄지발가락 축이 지면에 닿는 것 자각하기’와 ‘스카이 훅 상상 놀이’를 즐겨보자. 지루한 대기 시간이 바른 자세를 습득하고 체형을 교정하는 기회다. 이 두 가지 방법으로 등산을 하면 몸이 안정되면서도 발걸음이 가볍다. 걷는 일이 마치 처음인 듯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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