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안전한 골프장 문화 ⑦골프장에도 자리한 ‘빨리빨리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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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한 앞뒤 팀 간격 속에 비매너 골퍼 경기지연 행위 속출에 ‘시간 압박’
여유있는 골프 문화는 ‘먼나라 이야기’(?)… 산악형 골프장에 도사린 위험
하루 100~120팀 소화시키려는 골프장들의 '상술'도 문제

강재규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6-19 16:25:12

▲ 안전한 골프장 문화를 만들어가려는 노력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픽사베이

18일 안타까운 소식으로 들려온 경기도권 한 골프장 캐디(경기진행요원)의 극단선택 사건(본보 6월18일 보도)은 최근 국내 골프 붐 속에 ‘안전한 골프장 문화’가 뿌리내리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우쳐 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골프장 안전문화’는 골프장 업계를 비롯해 진행요원·내장객(플레이어) 그리고 행정당국 등 어느 한 쪽만의 노력으로 이뤄지지 않으며, 이들 4자 모두가 노력하고 주의를 기울여야만이 달성될 수 있는 것이란 점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건이었던 것이다.

스카이데일리가 올 초부터 우선 수도권 지역 골프장을 중심으로 현장을 집중취재하며 안전한 골프장 만들기 캠페인을 전개해오고 있는 것도 바로 그런 점 때문임을 재확인해주는 동시에 그 당위성을 웅변해준다 하겠다.

비단 올초부터 본격 시행되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2022년 1월27일 공포, 공포 1년 후 적용)이 무서워서 시늉으로 해서는 안된다는 점을 재인식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건은 우리의 안전문화에 대해 다시 짚어보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 근저에는 사회 일반에 널리 퍼져있는 ‘빨리빨리 문화’도 한몫하지 않을까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오죽하면 골퍼들 중에 동남아지역에 골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다 아는 그곳 현지 캐디들이 가장 많이 쓰는 말이 경기 진행상 ‘빨리빨리’ 하라는 말일까 싶다.

한국인 내장객들끼리 하는 말을 이들이 다른 건 몰라도 이건 알아듣는다는 자조아닌 자조인 셈이다.

그 근저에는 골프업계가 한 팀이라도 더 부킹을 해서 라운딩을 하도록 해야 수입이 더 늘어난다는 다분히 수입증대 목적이 짙게 배어있는 경기운영의 문제가 가장 큰 문제란 지적이다.

본지 취재에 따르면 회원제 27홀을 운영 중인 용인시 처인구 소재 J골프장의 경우, 요즘 같은 시즌기에는 보통 하루 120팀가량을 예약해 라운딩에 내보낸다.

이는 대략 7~8분 간격으로 팀을 내보내는 셈인데, 이걸 소화시키려면 아무리 짧은 전장을 가진 코스라고 하더라도 내장객이 카트에 백을 실은 채 걸어서 라운딩하는 경우로는, TV에서 보는 ‘익스트림 골프’가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공을 치고 곧바로 카트에 올라탄 채 세컨샷 구역으로 이동해야 하고 다시 카트에 올라 그린쪽으로 이동해야 시간을 맞출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려니 캐디의 마음은 급하기만 하다. 라운딩하는 4명의 골퍼 중에 한두 명이라도 비기너이거나 로스트 볼(잃어버린 공)을 찾으려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 또는 연습스윙을 지나치게 여러번 하는 등 각종 비매너 행위들로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골퍼가 있다면 시간에 쫓긴 나머지 안전한 진행을 하기 어려운 경우도 생길 수 있는 것이다.

용인권 한 골프장 캐디 B씨는 “골프 실력이 부족한 것을 탓할 수는 없겠으나 요즘 들어 비기너 골퍼들이 부쩍 는 상태에서 매너 없이 경기를 지연시키는 골퍼들 때문에 시간적으로 압박을 받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는다.

시간 지연 시 경기 진행 매니저로부터 무전 연락을 받고 경기를 촉진시키지 않을 재간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좁은 땅덩어리에 골프장을 건설하려다 보니 산을 깎아서 만든, 이른바 산악형 골프장이 유독 많은 것도 안전 골프장에 위협적인 요인이 아닐 수 없다.

산악을 타며 카트로를 지어야 했고, 그만큼 운전자에게는 위험요인이 많다는 반증인 셈. 이번 참사의 근본 원인이었던 카트 사고 역시 이 같은 안전 위협요인이 도사리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철저히 살펴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간에 쫓긴 채 급경사로로 구성된 카트로를 운행한다는 것은 아무리 노련한 캐디라고 할지라도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외국의 경우 팀 간격을 10분 안팎으로 돌리는 구조를 그대로 따라갈 수는 없겠지만, 당일 예약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영을 하는 방안과 적어도 카트 경사로 완화 작업 등 구조적인 안전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결국 누구나 즐기는 안전한 골프장 문화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은 대중화 바람 속에 국내 골프산업을 더욱 발전시킬 수 있는 길임을 인식하고 업계와 골퍼들, 그리고 행정당국 등 모두가 현 상황을 재점검하고 미비점을 고쳐나가려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강재규 기자 jkk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