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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후세계와 풍수지리설을 신봉하는 우리나라에 ‘생거진천(生居鎭川) 사거용인(死居龍仁)’이라는 말이 있다. ‘살아서는 진천에 거하고, 죽어서는 용인에 묻혀라’하는 의미다. 경기도 용인시에는 명당이 많아 대통령 부모, 대기업 회장들의 묘소가 즐비하다. 용인시는 분당 신도시가 확장되면서 자연스럽게 성장한 도시다.
용인시는 삼성그룹의 에버랜드, 한국민속촌과 같은 관광자원과 함께 SK그룹의 반도체공장까지 건설되어 자족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도시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경전철을 도입했지만 부실 건설, 막대한 규모의 적자로 운영이 어려운 실정이다. 용인시는 중앙 정부에 도시철도의 법정 무임승차에 대한 손실을 보전해 달라고 요구하는 중이다.
도시개발로 각종 이권과 결탁한 공무원의 비리가 끊이지 않는 도시다. 역대 민선 시장 5명이 개발업자의 뇌물을 받아 구속됐다. 용인시의 자치행정을 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개발한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 모델을 적용해 평가해 봤다.
진보·보수 치열하게 경합하는 지역 정치… 現 시장 공약이행률 95%
민선 1~7기 시장은 윤병희·예강환·이정문·서정석·김학규·정찬민·백군기로 1·3·4·6기는 보수 정당, 2·5·7기는 진보 정당이 시장 자리를 차지했다. 1995년 민선 1기 용인군수로 당선된 윤병희는 1996년 용인시로 승격되면서 민선 1기 시장이 됐다.
민선 1~6기 시장들은 모두 임기 만료 후 검찰 조사를 받고 처벌됐다. 7기 백군기 시장은 올해 1월 특례시로 지정되면서 1기 특례시장이 됐다. 백군기는 특수전사령부 사령관, 육군 제31사단 사단장, 육군 제3야전군 사령관, 19대 국회의원 등을 지냈다. 군 장성 출신으로 민선 시장직을 수행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백 시장의 공약은 도시·교통(17개), 환경·경관(19개), 경제산업·일자리(24개), 문화·체육·관광(15개), 보건·복지(18개), 교육·보육(21개), 행정·재정(11개) 등 7대 시정목표, 21대 발전전략, 125개의 사업을 포함하고 있다. 시 홈페이지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 공약이행률은 95%에 달한다.
6·1 지방선거 용인시장에 출마하기 위해 예비후보자로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한 인물은 더불어민주당 2명, 국민의힘 11명, 무소속 1명 등 총 14명이다. 민주당은 이상식(전 부산지방경찰청장), 이건한(6·7·8대 용인시의회 의원)이다. 무소속은 회사원인 김지현이 유일하다.
국민의힘은 황성태(전 용인시 부시장), 권은희(19대 국회의원), 한선교(17·18·19·20대 국회의원), 우태주(6대 경기도의회 의원), 이정기(전 대한민국 ROTC용인지회장), 김재일(전 용인시 부시장), 정득모(전 서울물연구원장), 이상일(19대 국회의원), 이원섭, 이태용(전 용인시 수지구청장), 이재운 등이다.
용인시 국회의원 지역구는 용인갑·용인을·용인병·용인정 등 4곳이다. 21대 국회의원은 용인갑 정찬민(초선), 용인을 김민기(3선), 용인병 정춘숙(재선), 용인정 이탄희(초선)이다. 정찬민은 국민의힘, 나머지 김민기·정춘숙·이탄희는 민주당 소속이다. 한선교 전 의원이 지역의 터줏대감 노릇을 했지만 물러난 이후 뚜렷하게 인지도를 갖춘 인물은 없다.
과학기술 예산 2018년 이후 0%… 전·현직 시장 모두 사법 처벌 기록
올해 예산은 3조1364억원으로 2021년 2조6405억원 대비 18.78% 증가했다. 세부 내역을 살펴보면 사회복지 38.49%, 수송·교통 14.4%, 환경보호 6.73%, 국토·지역개발 4.94% 등이다. 지역 경제를 살리기 위한 산업·중소기업 예산은 1.92%에 불과하며 과학기술 예산은 2018년 이후 꾸준히 0%를 기록했다. 성인지 관련 예산은 136개 사업에 900억원을 편성했다.
올해 세입과목 개편 전 재정자립도는 55.59%로 2021년의 54.81% 대비 개선됐다. 세입과목 개편 후 재정자립도는 올해 48.66%로 2021년의 48.68%보다 소폭 하락했다. 2019년 지역내총생산(GRDP)은 30조1816억원으로 2010년 25조5246억 대비 18.25% 증가했다. 경기도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0년 9.16%였지만 2019년 6.32%로 하락했다.
용인시에 등록된 사업체는 5만5828개에 달한다. 개인사업체는 4만1293개로 전체의 약 73.96%를 점유했다. 회사법인은 1만1288개로 20.22%, 회사 이외 법인은 1334개로 2.39%, 비법인단체는 1913개로 3.43%를 각각 차지했다. 사업체 중 △도·소매업 1만2455개 △숙박·음식점업 9566개 △운수업·창고업 6078개 △협회·단체·수리·기타 개인 서비스업 5399개 △제조업 4482개 등이다.
2021년 말 기준 인구는 109만3600명으로 2010년 89만1700명 대비 22.64% 증가했다. 올해 2월 말 기준 65세 이상 노령인구 비율은 14.1%로 2010년 8.6% 대비 상승했다. 노령화지수는 2017년 69.8%, 2022년 100.8%, 2030년 186.7%, 2037년 240.4%로 급격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노년부양비 역시 2017년 16.0%에서 2022년 20.0%, 2030년 31.8%, 2037년 46.2% 각각 확대가 예상된다.
역대 민선 시장이 모두 사법 처리를 받았을 정도로 각종 비리와 부패가 난무해 ‘용인시장 잔혹사’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다. 2019년 용인시 산하기관 용인디지털산업진흥원장 뇌물·업무방해, 용인시장 특별보좌관의 변호사법 위반 및 뇌물공여 혐의 등이 드러났다. 2021년 용인시의회는 시의 인사를 소통부재·밀실인사라고 지적하며 조사권 발동 및 진상 조사를 추진했다.
국가지정 문화재 63개 풍부… 기업 연구소 설립 붐은 시 정책과 무관
용인시는 국내 유일의 전통문화테마파크인 한국민속촌이 있다. 민속촌에는 민속마당·전시마당·먹거리마당·살거리마당의 민속마을과 놀이마을 등 다양한 놀거리가 있다. 문화재는 고려 말 충신으로 성리학의 기초를 닦은 포은 정몽주 묘, 1905년 을사늑약 강제 체결에 항거해 자결한 민영환 묘를 포함해 181개가 있다. 국가지정 문화재는 63개에 달한다.
올해 행사·축제 관련 예산은 130억원이며 시민의날축제, 포은문화제, 사이버과학축제, 평생학습축제, 거리축제, 음식문화축제가 있다. 용인시박물관·경기도박물관·경기도어린이박물관·예아리박물관·삼성화재교통박물관·한국등잔박물관이 유명하다.
용인시 소재 대학은 강남대·경희대 국제캠퍼스·단국대 죽전캠퍼스·명지대 자연캠퍼스·삼성전자공과대·용인대·한국외국어대·칼빈대·루터대·온석대학원대·용인예술과학대·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 등이 있다. 경희대 국제캠퍼스는 소프트웨어융합대에 컴퓨터공학부·소프트웨어융합학과를 운영하고 있다. 명문대가 많은 서울 인근에 있어 우수한 학생을 유치하기는 쉽지 않다.
2020년 기준 지역에 소재한 연구개발(R&D) 관련 연구소는 258개소, 직원훈련기관인 연수원은 43개소가 있다. 서울시와 인접해 직원 채용과 접근성이 높아 기업들이 연구소와 연수원을 다수 지었다. 용인시의 노력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시의 발전전략과도 일치하지 않아 무분별한 도시화만 진행 중이다.
도시의 뚜렷한 확장세 양호… 낙후된 정치 극복해야 균형 발전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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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 오동훈] ⓒ스카이데일리 |
종합적으로 용인시의 자치행정을 평가하면 총 50점 만점에 20점으로 22점을 받은 수원시에 비하면 낮지만 경기도 내 다른 기초자치단체보다 높다. 화성시는 18점, 의정부시·부천시·남양주시는 16점에 머물렀다. 서울시에서 밀려난 기업들이 저렴한 임차료를 찾아 용인시로 몰리면서 도시의 확장세가 두드러졌다.
경제가 가장 높은 6점을 받았는데 재정자립도는 55%로 매우 높은 점을 반영했다. GRDP는 2019년 기준 30조원을 넘었다. 사회·문화·기술은 각 4점으로 보통 수준으로 평가됐다. 사회는 양호한 인구 증가세를 반영했지만 전·현직 시장 모두 사법처벌을 받아 우호적으로 평가하기에 한계가 있다.
문화는 국가지정 문화재가 다수 있고 에버랜드·한국민속촌·각종 박물관이 관광객을 유인하는 효과가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 기술은 용인시 정책과는 연관성이 낮지만 기업의 자발적 이전도 시의 자산에 포함된다는 점을 인정했다. 정치만 2점으로 낮았는데 부정부패·비리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녀 낙제점을 면하기 어려웠다.
⋇오곡(五穀)밸리혁신(5G Valley Innovation)=국가정보전략연구소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을 평가하기 위해 국내외 전문가들과 협력해 개발한 모델이다. 5G는 오곡(五穀·다섯 가지 곡식), 밸리(Valley)는 계곡을 의미한다. 문명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곡에서 탄생해 발전했기 때문에 국가·지자체가 번성하기를 기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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