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성폭력 피해자의 절규…“그분의 위력, 여전히 강하게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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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 기자회견

박원순 사망 252일만에 처음 공식석상 모습 드러내
“그의 잘못 말 못하게, 2차 가해서 못 벗어나게 해"
"이번 선거 처음부터 잘못"… 與 지지자 비난 봇물

한대의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1-03-17 14:03:00

▲ 서혜진 고 박원순 성폭력 사건 피해자의 변호인이 17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서울시장 위력 성폭력 사건 피해자와 함께 말하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공동취재단]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폭력 피해자를 향한 2차 가해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피해자 A씨가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와 박 전 시장의 위력이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고 밝혔다.

박 전 시장 성폭력 피해자 A씨는 17일 ‘서울시장 위력성폭력사건 공동행동’에 참석했다. A씨가 모습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이전까지 변호인단이나 여성단체 관계자들을 통해 입장문을 밝혀왔다. 이날 신상 유출 등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A씨의 모습을 촬영하거나 목소리를 녹음하는 행위는 모두 금지됐다.

먼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피해자 입장문을 대독했다. 피해자는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에 대해, 그 사람을 향해 잘못이라 말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분의 위력은 그의 잘못을 다른 사람들에게 말할 때, 그 내용을 다듬고 다듬으며 수백번 고민하게 만들었다”며 “그분의 위력은 그가 세상을 떠난 이후에도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저를 지속적으로 괴롭게 하고 있다. 그분의 위력은 자신들만이 정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무자비하게 저를 괴롭힐 때 그들의 이념 보호수단으로 활용됐다. 그분의 위력은 여전히 강하게 존재한다”고 밝혔다.

이어 A씨는 “피해사실을 왜곡하고 상처를 줬던 정당에서 서울시장이 선출될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들었다”며 “‘피해호소인’이라는 명칭으로 제 피해사실을 축소·왜곡하려 했고 ‘님의 뜻을 기억하겠다’는 말로 저를 압도했다”고 밝혔다.

또 “투표율 23%의 (더불어민주당) 당원투표로 서울시장 후보를 냈고 지금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선거캠프에는 저를 상처줬던 사람들이 많다. 피해 사실을 왜곡하고 오히려 저를 상처 줬던 정당에서 시장이 선출됐을 때 저의 자리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라는 두려움이 든다”며 “제 신분상 그리고 선거기간에 의견을 표현하는 것이 조심스럽지만 저는 이번 선거도 처음부터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이낙연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상임선대위원장과 박 후보의 사과에 대해 “지금까지 사과는 진정성도, 현실성도 없는 사과라고 생각한다”며 “민주당에는 소속 정치인들의 중대한 잘못이라는 책임만 있었던 게 아니다”고 꼬집었다.

이어 “(박 전 시장의) 극단선택으로 인해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가 바뀌고 추모 움직임 속에서 저라는 인간이 설 자리가 없다고 느껴졌다”면서 “그 속에서 피해사실을 왜곡하는 2차 가해로부터 벗어날 수 없었다”며 울먹이기도 했다.

A씨는 여전히 박 전 시장 및 여권 지지자들로부터 2차 가해를 입고 있다. 대표적인 친여 커뮤니티인 클리앙 사용자들은 A씨의 기자회견 예고 기사를 공유하며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들은 “정치적 창녀”, “더러운 X” 등의 댓글을 달았으며 피해자의 변호인인 김재련 변호사에 대해서는 “김재련 이 씨XX의 공작이라는 느낌적 느낌”이라며 욕을 하기도 했다. 특히 “지금까지 가만히 있다가 왜 지금 나오는 것인가. 증거라고 밝혀진 게 있긴 한가”, "증거 얘기를 할 것이 아니면 별로 좋은 게 없을것 같다” 등의 댓글도 달리고 있다.

한편 박 후보는 17일 기자간담회에서 A씨의 기자회견에 대해 “참 죄송하기 때문에 그만큼 제가 더 잘해야 하겠다”며 “이러한 일이 서울시에서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첫 여성시장으로서 두 배로 더 겸손하게 서울시민들을 모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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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의 기자 duha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