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R&D 예산 삭감 혼란 되풀이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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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 조정안’ 발표
연구비 삭감으로 인재 잃으면 국가 미래에 타격
R&D 투자 시스템 지속 운용과 철저한 관리 필요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5 00:02:01

올해 줄어들었던 연구개발(R&D) 예산이 내년에 복원된다는 소식이다. 최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부) 산하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국가연구개발사업 예산 배분 조정(안)에서 예산을 24조8000억 원으로 늘리기로 확정했다. 이번 예산 복원 소식은 정부가 지난해 내렸던 삭감 결정의 판단 오류를 인정하고 발 빠르게 대응한 조치로 평가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가 24조8000억 원으로 확정한 내년 예산은 ‘주요 R&D’ 항목이다. 이는 작년보다 1000억 원 많고, 올해에 비해서는 2조9000억 원 늘어난 규모다. 대학 연구비 등 일반 R&D를 포함하는 ‘전체 R&D’ 예산도 2023년의 31조1000억 원 수준으로 복구될 전망으로 알려졌다.

윤석열정부가 R&D 예산 삭감 후 1년 만에 오류를 인정하고 서둘러 정책 방향을 수정한 것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실 R&D 예산은 외환위기·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줄곧 늘려 왔기에 33년 만에 처음 줄어들었을 때 대학 등 연구기관에서 받았던 경제적·심리적 타격이 컸다. 특히 대학의 연구비가 20%가량 일괄 삭감되면서 대학원생 등 많은 젊은 연구원들이 연구실을 떠나야 하는 현실에 직면했다.

이번 예산 복원으로 무너졌던 연구실의 자긍심은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R&D가 잠시 멈춤으로써 빚어진 결과며 그 여파는 신속히 회복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연구와 개발은 오랜 기간을 두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바람직한 결과를 얻는 일이기 때문에 지속성이 중요하다. 또 이런 과정에는 일관성 있게 참여하는 인력이 핵심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안타까운 것은 올해 R&D 예산이 줄어들면서 우리나라 연구실에서 수용하지 못한 일부 젊은 과학 인재들이 중국 등 해외로 빠져나갔다는 사실이다.

정부는 윤석열 대통령이 ‘게임체인저’라고 강조한 것처럼 특히 인공지능(AI) 반도체·첨단 바이오·양자 등 3대 분야에 내년 주요 R&D 예산의 14%를 몰아 주기로 했다. 또 이들 분야의 R&D 속도를 높이기 위해 예비타당성 조사도 면제해 준다고 한다. 과기부가 올해 2월 공개한 ‘2022년도 기술수준 평가 결과’를 보면 한국이 주요 5개국 중 최하위라는 현실이 드러나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AI·첨단 바이오·양자 분야 등 3대 게임체인저 분야와 우주해양·차세대 원자력 분야의 기술 격차가 두드러졌다.

세계 주요 각국은 글로벌 첨단 기술 경쟁에서 선두를 차지하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 지원하고 있다. 일각에서 정부가 내년 R&D 예산에 대해 ‘투자 규모 대폭 확대’라고 큰소리를 치지만 이는 첨단 기술 연구개발에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는 다른 국가들에 비하면 제자리걸음에 지나지 않는다고 보는 이유다.

일례로 중국은 미국 AI기술을 1~2년 내에 추격하겠다는 목표로 올해 R&D 예산을 전년 대비 10% 늘린 3789억 위안(약 70조1495억 원)으로 책정했다. 이는 외교·교육·국방 등 주요 예산 가운데 증가폭이 가장 큰 분야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기초 연구 분야 예산도 전년 대비 13.1% 증가해 980억 위안(약 18조1437억 원)을 배정한 것이다.

우리 정부도 첨단 기술과 함께 기초 연구 분야에 대한 투자를 지속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장기적인 안목에 의해 설계된 R&D 투자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다. R&D 투자는 단시일에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특히 정치나 정치인 등 외부적인 요인에 흔들리지 않는 투자 시스템을 확고히 하고 투명한 관리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함으로써 대책 없는 ‘예산 삭감’과 같은 실수가 반복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스카이데일리 skyedaily@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