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협력사에 비용 전가… 현장 안전까지 위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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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200조 빚·40조 적자… 재무악화로 협력사에 직·간접비용 전가
공사대금도 제대로 못 받아… 경영난 덮친 협력사, 안전 재투자 난항
“인력 양성하고 싶어도 파산 위기… 불합리한 입찰 제도 개편해야”

김기찬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4 14:33:20

▲ 2일 전국배전전문회사협의회 산하 회원사 및 근로자들이 전남 나주 한국전력공사에서 한국전력공사의 입찰제도 개편 철회를 촉구하는 결의대회를 개최하고 있다. 전국배전전문회사협의회

한국전력의 수백조 원대 적자와 빚이 협력사의 안전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나온다. 한국전력이 협력사에 인건비 등 직·간접비용을 전가하면서 파산 위기에 놓인 협력사들이 안전 관련 재투자마저 어려운 상황까지 몰리면서 안전사고에 더 쉽게 노출되고 있어서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이 중대재해사고 절감이라는 명목으로 입찰제도를 불합리하게 변경하면서 협력사에 인력 유지 비용 등을 전가해 비용 부담이 커진 협력사들이 안전사고에 더 쉽게 노출될 수 있는 상황인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국전력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비용이 급등했지만, 정부의 공공요금 동결 기조에 따라 제때 전기요금 등을 인상하지 못해 원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전기를 공급했다.

이로 인해 한국전력은 43조 원에 달하는 누적 적자를 안게 됐다. 또 올해 3월 말 기준 한국전력의 총부채는 200조 원이 넘었다. 수십조 원대 적자에도 부채를 줄이지 않는 한 매년 4조~5조 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한국전력이 자구책을 통해 비용 절감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전력은 배전협력회사 입찰제도를 개편하면서 표준 품셈(공사 단가 지급 기준)을 인력오름 품셈에서 기계화(장비)오름 품셈으로 변경했다. 이 과정에서 협력사 공사 대금 지급이 미뤄지고 삭감돼 적용되는 등 문제가 발생했다. 또 계약 협력사들의 필수 유지 인원을 14명으로 늘려 인건비 부담마저 감수해야 하는 협력사들은 파산 위기에 놓여 있다.

협력사들은 한국전력이 안전 규제를 추가하면서 현장 업무는 더욱 까다로워졌는데 수익인 공사 대금은 줄고, 안전 때문에 들여야 할 인건비 등 추가 비용은 늘어 이익을 바탕으로 안전에 재투자할 여력마저 없다고 토로한다.

업계 관계자는 “불합리하게 입찰제도를 개편해 적정 공사 대금은 지급하지 않으면서 협력사의 추가 비용에 대한 보전 없이 직·간접비를 전가하고 한국전력만 실질적으로 예산을 절감하는 효과를 보고 있다”며 “안전 비용마저 협력업체에 전가하고 사업비 절감을 통해 적자를 메우고 있는 것인데, 그럼에도 불합리한 제도의 개편은커녕 규제를 추가하는 등 부담을 키우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적자를 메우기 위해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 한국전력이 입찰 제도를 협력사에 불리하게 변경했고, 이를 통해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리고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장 인력을 직접 교육하거나 교육 시설에 보내는 비용은 모두 협력사가 부담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협력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에서 한국전력이 요구하는 필수 인원 유지를 위해 협력업체는 인력을 양성하려 해도 적정 대금을 받지 못해 오히려 안전사고 위험에 더 취약해진 상황이 됐다.

김기찬 기자 gckim@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