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소형모듈원자로(SMR) 기술경쟁 시대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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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안전성 뛰어난 脫탄소 시대의 ‘게임체인저’
빌 게이츠의 ‘테라파워’ 미국 내 첫 SMR 건설 착수
우리 고유의 혁신형 모델(i-SMR) 새 성장 동력 되길

스카이데일리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28 00:02:01

최근 대구시가 군위군에 국내 첫 소형모듈원자로(SMR)를 설치하겠다며 한국수력원자력과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SMR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대구시가 SMR 활용의 선두주자로 나선 것은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인근에 조성되는 첨단산업단지에 필요한 전기를 싼 값에 공급함으로써 전력소모가 큰 반도체 등 첨단기업을 유치하겠다는 밑그림이 깔려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바야흐로 국내에도 SMR 시대가 목전에 다가온 것이다.

SMR은 출력 300MW(메가와트) 이하인 소형 원전을 말한다. 출력은 대형 원전의 5∼6분의 1 정도이지만 발전소 규모는 100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소위 가성비가 뛰어나다는 말이다. 여기에 안전성과 경제성 모두 뛰어나다. 방사능 유출 등 중대사고 확률이 10억 년에 1회 수준이다. 이는 대형 원전(10만 년에 2회)의 2만 분의 1에 해당한다. 게다가 건설비도 절반 이하에 불과하다. SMR이 탈(脫)탄소 시대의 ‘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이유다.

눈을 밖으로 돌려 보면 세계적으로 아직 SMR로 상업 발전을 시작한 곳은 한 곳도 없지만 SMR 개발을 위한 기술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다. 미국·캐나다·프랑스·중국 등에서는 70개 업체가 SMR 개발에 뛰어들었다. 우리나라는 내년까지 SMR 기본설계를 마치고 2028년 설계인가에 이어 2033년엔 상업 발전을 목표로 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이 SMR에 주목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시대가 열리면서 데이터센터 등의 전력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량의 전기 공급이 필요한데 이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려면 원전이 답이라는 말이 나온다. 한때 탈원전 기조를 유지하던 유럽 국가들이 속속 원전 회귀 정책으로 돌아선 이유다. 우리나라 역시 전임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무너진 원전 생태계를 윤석열정부가 복원을 서두르고 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가 차세대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에 수십억 달러를 추가 투자한다는 소식이다. 일찍이 원전을 무탄소·청정에너지원으로 긍정 평가해 온 게이츠가 최근 관심을 갖는 것은 차세대 SMR이다. 그는 최근 자신이 설립한 SMR 개발기업인 ‘테라파워’가 미국 내 첫 SMR 건설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원자로 냉각재로 물이 아닌 액체 나트륨을 사용하는데, 비등점이 880℃로 매우 높기 때문에 발전 출력이 높고 오염수가 발생할 우려도 없는 것이 장점으로 꼽힌다.

이제 세계는 이미 원전이 대세다. 지난해 12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렸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한국을 포함한 미국·영국·프랑스 등 22개국이 2050년까지 원자력발전소 발전 규모를 현재의 3배 수준으로 올리겠다는 내용의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경제성·안전성이 뛰어난 SMR 개발을 서두르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차지하는 부지 규모가 작고 안정성이 높아 도시나 산업단지 어디서든 필요한 곳에 건설할 수 있다. 영국 국가원자력연구원(NNL)은 2035년 SMR 시장 규모가 약 400조∼600조 원 수준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우리나라 원전 기술은 세계가 인정하고 있다. 한수원은 최근 체코전력공사(CEZ)에 최소 30조 원대 사업인 원전 4기 건설 방안을 담은 최종 입찰서를 제출했다. 또 소형모듈원자로(SMR)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루마니아의 클라우스 요하니스 대통령이 두산에너빌리티를 직접 찾아 한국의 SMR 기술력에 신뢰와 협력의 뜻을 밝히기도 했다.

현재 미국·프랑스·러시아·중국 등 원전 기술 강국들이 SMR 개발 기술 선점을 위해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뒤처질 수 없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추진하는 용인 첨단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에는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 2030년까지 약 10GW에 달하는 전력 수요가 예상된다. 이는 대형 발전소 두 곳을 지어야 한다는 얘기다.

SMR을 적극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 윤 정부는 우리 고유의 혁신형 소형모듈 원자로(i-SMR) 기술개발을 위해 지난해부터 6년간 3992억 원을 투입하고 있다. 양질의 전력 공급으로 국내 수요에 대응하고 세계 원전시장 장악을 위해서는 한국형 SMR을 차질 없이 추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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