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월드컵 4회 우승 이룬 땅에서 이번엔 치욕의 완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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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년간 패한 적 없는 스위스에 유효슈팅 1개로 0-2 졸전
전 대회 우승국 다음 유로대회 16강 탈락 징크스 못 피해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30 15:21:13

▲ 이탈리아 축구대표팀의 루치아노 스팔레티(가운데) 감독이 30일(한국시간) 유로2024 16강전에서 스위스에 0-2로 패한 뒤 착잡한 표정으로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다. AP=연합뉴스

2006국제축구연맹(FIFA) 독일월드컵 결승전에서 이탈리아는 지네딘 지단이 이끄는 프랑스 대표팀을 상대했다. 1998월드컵 챔피언 프랑스가 이탈리아에 낙승을 거둘 것으로 예상됐다. ‘아트사커’ 프랑스는 최고의 미드필더라는 지단 외에도 바카리 사냐·패트릭 에브라·니콜라 아넬카·티에리 앙리 등 호화진용을 꾸렸다.

전반 7분 마르코 마테라치의 파울로 얻은 페널티킥을 지단이 칩 슛으로 성공시켜 기세를 올린 프랑스는 전반 19분 마테라치에게 헤더 동점골을 내준 뒤 120분간 승부를 가리지 못했다. 연장전에서 지단은 당시 마테라치는 지단을 도발했고, 흥분한 지단은 마테라치 가슴에 박치기를 한 다음 퇴장당했다. 이후 그라운드에서 다시는 지단을 볼 수가 없었다. 이탈리아는 승부차기에서 모든 키커들이 성공한 반면 프랑스는 한 명의 키커가 승부차기를 실축했다.

이탈리아가 월드컵 통산 영광의 4번째 우승을 차지했던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이번엔 수모를 당했다. 영광과 환희의 땅이 수모의 땅으로 변했다.

2021년에 열린 2020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2020) 챔피언 이탈리아가 30일(한국시간) 베를린의 올림피아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로 2024 16강전에서 스위스에 0-2 완패를 당했다.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 못했다. 이탈리아가 과거 31년 동안 한 번도 져 본 적이 없는 스위스였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이탈리아는 2018러시아월드컵 플레이오프에서 스웨덴에 패해 본선에 오르지 못했고, 4년 뒤 카타르 월드컵 2차 예선에서는 약체 북마케도니아에 0-1로 패해 좌절을 맛봤기에 3년 전 유로 2020에서의 우승은 희망과 기대감을 부풀게 했다.

그러나 이날 스위스전 패배로 그 꿈은 산산조각났다. 경기 내용에서도 이탈리아는 졸전이었다. 이탈리아가 유효 슈팅을 단 1개만 기록하는 무력한 경기를 펼치는 동안 스위스는 전반 37분 레모 프로일러, 후반 1분 루벤 바르가스의 골로 앞서나갔다. 이탈리아가 굳게 잠긴 스위스의 수비벽을 깨뜨리는 것은 역부족이었다.

디펜딩 챔피언인 이탈리아는 전 대회 우승국이 다음 대회 16강에서 탈락하는 ‘유로 우승팀 징크스’를 벗어나지 못했다. 3회 연속 이어졌다. 유로2016부터 이 대회 토너먼트가 16강으로 확대된 가운데 유로2012 우승팀 스페인이 유로2016 16강에서 이탈리아에 져 탈락했다. 또 유로2016 우승팀인 포르투갈은 유로2020에서 벨기에에게 덜미를 잡히며 역시 16강에서 짐을 쌌다.

2022~23시즌 ‘통곡의 벽’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지도하며 나폴리를 33년 만의 세리에A 우승으로 이끈 명장 루치아노 스팔레티 감독은 벌써 지도력에 타격을 입게 됐다. 로베르토 만치니 감독이 갑작스럽게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 사령탑으로 옮기면서 지난해 8월 이탈리아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스팔레티 감독은 대회 준비 기간이 1년도 채 되지 않았던 점을 실패의 원인으로 꼽았다.

개최국 독일은 도르트문트의 지그날 이두나 파크에서 열린 16강전에서 후반 8분 카이 하베르츠의 페널티킥 골과 23분 자말 무시알라의 골을 앞세워 덴마크를 2-0으로 꺾고 8년 만에 유로대회 8강에 올랐다. FIFA 랭킹 16위로 처진 독일의 메이저 대회 잔혹사를 끊어낸 승리다.

독일은 유로2016 4강에 오른 이후 한 번도 메이저 대회 토너먼트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독일은 유로 2020에서는 잉글랜드와의 16강전에서 0-2로 져 탈락했고,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에서는 연달아 조별리그에서 탈락해 토너먼트 문턱을 넘지 못했다.

박병헌 기자 bhpar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