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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솝 우화는 서점가의 영원한 스테디셀러다. 친숙하고 재밌는 데다 곱씹을 만한 내용이 많다 보니 해를 달리하며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이솝 우화는 고대 그리스 아이소포스(Αἴσωπος·이솝)가 지은 이야기로 ‘토끼와 거북이’ ‘개미와 베짱이’처럼 구절구절 삶의 교훈이 가득하다.
그런데 이솝 우화에는 이처럼 사필귀정·권선징악의 아름다운 내용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매와 비둘기들’처럼 옳지 못한 방법으로 상대를 속여 이득을 취하는 내용도 있다.
숲속의 비둘기들은 조심성이 많아 매의 공격을 요리조리 잘도 피했다. 배가 고팠던 매는 비둘기들을 찾아가 “내가 솔개의 공격에서 너희를 보호해 줄 테니 나를 왕으로 삼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한다. 듣고 보니 그럴 듯도 하여 비둘기들은 이를 수용하고 그 결과 매에게 모조리 잡아먹히고 만다.
‘여우와 염소’에서는 우물에 빠진 여우가 물을 마시러 온 염소에게 “나 혼자 다 먹기엔 물이 너무 많아. 사이좋게 나누어 먹자”며 내려오라고 부추긴다.
염소는 그 말을 믿고 우물로 뛰어들지만 곧 그곳을 빠져나갈 방법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여우는 다시 “내가 나가서 너를 끌어올려 줄 테니 좀 엎드려 보렴”이라고 꼬드기고 염소는 그 말에 따른다. 하지만 여우는 염소를 딛고 우물을 빠져나가자마자 홀연히 사라진다.
어린이에게 이런 이야기를 들려준다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동심 파괴’도 이런 동심 파괴가 없다. 이건 단순히 남을 속이는 게 아니다. 하나뿐인 생명을 빼앗는 극악무도한 행위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마지막 순간에 악한 매를 무찌르고 비둘기를 구해 줄 히어로가 등장해야 이야기가 맞는다. 우물에 빠진 여우는 자기도 살고 염소도 살릴 방법을 찾아야 옳다. 그러나 세상이 어디 한 가지로만 돌아가던가. 세상에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남을 속이는 정치가·기업가·꽃뱀·제비·사기꾼도 많다. 그런 점에서 이솝 우화는 장르적으로 극사실주의다.
매와 여우 같은 인간들에게 사기당하지 않으려면 상대가 하는 말의 진의를 잘 살필 필요가 있다. 누군가 이유 없이 선의를 베푼다면 고마워하기보다 먼저 의심을 해야 한다. 너무 삭막하다고? 세상이 원래 그렇다. 공짜 점심은 없다. 2500년 전 이솝 우화가 말해 주고 있지 않은가.
시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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