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4.10 총선에 달린 민생경제 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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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시기 민생 고통지수 높은 수준 지속
민생 과제 조속한 입법 여소야대 벽에 갇혀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4-08 06:30:50

지금 한국의 민생경제는 말이 아니다. 미국의 경제학자 오쿤(A. M. Okun)은 실업률(계절조정)과 소비자물가상승률의 합을 ‘경제고통지수’(misery index)라고 해서 민생의 고통을 나타내는 지수로 사용하기도 했다. 한국의 경제고통지수는 2015~2017년 6월까지는 월평균 4.7 수준을 나타냈다. 그러나 문 정부 들어 물가상승률이 높아지면서 2018년 8~10월 중에는 6을 넘어서는 등 민생의 고통이 증가했다. 그 후 물가안정에 힘입어 다소 안정되었으나 2021년 4~6월 다시 6을 넘어서고 2021년 9월 이후에는 아예 증가세가 가속화되어 2022년 6월에는 9.2까지 높아지기도 했다. 지난 3월에는 5.7로 다소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나 여전히 높은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는 정부가 최저임금이 급격히 오르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을 추진해 자영업자·중소기업 등 노동집약 기업들의 붕괴가 가속화되어 일자리가 참담하게 붕괴됐다. 문재인정부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여러 친(親)노동 정책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추진했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 근로시간 주 52시간으로 단축,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임금피크제 없는 정년 연장, 통상임금 포괄범위 확대, 성과급 폐지와 연공급 재도입, 전 정부가 추진해 오던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의 폐지 등이 그것이다.

최저임금의 급등으로 2017년 31만6000명 등 보통 30만~40만 명 증가해 오던 취업자 증가수가 2018년 9만7000명으로 급감하는 고용 참사가 초래됐다. 이에 대한 대책으로 정부가 재정을 풀어 허드렛 일자리를 양산해 문 정부 5년간 국가채무만 400조 원이나 증가했다. 그 결과 주당 1시간만 일해도 고용으로 간주하는 바람에 통계적인 실업률은 낮게 나오지만 소비자물가상승률이 고공행진을 계속해 민생 고통지수가 높은 수준을 지속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최근 실업률이 3% 내외를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상당 부분 월 100만 원 수입도 안 되는 재정 일자리 덕분에 통계상으로만 실업률이 낮게 나오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자영업·중소기업 등은 거의 빈사 상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결과 청년인구 전체의 4분의 3 정도가 단기 알바 일자리를 전전하고 있는 실정이다. 대부분 50대 중반에 퇴직한 장년·노년층의 실업과 저소득 문제도 심각한 상황이다. 결국 경제가 활성화되어야 양질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정부가 올 들어 경제 및 기업 투자 활성화 등을 위해 추진하는 핵심 민생 대책 중 최소 66개는 국회 동의를 얻어 법률을 제·개정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시설 투자 세액공제·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핵심 경제 법안이 ‘부자 감세’ 프레임 등에 가로막혀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했다. 국회의 여소야대 벽을 넘어야 하는 금융 관련 과제만 13개이고 전통시장 소비 공제율 상향 등 서민 경제와 직결되는 과제도 10개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부동산 경기 활성화 및 규제 완화 관련 과제도 재건축·재개발 안전 진단 완화를 담은 도시정비법, ‘세컨드 홈’ 활성화를 위한 조세특례제한법 등 24개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획재정부는 금투세 폐지를 비롯한 7개 경제법안을 2월 임시국회에 제출했지만 야당이 총선용 포퓰리즘 정책이자 ‘부자 감세’라고 반대하면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했다. 이들 법안은 21대 국회가 끝나는 5월 임시국회에서도 통과되지 못하면 자동 폐기된다.

기업 밸류업 대책의 일환으로 검토·추진되고 있는 배당 증대 기업에 대한 세액공제 도입·배당소득 분리과세·상속세 부담 완화 등도 국회 통과가 요원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을 공휴일로 하는 원칙을 삭제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에 대해서도 범야권의 거센 반대가 예상된다. 정부가 원전 생태계 부활을 위해 추진하는 원전산업지원 특별법 제정은 입법 자체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올해 출범 3년 차를 맞은 윤 정부가 경제 활성화를 위해 내세운 핵심 카드는 ‘감세’와 ‘규제 완화’다. 소비와 기업 투자가 늘도록 유도하고 국민이 경기 회복을 피부로 체감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연초부터 경제 및 투자 활성화와 민생 대책을 쏟아냈다. 대통령은 24차례나 민생투어를 했다. 그러나 거대 야당의 ‘부자 감세’와 ‘재벌 특혜’ 프레임에 가로막혀 민생 정책들이 좀처럼 진전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고금리·고물가로 서민 체감경기가 여전히 좋지 않고 잘못하면 장기 불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상황이라서 민생 과제들에 대한 조속한 입법이 필요한데 여소야대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심지어 노란봉투법을 재발의하겠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4.10 총선은 민생경제 회복에 중요한 갈림길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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