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문가 “트럼프 당선되도 나쁠 것 없다… 美동맹국들만 힘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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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보 SCMP 기고문 ‘트럼프가 재선되면 중국이 안심할 수 있는 이유’
트럼프 미국의 동북아 집중 가능성 우려를 애써 외면하려는 태도?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1 13:55:14

▲ 21일자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의 저우보(周波) 기고문(Why China can rest easy if Trump is re-elected US president)에 달린 일러스트.

11월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가 당선되면 중국에게 오히려 ‘안심’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실린 저우보(周波) 중국 칭화대 국제안보전략센터 선임연구원 기고문의 골자다.

전 중국 국방부 국제군사협력판공실 주임이자 인민해방군 출신의 군사‧안보 전문가인 그는 ‘트럼프가 재선되면 왜 중국에게 안심인가’ 제하의 글에서 우선 “일부 여론조사상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을 약간 앞선다”고 판세 분석을 한 후 제2기 트럼프정부의 대중(對中) 정책은 현 바이든 정부와 흡사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의 대중 정책은 2017년 트럼프정부 때 디커플링(글로벌 공급망 퇴출)으로 방향을 잡았고 바이든 대통령 들어 디커플링 못지 않은 디리스킹(탈脫위험)이 기조다. 미국의 초당적 합의가 있기 때문이라고 저우 연구원은 짚었다.

나아가 ‘거래의 달인’ 트럼프 특유의 스타일이 중국에 통하지 않겠지만 미 동맹국들에겐 더 잘 작동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대한 트럼프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가리킨다. 정당한 몫을 부담하지 않으면서 보호를 바라는 나토 회원국들에게 트럼프의 날 선 지난달 발언이 논란을 부른 바 있다.

“그들(러시아)이 원하는 것을 내키는 대로 모조리 하라 격려하겠다”고 한 대목이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이후 발언 수위를 조절하기 시작한 듯 최근엔 나토 탈퇴가 진의는 아님을 강조하기도 했다.

저우 연구원은 “트럼프 재집권 시 미국의 나토 탈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하기 위해 더 많은 회원국이 서둘러 국내총생산(GDP)의 2% 국방비 지출 목표를 달성할 게 거의 확실하다”며 “이게 몽둥이라면 바이든 대통령의 당근보다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접근 방식이 중국에겐 안 통한다는 게 저우 연구원의 주장이다. 트럼프가 중국산 수입품에 60% 이상의 관세 부과를 호언하고 있지만, 이렇게 되면 중국산 제품의 미국 수입이 대폭 줄어 중국에 진출한 미 제조업체와 미국 금융시장‧소비자 모두 타격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저우 연구원은 또 트럼프 정책이 바이든정부의 ‘작은 마당 높은 담장’(small-yard high-fence·규제가 필요한 분야를 좁혀 강력히 통제)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겠지만 전 세계로부터 핵심 인재‧기술의 중국 유입 흐름을 아무도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했다.

대만 문제 관련해서 “트럼프가 대만 방어를 공개 약속한 적 없다”면서도 “이에 안주해선 안 되며 (미국의) 도발에 대응 수위를 높여야 한다”고 촉구했다. 저우 연구원은 우크라이나·중동 지역 전쟁이 미·중 관계 등에 미칠 영향도 분석했다. 중국에 불리할 것 없다는 논리다. “우크라이나·중동 지역 전쟁이 차기 미 대통령의 관심을 중국으로부터 멀어지게 할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두 전쟁의 패배자에 당사자들뿐 아니라 이중잣대로 신뢰와 도덕적 권위를 크게 상실한 미국도 포함된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사우스(주로 남반구 신흥국‧개도국들) 중 ‘민주주의 대 독재’ 구분을 받아들이고 싶어 할 나라는 없을 것이며 동맹국들조차도 미국 편에 서기 꺼릴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이 중국과 논의할 현안 리스트가 늘어날 텐데 트럼프 당선을 중국이 왜 걱정해야 하느냐”는 게 저우 연구원의 결론이다. 중국 바깥의 중국학 내지 국제정치 전공자들이 볼 때, 미국의 역량을 동북아에 집중할 트럼프 구상 가능성에 대한 중국 지식인의 우려가 읽히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