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법원 ‘불법입국 NO’… 바이든 “동의 못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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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사스州 불법입국차단법 시행 ‘무기한 보류’ 하루 만에 해제
뉴욕 등 대도시엔 이민 노숙자·품팔이 어린이 부쩍 늘어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20 09:11:24

▲ 미국 남부 텍사스주엔 국경을 넘어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조 바이든 정부 들어 급격히 증가한 상태다. AFP 연합뉴스

불법입국자를 주(州) 직권으로 체포·구금할 수 있게 한 텍사스주 이민법이 연방 대법원 결정으로 ‘당분간’ 시행 가능해졌다. ‘무기한 보류’된 지 하루 만이다. 이민의 나라 미국이지만 남부 국경을 통해 매일 수백수천씩 쏟아지는 입국자들이 국가의 안정적 운영을 뒤흔들 지경에 이르렀다.

19일(현지시간) AP통신과 CNN·NBC뉴스 등에 따르면 미 연방 대법원은 이날 연방 항소법원에서 심리 중인 텍사스주 이민법SB4의 집행 정지 명령을 해제한다고 밝혔다. 이 법의 시행을 막아달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거부한 것이다. 불법입국자 대처 문제는 헌법소원 사안이자 11월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됐다.

공화당 대선 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량 불법입국을 국가 안위 차원에서 강력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여 왔다. 민주당은 정반대 입장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7일 국정연설에서 ‘불법체류자’ 단어를 입에 올렸다가 강성 민주당원들에게 비판을 받자 ‘미등록 내지 미승인자’로 불렀어야 한다며 사과의 뜻을 표한 바 있다.

미 주요 언론은 법원이 긴급명령을 내릴 때의 관례에 따라 배경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다만 이 결정에 찬성한 보수 성향 대법관 6명 중 한 명인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은 “항소심에 계류 중인 본안 소송의 짧은 서막이 될 것”이라고 의견서를 냈다. 본안 소송 시의 묵직한 법리 싸움을 예고한 발언이기도 하다.

배럿 대법관은 아울러 이번 “예비 단계에서 항소법원의 재량권 남용 여부에 대해 우리(연방 대법원)가 긴급한 법적 판단을 내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만큼 민감하고 중차대한 사안이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로써 텍사스주 이민법SB4는 곧바로 효력을 발휘하게 됐다. 지난해 12월 제정된 이민법SB4는 불법으로 국경을 넘어온 사람들을 주 사법당국이 체포·구금하고 주 판사가 출국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한 게 골자다. 당초 5일 발효될 예정이었다.

앞서 18일 미 주요 언론은 텍사스주 이민법SB4에 대해 연방 대법원이 “추가 명령을 할 때까지 시행 무기한 보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관련 내용을 담은 1쪽짜리 문서가 보수 성향의 새뮤얼 앨리토 대법관 명의로 발령됐다. 앨리토 대법관은 4일 해당 법의 시행을 막아 달라는 조 바이든 행정부의 긴급 요청을 받아들인 뒤 법 시행 보류 명령을 두 차례 연장해 왔다. 이 가운데 최근 내린 명령이 이날 저녁 만료를 앞두고 있었다.

바이든정부는 이런 텍사스주 이민법이 연방 정부의 권한을 침해해 위헌이라며 1월 초 소송을 제기했다. 1심은 바이든정부 주장 대로 해당 법 효력 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렸지만, 2심 때 제5 연방순회항소법원은 1심의 결정을 뒤집어 법 시행 일단 허용 결정을 내렸다. 1·2심에서 엇갈린 판결이 나와 최종 판단을 연방 대법원에 구하게 됐다.

아홉 명 종신직 대법관들의 최종 판단에 세계적 이목이 쏠릴 전망이다. 바이든 (연방) 정부와 텍사스 주 정부 간 소송의 본안 심리는 4월3일 열릴 예정이라고 블룸버그 통신이 전했다. 백악관은 “근본적으로 텍사스 국경 문제에 대한 연방 대법원의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근년 미국의 대도시에선 불법이주민 증가를 피부로 실감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일간 뉴욕타임스(NYT)가 이민자 어린이들 실태를 조명한 13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학교에 못 간 채 뉴욕 지하철에서 사탕을 파는 학령기 아이들이 모두 중남미에서 온 이주민 자녀였다.

뉴욕의 이민자 지원 활동가 모니카 시브리 역시 남미 에콰도르 이민자 출신이다. 그녀는 이민자 부모 중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고 전했다. 다만 제때 예방 접종을 하지 못하거나 필요한 서류를 모두 챙기지 못해 아이들의 입학이 늦어졌다고 말한다는 것이다. 또 이를 대단치 않게 여기거나 미국의 교육 시스템을 신뢰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뉴욕시에 따르면 지난 2년간 이민자 약 18만 명이 뉴욕으로 왔으며 이 중 약 6만5000 명이 노숙자 보호소에 머무는 것으로 집계된다. NYT는 "많은 신규 이민자가 물가가 비싼 이 도시에서 살아남을 방법을 필사적으로 찾고 있지만 합법적 일자리를 구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먹을 것을 파는 것이 그들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