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희의 100세 건강 [52] 의사협회 ‘한특위’의 생뚱맞은 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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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봉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21 06:30:30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끌벅적하다. 일방적으로 몰아붙이는 정부와 국민 건강을 볼모로 한 의료계의 행태 모두 국민이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 와중에 생뚱맞은 대안이 나왔다. 연세대 의대 예방의학과 박은철 교수가 느닷없이 ‘한의대를 폐지하고 한의대 정원을 의대 증원에 이용하자’는 제안을 내놓은 것이다. 예방의학이 뭔지나 알고 하는 발언인지 모르겠다.

한의학은 원래 예방의학이다. 동의보감에 “잘 치료하는 의사는 병이 피모에 있을 때 치료한다. 그다음에는 병이 깊이 들어가 오장에 있을 때 치료하게 되는데 그때는 절반밖에 고치지 못한다”고 하여 조기 치료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허준은 병 치료법을 논하면서 특정 학파나 학설에 치우치지 말고 어떤 방법으로든 최선을 다해 질병을 빨리 치료하며 건강을 유지하여 장수하게 하는 데 주력할 것을 강조했다.

‘동의보감’에는 건강과 장수 및 예방을 위해 음식·기거·생활상의 주의사항과 더불어 정기를 보하고 강장을 도모하기 위한 각종 약재와 자연 식물이 많이 수록돼 있다. 또한 몸과 마음을 보양하며 장수하는 약물에 대해 서술했고, 정수를 보양하고 진기를 바르게 해서 원기를 보하고 노인을 젊어지게 할 뿐 아니라 온갖 허한 것을 다 보하여 주는 수많은 보약 복방과 단방을 기록하고 있다.

이렇듯 보물같이 귀한 우리 민족의 전통의학인 한의학을 없애려 하는 것은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동의보감’을 부정하는 행위이다. 뿐만 아니라 자기 나라 의학을 사랑하고 나서 다른 나라 의학을 접목하겠다는 마음가짐은 눈곱 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행태다. 한의대 폐지안이 나오게 된 밑바탕에는 대한의사협회 산하 ‘한방대책특별위원회(한특위)’가 한몫하고 있다.

한의사로서 그리고 국민으로서 2000년 전통을 이어 온 우리 민족 고유 의료를 어째서 지구상에서 영원히 없애려고 하는지 그 저의가 심히 의심스럽다. 의사협회에 한특위가 있다는 것을 국민은 알고 있었을까. 이들은 전통 한의학을 사랑하는 국민에게 큰 죄를 짓고 있는 것이다.

서양의료가 한계에 이른 현 시점에 서양에서는 한의학을 더 깊이 연구해 현대 의료에 접목시키려고 하는 마당에 한의학을 없애려고 하는 한특위의 활동과 한의대 폐지를 언급한 박 교수의 발언은 민족의학 말살 시도로 엄중한 죄이다. 의사협회는 한특위를 폐지하고, 박 교수는 한의학계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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