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민원에 유령처럼 대응하는 트립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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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경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3-18 00:02:30

온라인 여행 중개 플랫폼인 트립닷컴이 웹사이트에서 고객을 응대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인 회사 기본 정보 공개와 관련해 소비자의 알 권리를 충분히 보장하지 않고 있다.

트립닷컴의 주소지는 홈페이지에 필수로 게재해야 하는 항목 가운데 하나다. 트립닷컴은 온라인 비대면 채널인 홈페이지 또는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고객을 응대하고 있어 법령에서 정한 신원 고지에 따라 영업소가 위치한 곳의 주소를 공개해야 할 의무가 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 제10조 1항은 전자상거래를 하는 사이버 몰의 운영자는 소비자가 사업자의 신원 등을 쉽게 알 수 있도록 △상호 및 대표자 성명 △영업소가 있는 곳의 주소(소비자의 불만을 처리할 수 있는 곳의 주소를 포함한다) △전화번호·전자우편주소 △사업자등록번호 △사이버 몰의 이용약관 △그 밖에 소비자보호를 위해 필요한 사항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총리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트립닷컴은 글로벌 여행사 중개 플랫폼이지만 서울 종로구 청진동이라는 한국에 사업상 주소지를 두고 별도의 한국 지사를 운영하고 있다.

트립닷컴은 한국 전용 홈페이지를 개설해 한국어 기반 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한국에서 생성된 예약은 한국 지사에서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예약 관련한 단순 문의·일반 민원 상담·항의성 고충 민원 상담은 한국 지사로 바로 유입되기 때문에 소비자의 불만을 직접 수신하고 처리를 하는 한국 지사의 주소는 반드시 공개되어야 한다.

그러나 트립닷컴은 고객의 문의나 컴플레인성 민원을 자사의 고객센터로 직접 받으면서도 고객센터 위치를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고객과의 직접 대면 및 접촉을 피하고 있다. 더욱이 언어적 문제로 한국 고객의 문의를 직접 처리할 수 없는 해외 본사의 주소를 노출시키는 식으로 책임을 회피해 문제가 제기됐다.

특히 해외 본사는 고객의 문의가 항의성 민원으로 진행될 경우 관할기관이 달라 처리할 능력이 없다. 그럼에도 영문으로 된 본사의 주소를 회사의 공식 홈페이지에 등록함으로써 고객이 회사의 정보를 올바로 검증할 수 없도록 했다.

이와 관련 트립닷컴 관계자는 “트립닷컴은 고객센터 사무실이 별도로 존재하지만 내부 직원의 신변 보호 차원에서 외부 노출을 극히 꺼려 하고 있다”며 “이는 1차 고객 문의가 들어왔을 때 문의사항을 해결하지 못해 강성 민원으로 발전하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이라면서 “고객이 사무실로 찾아오거나 2차 가해를 입힐 수 있다는 우려가 항상 있어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이어서 “처음부터 고객 한 명의 문의사항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는다”면서 “원칙적으로 고객의 문의사항을 잘 경청하고 해결하려는 의지가 거의 없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한 뒤 “고객의 불만족이 나타난 뒤 폐쇄적이고 소극적으로 보호하려는 후속조치를 하기 전에 고객의 문의를 한 번이라도 진정성 있게 처리하려는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여행사뿐 아니라 고객을 응대하는 서비스업에서 고객 상담을 비대면으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고객을 최전선에서 응대하던 고객센터도 외부에서 내부로 모습을 감추는 추세다. 그러나 최일선에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고 꼭꼭 숨어 버리면 고객의 문제를 해결해 주는 서비스업이라는 본연의 의미와는 모순될 수밖에 없다.

이유경 기자 leeyk@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