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크립토스프링’ 도래… 디지털금융 강국 계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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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테크·암호자산 등 디지털금융으로 금융 지형 급변화
한국은 기술면에서 세계적 강국, 규제만 혁파되면 돼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18 06:31:40

14일 비트코인 가격이 7만3000달러를 넘어서며 또 최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한국 시장에서는 1억 원을 넘어섰다. 2022년 11월 1만6000달러대였던 점을 상기하면 1년 4개월여 만에 4.5배가 급등한 것이다.

2020년 초부터 코로나19로 침체됐던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미국연준이 다시 제로금리정책을 시행하면서 오르기 시작한 비트코인 가격은 2021년 11월 6만4000달러대까지 상승했다. 그 후 코로나19가 진정되며 경기가 회복되고 물가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미국 연준은 2022년 초부터 금리를 단계적으로 인상하기 시작했다.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지속으로 비트코인 가격은 급락을 지속하는 이른바 크립토윈터를 겪으면서 2022년 11월 1만6000달러대까지 하락했다.

그러나 지난해 초부터 상승하기 시작해서 3분기 들어서면서 급등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미국의 금리인상 행진이 멈추고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xchage Traded Fund·ETF)의 승인이 전망되면서 상승세로 돌아섰다. ETF란 특정 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를 거래소에 상장시켜 주식처럼 거래할 수 있도록 만든 펀드이므로 비트코인 현물 ETF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서 승인난다는 것은 많은 자금이 비트코인 매입을 위해 투자된다는 의미다. 당연히 비트코인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의 현물 비트코인 ETF가 두 달 만에 약 20만 개의 비트코인을 사들였다고 가상화폐 전문매체 코인데스크가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4월 중에는 비트코인 반감기가 도래한다. 하반기에는 미국연준의 금리인하가 예상되고 있다. 한마디로 비트코인 가격의 상승을 견인할 수 있는 여건들이 조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비트코인은 2009년 1월에 출시되었다. 이제 출시 15주년을 맞아 크립토스프링이 도래하고 있다. 너무 급등하면 단기적으로 급락이 있을 수도 있다. 금융시장에서 언제든 주의해야 할 점은 비이성적 과열이다. 비이성적 과열을 유의하면서 투자자들은 4월 반감기와 미국의 금리인하가 비트코인 가격에 미칠 영향을 면밀히 분석하고 점검하면서 투자하는 자세를 가져야 할 것이다.

한국 금융에 중요한 점은 이번 크립토스프링을 디지털금융 산업의 도약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점이다. 과거 공교롭게도 문재인정부 초기 2017년 초 글로벌 코인공개(initial coin offering·ICO) 붐으로 암호화폐 산업이 새로운 전기를 맞이했을 때 불행하게도 한국은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고 심지어 ‘돌덩어리’로 규정했다. 블록체인은 인정하지만 암호화폐는 안 된다며 같이 가야 발전할 수 있는 ‘바늘과 실’의 관계를 단절시키는 어리석은 규제 일변도 정책을 문 정부 내내 지속했던 것이다. 그 결과 당시 세계 선두에 있던 한국의 코인들과 거래소들은 추락을 면치 못했다. 당연히 디지털금융은 낙후를 지속했다.

이번 모처럼 다가온 크립토스프링을 한국의 크립토자산 산업을 기반으로 한 금융산업 발전의 중요한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하고, 이 흐름에 뒤처져서는 안된다. 한국의 전통 금융은 금융당국의 막무가내식 규제로 낙후되고 있다. 과거 노무현정부에서 동북아금융중심지 정책을 기치로 걸고 여의도에 국제금융센터를 건립하고 대학에 금융전문 MBA과정을 개설하는 등 여러 정책을 추진했으나 핵심 문제인 규제개선을 이루지 못한 채 지속되어 금융중심지는커녕 외국금융회사들이 오히려 한국을 떠나고 있는 실정이다.

이제 금융의 지형이 급속도로 핀테크·암호자산 등 디지털금융으로 바뀌고 있다. 한국은 디지털금융의 인프라인 스마트폰·반도체·인공지능 기술면에서는 세계적인 강국이다. 다만 규제만 혁파되면 된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올해 7월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여전히 규제 중심이다. 진흥을 위한 법규와 정책이 나와야 한다.

증권형토큰을 증권토큰발행(Security token offering·STO)이라는 형태로 허용하고 있지만 이 정도로는 암호자산 산업의 글로벌 발전 추세를 따라잡지 못한다. 지불형토큰 유틸리티토큰도 정책의 대상으로 포함해야 할 것이다. 현물 ETF가 미국에서는 11개 승인되었고 홍콩도 8개를 심사 중이다. 한국도 조속히 이를 도입해야 할 것이다.

거래소 독과점 상태도 해소되어야 한다. 거래량이 한국의 절반인 일본에서도 20여 개의 거래소를 운용 중이다. 현재처럼 통장개설 은행이 이상거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은 무리다. 전통 금융의 금융정보분석원(FIU) 같은 가상자산분석원(VIU) 설립도 필요하다. 규제프리 ·법인세 50년 면세·영어 공용화 등 혁신적인 정책으로 현재 2000여 금융회사를 포함한 4000여 회사가 입주해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있는 두바이국제금융센터 같은 실효성 있는 블록체인특구 조성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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