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희의 100세 건강 [47] 정복되지 않은 홍역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한봉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2-15 06:30:30

요즘 홍역과 관련된 뉴스가 많다. 백신 접종으로 홍역을 정복했다고 생각했는데 최근 홍역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홍역은 기침 또는 재채기를 통해 공기로 전파되는 전염성이 매우 강한 호흡기 감염병으로 감염되면 발열과 발진 등이 나타난다.

홍역의 임상 양상은 증식기·전구기·돌발기·회복기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증식기는 바이러스가 인체에 침투하여 증식하는 시기로 증상이 발생하기 전 단계이다. 전구기는 갑자기 38~39도 열이 나고 콧물·눈물·재채기·기침이 나며 입맛이 없고 토하거나 설사를 하기도 한다. 2~3일 안에 입안점막반점(koplik)이나 출혈성 점막진이 나타난다. 돌발기에는 전구기 끝에 내렸던 열이 다시 오르면서 귀 뒤쪽·얼굴·목·가슴·몸통·팔다리에 좁쌀알 또는 흰쌀알 크기의 발진이 올라오고 4일째부터는 돋았던 순서로 사라지게 된다.

회복기에는 피부가 탈락되고 박리되면서 입 주위가 지저분해지고 착색이 동반되며 심한 경우 여러 가지 합병증이 나타난다. 한의학에서 홍역은 단계별로 풍열증·폐열증·폐위음허증으로 구분하고 매 단계마다 서로 다른 약물과 변증시치로 치료해 왔다. 풍열증은 전구기에 해당하는 증상으로 육음사기가 인체의 체표에 있기 때문에 해표제를 사용하여 신량해표투진(辛凉解表透疹)법으로 승마갈근탕을 위주로 치료하였다.

돌발기에는 증상이 더 심해져 폐열증으로 번져 열이 높고 번조감이 있으며 입안이 마르고 숨이 차는 등 눈이 벌겋게 되고 발진이 돋으면서 잠을 잘 못 잔다. 혀는 붉고 누렇게 설태가 끼며 맥이 빨라진다. 청열해독투진(淸熱解毒透疹)법으로 갈근해기탕을 쓰거나 폐렴이 합병되면 마행석감탕을 써서 치료한다.

한바탕 소동이 지나 회복기에 들어서면 열이 내리고 발진이 사라지면서 폐위음허증으로 변하게 된다. 이때는 양음생진(養陰生津)법으로 사삼맥문통탕을 달여 복용한다. 생후 6개월까지의 신생아는 모체로부터 받은 면역으로 일시적인 저항력을 가지지만 이후 면역력이 없어지기 때문에 지역 사회에서 홍역이 유행하는 경우 통상적인 MMR 접종 시기보다 빠른 시기에 백신 접종을 하기도 한다.

홍역은 회복 후 영구적인 면역을 획득하게 되어 옛날에는 일부러 홍역 걸린 집에 데리고 가거나 감염되게 하여 면역을 가지게 했던 시기도 있었다. 가벼운 전염병이라 생각해 방심하지 말고 건강관리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한봉희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