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방만한 준조세 부담금 전면 개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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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준조세가 기업 글로벌경쟁력·투자 의욕 저하
철저한 분석으로 불필요한 부담금 폐지·통폐합해야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22 06:31:10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불합리하게 부과되고 있는 법정 부담금에 대해 전면 개편을 지시했다.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민생정책 추진에 대한 의지의 표명으로 보인다. 이날 국무회의에는 불합리한 부담금 일부를 폐지·통합하는 ‘부담금관리기본법’ 개정안이 정부안으로 상정돼 의결됐다. 윤 대통령은 “국민과 기업의 부담을 실제로 덜어 주려면 현행 부담금을 전수조사 해서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1961년 도입된 부담금 제도를 63년 만에 대수술하라고 지시한 셈이다.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가 발간한 ‘2024년 부담금운용종합계획서’에 따르면 부담금 징수액은 올해 24조6157억 원으로 계획되어 있다. 금년도 예산 656.9조 원의 3.7%에 달하는 규모로 2024년 예산 법인세 77.7조 원의 31.7%에 달하는 액수다. 법인세도 높은 수준이어서 기업에 부담을 주고 있는데 법인세의 31.7%에 달하는 부담금을 추가적으로 징수하는 바람에 준조세 부담이 과중해져 기업의 글로벌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부담금의 갯수는 2000년 98개에서 2002년 102개로 늘어나자 2002년에는 무분별한 부담금 신·증설을 막기 위해 부담금관리기본법이 시행된 바 있다. 하지만 그동안 폐지된 부담금은 미미해 현재 부담금은 91개에 이르고 있다. 20년 이상 유지되고 있는 부담금만 67개로 전체의 73%에 달한다.

세계 주요국들이 자국 기업의 글로벌경쟁력 제고와 기업투자 유치를 통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 법인세 인하·규제 혁파 등을 과감하게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과도한 준조세가 기업의 글로벌경쟁력과 투자 의욕을 저하시키고 궁극적으로는 투자 위축에서 비롯된 일자리 감소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

법정 준조세는 국가재정을 충당하는 수단이며 국가에 금전 지급 의무를 진다는 점에서 조세와 다름없지만 부과 대상이 공익사업과 관계가 있는 특정 집단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 조세와 다를 뿐이다. 그런데 투명하지 않거나 법률적 근거도 없는 징수로 조세법률주의와 조세민주주주의가 퇴색되고 있다. 부과 요건과 산정 기준 등을 시행령 등 하위법령에 위임하거나 부과 요건이나 사용 내역이 공개되지 않는 준조세도 많은 등 투명하지 않는 법정 준조세의 징수로 조세법률주의가 퇴색되고 국민의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 헌법재판소는 교통안전분담금·택지초과소유상한부담금·문예진흥기금 등을 위헌으로 결정한 바 있다(2009). 감사원은 공정거래위원회 과징금 개선 요구(2003), 법제처는 13개 법령 개선 요구(2005), 국회도 하위법령 위임 개선 요구(2005)를 한 바 있다.

국민건강증진기금은 국민건강증진사업 외에도 건강보험재정 지원에 절반 정도 사용되는 등 부담금의 설치 목적과 사업 내용 간의 연관성이 약해 부과 및 관리 운용의 개선이 필요하다. 환경개선부담금은 부담금의 취지가 구체적이지 않고 부과 대상도 경유자동차 사용이 아니고 소유에 부과되는 등 적절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법률적 근거도 없이 법정 준조세 징수로 조세민주주의가 퇴색되고 국민의 재산권 침해 소지도 있다. 지방자치단체의 경우 법률 근거도 없이 조례나 지침을 제정해 부담금을 징수하는 사례가 다수 있는 실정이다.

부담금은 기금 특별회계 공공기관에 주로 사용되는데 한번 설치되면 준조세라는 안정적이면서 저항이 적은 재원이 되기 때문에 폐지가 쉽지 않고 유사 중복 사업이 많은 등 방만하게 운용되는 사례가 많다. 이들 기금 특별회계 공공기관의 방만한 운영은 준조세 증가의 원인이 된다. 이는 기업 부담을 증가시켜 기업의 글로벌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공공부문 비대화·민간 활력 위축·자유경쟁 제한 등의 부작용도 야기하고 정부의 공공부문 개혁 정책에도 역행된다.

기업에 대한 과중한 준조세 부담을 경감시키는 게 가장 중요한 과제다. 각종 부담금·기부금 등에 대한 획기적 축소 대책을 추진해야 한다. 기금과 특별회계를 상시 평가하고 통폐합·단순화해서 준조세를 원천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적게 거두어 효율적으로 사용한다는 원칙하에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현과 국민의 재산권 보호에도 기여해야 한다. 부담금 부과요율을 하위 시행령이 아닌 법률에 명시하는 등 부과 요건을 명확하게 규정해 자의적 부과를 배제하고 국민의 재산권 침해 소지를 제거해야 한다. 법정준조세의 징수 내역·사용 내역과 효과를 국회에 보고하고 국민에게 투명하게 공개하는 등 투명성도 제고해 불필요한 준조세 징수를 근절하고 ‘국민부담률 총량제’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 63년 만에 대수술을 하는 만큼 철저한 분석을 토대로 불필요한 부담금은 폐지하고 통폐합해 기업과 국민의 부담을 줄여 경제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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