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역대급 대(對)중국 무역 적자, 무역정책 점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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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정부 친중 정책으로 태양광 패널 등 중국산 천지
반도체 착시로 대중 무역구조 대응 제대로 못 해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25 10:30:28

대(對)중국 수출이 감소세를 이어 가며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대중 무역적자가 180억 달러에 달해 연말까지 200억 달러에 육박하는 역대급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대중국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것은 31년 만이다. 한중 수교를 맺은 1992년엔 적자를 기록했지만 1993년부터는 줄곧 흑자를 지속해 왔는데 올해 적자를 낸 것이다.

한국의 지난해 대중국 수출은 대(對)미국 1098억 달러, 대(對)베트남 610억 달러, 대(對)일본 306억 달러에 크게 앞서는 1558억 달러를 기록했다. 중국이 한국 1위의 수출 시장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1위 수출 시장에서 무역수지가 적자로 전환하고 있다는 것은 우리의 무역정책을 재정립해야 할 때라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한국은 중국과 1992년에 수교한 후 2014년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수교 이후 1993년에 122억 달러에 불과하던 흑자가 자유무역협정 체결 직전 2013년에는 628억 달러로 크게 증가하는 등 수교 이후 줄곧 증가세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2013년 정점을 찍은 이후 2014년부터 대중 무역수지 흑자가 줄어들기 시작했다. 여기서 왜 2014년 자유무역협정 체결 후 무역수지 흑자가 감소세로 돌아섰느냐가 우리가 살펴보아야 할 중요한 포인트다.

당시 한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다소 급하게 체결된 한중자유무역협정이 크게 잘못되었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우선 자동차·반도체·디스플레이·고기술 철강·고기술 화학제품·고기술 선박·고기술 기계류·고급의류·화장품·금융산업 등 한국이 기술 우위에 있는 품목은 대부분 제외됐다는 것이다. 자동차에 22.5~25%의 관세가 부과되는 등 완성품 수입차에 대한 고율의 관세로 중국 현지 생산을 유도해 기술개발을 하고자 하는 중국 전략에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기술우위 품목의 중국시장 점유를 확대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 것이다. 중국은 고기술 제품들을 철저히 보호하면서 2010년대 중반부터 추진된 ‘중국 제조2025’ 등의 정책을 통해 기술 개발에 힘쓰는 한편 중국에 진출한 해외 기업들로부터 기술 이전을 받아 이제는 웬만한 중간재는 자체 생산하게 되어 중간재를 중심으로 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이 감소하게 된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중국에 비해 기술은 우위에 있지 않으면서 당시 약 6배 정도 임금수준이 높아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반 범용(汎用) 제품은 대부분 자유무역 대상에 포함되어 한국 상품이 중국 시장을 파고드는 데 한계가 노정된 반면, 중국 제품의 한국 시장 점령 기회만 제공한 꼴이 되고 말았다는 것이다. 지금 태양광 패널을 비롯해 로봇·드론·전기차에 이르는 범용 제품들은 중국산 천지가 되고 말았다. 한국 산업이 궤멸 지경에 이르고 있는데도 친중 정책을 노골적으로 견지해 온 지난 정부는 국내 생산에 위협을 줄 수 있는 수입 증가로부터 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제품의 수입을 일시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 등 세계무역기구(WTO)가 보장하고 있는 ‘세이프가드’조차 발동하지 않아서 피해가 더욱 커지고 있다. 오히려 중국이 걸핏하면 한한령으로 한국에 피해를 주고 있는데도 속수무책인 실정이다.

자유무역협정 체결 이후 한국의 대중국 수입은 크게 증가했다. 2013년에 831억 달러였던 대중국 수입이 2022년에는 1546억 달러로 크게 증가했다. 반면 2013년 1459억 달러였던 대중국 수출은 2022년 1558억 달러로 상대적으로 완만한 증가세를 보여 왔다.

특히 이 가운데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국 수출은 2013년 1238억 달러를 정점으로 하락세를 지속해 지난해에는 1024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반면 반도체 수출은 2013년 220억 달러에서 2022년 534억 달러로 두 배 정도 증가했다. 한국의 대중국 반도체 수출은 기술 수준이 한국보다 낮은 중국이 반도체 굴기정책을 추진하면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00억 달러 내외의 수준을 유지해 왔다.

그동안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국 수출이 감소세를 지속해 왔는데도 한국은 반도체 착시에 가려 반도체를 제외한 대중 전체 무역구조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대응을 하지 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그러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제동을 걸려는 미국의 정책으로 한국의 반도체장비 대중국 수출에 제동이 걸리면서 금년 들어 11월까지 대중국 반도체 수출이 335억 달러로 큰 폭 줄어들면서 대중국 무역에서 적자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한중자유무역협정 재협상을 포함해 한국 무역정책을 전면 재정립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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