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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로 인류는 또 다시 중대한 위기에 봉착했다. 제2차 세계대전 이래 최대 위기, 탈냉전시대의 종언이 지적되던 우크라이나전쟁마저 존재감을 잃고 있을 정도다. 7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향해 첫 20분 동안 로켓 5000발을 발사했으며 ‘로켓 90% 이상 격추할 수 있다’던 이스라엘의 대공 방어시스템 아이언돔이 뚫렸다.
한반도 안보에 대한 경각심도 새삼 높아지고 있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정보력· 기술력을 자랑해 온 이스라엘 양대 정보기관 신베트(국내정보)·모사드(해외정보)와 방위군 모두 하마스의 공세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점이 큰 충격을 준다. 우리나라는 어떨까. 국내 군 당국은 북한 역시 장사정포 등을 활용한 대남 기습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
나아가 국방부는 북한이 내달 우리나라에서 열릴 한·유엔사 회원국 국방장관회의 등을 계기로 핵·미사일 도발 위협을 높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더욱이 심각한 식량난과 경제정책 실패 속에 내부 불만이 고조된 북한으로선 외부의 적을 극대화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7차 핵실험 등 다양한 전략·전술 도발을 시도할 수 있다는 게 국방부의 부연 설명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높아져만 가는 가운데 대한민국 안보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우선 문재인정부가 2018년 4월 남북정상회담 당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판문점선언에 합의한 뒤 체결한 9.19남북군사합의서 탓에 대한민국은 육·해·공 전방위로 북한군 동향 파악에 큰 제약을 받고 있다.
아울러 무기거래 의혹이 꾸준히 제기되는 북한과 러시아 관계가 9월13일 정상회담을 거치며 급속도로 친밀해졌다. 대한민국 안보에 먹구름이 짙어진 셈이다. 13일 본지는 김태우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실장이자 전 통일연구원장을 만나 우리의 안보현실과 해법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9.19 남북군사합의서 효력을 중지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왔다.
효력 정지시키는 것이 옳다. 북한 도발이 반복되면 폐기로 가야 한다.
-9.19 남북군사합의서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군비통제원칙에 맞지 않다. 군비통제를 하는 이유는 서로 안전해지기 위해서다. 서로가 지켜야 하는 조치를 합의하고 나서 그게 지켜지는지 점검해야 한다. 그런 것 없이 도장만 찍었다면 실속 없는 외교문서에 지나지 않는다. 9.19남북군사합의서는 검증장치가 없다. 출발부터 틀렸다.
공자(공격자)와 방자(방어자)를 구별하지 않았다는 사실이 그 다음 문제점이다. 대한민국은 국제사회와 교류하면서 경제성장을 하는 나라다. 북한을 침공해 전쟁을 할 나라가 아닌 것이다. 반면 북한은 교류를 하지 않는 고립된 나라, 남한 사회를 분열하기 위해 간첩을 보내고 주체통일 사상의 나라다. 애초부터 자급자족 자립경제를 지향했으며 대남적화를 포기한 바 없다.
따라서 대한민국이 방자, 북한은 공자인데 남북합의서를 보면 이 구별이 안 된다. 예를 들어 서해 평화수역에서는 등거리 면적 원칙부터 지켜지지 않았다. 남북 간 경계선을 기준해 북쪽으로 얼마 남쪽으로 얼마 정해놓고 그 안에서 적대행위를 하지 말자고 했는데 우리에게 불리한 조건이다.
또 문재인정부는 남북한이 각각 비무장지대 초소를 11개씩 줄였다고 자랑했다. 그러나 북한군 초소는 160개가 넘고 우리 측은 그 3분의 1에 불과했다. 이 상태에서 11개를 줄이니 어떻게 됐겠나? 이스라엘을 보라. 팔레스타인 경계선에 정찰·감시자산을 설치해 놨지만 이번 사태에서 어땠나? 아무리 첨단장비를 써도 사람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게 있다.
남·북한 똑같이 비무장지개 초소 11개씩 줄였으니 공정하다는 것은 황당한 논리다. 가장 큰 문제는 공중이다. 남북군사합의 때문에 경기도·강원도 지역 각각 20km 40km씩 비행기가 못 들어간다.
한국전쟁 정전협정 이후 휴전선 일대에 정찰자산을 띄어 북한 동향정보를 파악하고 위험한지 아닌지 분석했다. 1년 365일 하루도 빠짐 없이 이렇게 해왔기에 대한민국이 생존할 수 있었다. 그런데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면 더 멀리서 찍어야 하고 화질과 정확도가 떨어진다.
공자인 북한군은 정찰자산을 띄울 필요 없다. 문재인정부는 남북한이 등거리 면적으로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했다며 ‘공정’하다는데 과연 그럴까? 공자·방자 구분을 못한 것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다. 평범한 시민과 강도가 한 동네 산다고 가정해보자. 도둑이 시민한테 동등하게 폐쇄회로TV 설치하지 말자고 하면 그게 ‘공정’인가?
일부 정치인은 북한 도발이 줄어들었음을 성과로 든다. 하지만 여전히 북한은 핵도발과 핵실험을 한다. 북한이 기습공격을 할 경우 우리를 과거보다 훨씬 불리하게 만들어 놓은 게 9.19 군사합의서다.
-윤석열정부는 친밀해진 북·러 관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나?
한·미·일 안보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그것을 기본으로 하되 중국과 러시아같은 나라에겐 지나치게 적대적 관계가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
일각에서 러시아가 북한에게 핵추진 잠수함 기술 등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그러면 우리나라도 K-9 자주포 같은 우수한 재래무기를 우크라이나에 주겠다며 러시아를 압박·협박할 수 있다. 물론 바람직하진 못한 접근이다. 먼 미래와 장기적 관계를 생각해 결정적인 적대관계로 가지 않으면서 러시아가 우리나라를 의식하도록 만들어야 한다.
-북한의 7차 핵실험은 언제가 될 것 같나?
북한에게 7차 핵실험 능력이 있다는 것, 그것이 가장 심각한 현실이다. 시기는 엿장수 마음대로랄까…. 김정은이 결정한다. 따라서 아무도 모른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이라면?
우선 북한의 기습공격을 용이하게 만들 9.19 군사합의 효력 중지 필요성을 재인식시킨 점이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가 국제전으로 확전될 가능성이 있다. 우크라이나전쟁 진행 중에 이·팔 전쟁이 발발했다.
미국은 이스라엘도 우크라이나도 도와야 할 처지다. 이런 형국을 틈타 중국이 대만을 침략하면 다음 목표물은 어디일까? 바로 한반도다. 이처럼 엄중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정치인들은 권력싸움만 한다. 젊은이들 역시 이 같은 이야기에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런 점을 염두에 두고 윤 정부가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군대도 재건해야 한다.
◆김태우 프로필 △1950년 생 △영남대 경영학과 졸업 △미국 뉴욕주립대 정치학 석·박사 △공군정책발전자문위원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해군발전자문위원장 △대통령 직속 국방선진화 추진위원 △한국국방연구원 대외협력실장 △제11대 통일연구원 원장 △한국군사문제연구원 핵안보연구실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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