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 Talk] ‘포모 증후군’이 주도하는 아찔한 韓증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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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3-08-07 00:02:30

아침에 일어나 스마트폰을 켠 뒤 SNS에 접속한다. 화려하고 남부럽지 않게 살아가는 많은 이들을 발견할 수 있다. 누구는 강남 아파트를 장만했고 누구는 값비싼 외제 차를 샀고 누구는 해외여행을 떠나 자유를 만끽하고 있다. 숨이 턱 막힌다. ‘나도 열심히 살았는데 왜 뒤처지고 있을까…’ 하는 우울함이 온 몸을 감싼다. 이러한 증상을 ‘포모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포모(FOMO) 증후군이란 ‘소외되는 것에 대한 두려움(Fear Of Missing Out)’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단어와 증후군(Syndrome)을 합친 말이다. 우리말로 ‘소외불안 증후군’ 또는 ‘고립공포증’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자신만 뒤처지고 놓치는 것 같은 불안감이나 두려움을 뜻한다. ‘매진 임박’ ‘한정 판매’ 같은 마케팅 용어도 이런 심리를 활용한 사례다.

최근에는 주식시장에서 포모 증후군이 나타나고 있다. 초전도체 테마주를 빠르게 사들여 2차전지 투자로 대박을 터뜨린 이들처럼 자신도 많은 수익을 거둬야 한다는 심리다. 규모는 엄청났다. 초전도체 관련주로 꼽힌 덕성의 4일 거래대금은 4621억 원으로 퀀텀에너지연구소의 상온 초전도체 논문이 공개되기 직전인 지난달 27일(3억 원) 대비 1500배 폭증했다. 또 다른 관련주인 서원도 27일 1억5000만 원이던 거래대금이 4일 2239억 원으로 대폭 늘어났다.

포모 증후군에 너무 기댄 탓일까. 변동성은 컸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3일까지 서남은 221%, 덕성은 163%, 모비스는 125%, 신성델타테크는 108%, 서원은 80% 올랐지만 상승세는 금세 멈췄다. 4일 덕성은 장초반 21% 급락하다가 이후 17% 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보인 끝에 5.26% 내리며 거래를 마쳤다. 같은 날 모비스(-28.3%)·국일신동(-25.0%)·신성델타테크(-24.65%)·원익피앤이(-19.89%)·서원(-14.64%) 등 나머지 관련주도 모두 하락 마감했다.

사실 어느 정도 예상된 결과였다. 퀀텀에너지연구소에서 상온 초전도체라고 주장한 물질(LK-99)이 상온 초전도체로서 공식적으로 입증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설령 LK-99가 상온 초전도체로 인정받더라도 테마주로 분류된 기업들이 초전도체 관련 비즈니스모델이나 수익원을 갖추고 있지 않아 우량 또는 성장 업종처럼 오랜 기간 상승세를 이어갈지도 의문이다.

초전도체 열풍은 누군가 특정 종목을 사서 올랐다는 소문을 듣고 따라 사고 해당 종목이 떨어졌다는 소문을 듣고 파는 거래였던 셈이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올 6월까지 코스피·코스닥 일별 거래대금 대비 순매수 수치 평균은 기관과 외국인, 개인 순으로 높았다. 개인의 경우 당일 시세차익을 위한 ‘단타 거래’가 많았다는 의미다.

과거를 되짚어 봐야 한다. 포모 증후군은 소수에게 ‘대박’을, 다수에게 ‘쪽박’을 안겨 줬다. 2000년대 초반 닷컴버블, 2017년·2021년 비트코인 광풍, 2020년 부동산 ‘영끌 빚투(영혼까지 끌어모아 빚내서 투자)’가 그랬다. ‘대박’을 친 소수에게 시선을 집중한 채 뒤처져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며 무작정 달려들었다. 그러고 나서 상투를 잡은 이들은 패닉에 빠졌다.

포모 증후군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한 가지 생각에 몰두할 수 있는 ‘싱글태스킹’이 강조되곤 한다.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을 추구하는 것도 탈출법 중 하나다. 주식 투자도 다르지 않다고 본다. 1개 업종 또는 기업에 대해 철저히 분석하고, 타인과의 비교 없이 스스로 판단해 투자를 결정한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