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희의 자기돌봄 요가] 피톤치드 샤워로 건강하게 여름 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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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 요가로 나를 치유하고 리셋하는 법

강윤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06 06:32:00

“숲속의 대표적인 치유 물질이 뭘까요?”라고 질문하면 이구동성으로 “피톤치드!”를 외친다. 7·8년 전과는 다르게 피톤치드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러나 피톤치드를 제대로 알고 그 효과를 누리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대부분 피톤치드를 숲에서 나는 ‘상쾌한 향기’ 정도로 알지만, 피톤치드는 자연이 무상으로 제공하는 여름 보약이다. 4계절 중 여름 숲에서 가장 많이 뿜어져 나온다. 덥다고 냉방기 앞을 떠나지 못하고 숲을 멀리한다면 큰 혜택을 놓치는 셈이다.

‘피톤치드’는 1937년 러시아의 생화학자인 보리스 토킨이 처음 사용한 용어다. ‘식물의’라는 뜻의 ‘phyton(피톤)’과 ‘죽이다’를 뜻하는 ‘cide(치드)’의 합성어로 나무가 박테리아나 곰팡이·해충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뿜어내는 물질이다. 이 방어물질인 피톤치드를 사람이 흡입하면 역설적으로 몸과 마음에 생기를 가져다준다.

피톤치드를 구성하는 화합물 중 가장 비중이 높은 ‘알파피넨’ 성분은 강력한 면역 세포인 NK(Natural Killer) 세포를 활성화시킨다. 실험실 연구에서는 알파피넨 성분 처리를 한 NK 세포의 활성도가 무려 8배까지 높아졌다. 피톤치드는 스트레스에도 약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의 수치가 최소 20%는 낮아진다.

피톤치드는 잎이 넓은 활엽수보다 소나무·잣나무·삼나무와 같은 침엽수에서 많이 나온다. 침엽수 중에서는 편백에서 가장 많이 방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산림청 조사에 의하면 연평균으로 따질 때 나무별의 차이는 별로 없다.

필자가 10여 년을 몸담았던 산자락의 힐링센터에는 지하에서 온종일 일하는 어느 직장인 그룹이 종종 힐링 연수를 왔다. 이들은 2박3일간 매일 ‘숲 치유 명상’ 프로그램과 요가 수련도 빠뜨리지 않았다.

그런데 이 그룹은 항상 특별한 요청을 해 왔다. 추운 겨울날에도 요가를 숲속에서 하겠다는 것이다. 신선한 공기와 햇살에 ‘한 맺힌’ 사람들 같았다. 숲에서 요가할 때면 찬바람에 손발이 시릴 텐데 불평하는 사람 하나 없었다. 숲에서 내려올 때 이들의 모습은 한결 편안하고 활기차 보였다.

한때 ‘산에서 암을 이기는 사람들’이라는 건강 TV 프로그램이 방영된 적이 있다. 책으로도 출판되면서 숲과 암 치유의 관계가 크게 주목받았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숲은 심신(心身) 건강의 원천이었고 과학적 연구를 통해 숲 치유의 놀라운 효과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피톤치드는 여름 보약, 매주 숲으로 가자

경험해 본 분은 알지만 잠깐만 숲길을 산책해도 기분이 전환되고 정신이 맑아진다. 두어 시간 숲길을 걸은 날은 잠도 잘 잔다. 우리가 할 일은 몸을 숲속에 데려다 놓는 것이다. 그러면 숲이 당신을 치유하고 초기화시킨다. 거기다 숲속 요가까지 한다면 더 바랄 게 없다.

숲속 요가는 가벼운 야외용 매트 하나 매고 숲으로 향하는 발걸음에서 시작된다. 거창하고 어려운 동작도 필요 없다. 데크 위나 나무 그늘의 편평한 곳에 매트를 깔고 앉거나 눕는다. 가만히 있고 싶을 땐 숨쉬기만 해도 된다. 숨을 내쉴 때는 평소의 얕은 호흡으로 폐 밑바닥에 가라앉아 있었던 먼지·찌꺼기들과 이산화탄소가 바깥으로 빠져나가고, 숨을 들이마실 때는 나무가 내어주는 산소와 피톤치드가 가득 들어온다. 나무와 호흡으로 하나 됨을 느끼는 ‘숲속 숨 요가’ 시간이다.

조금 움직이고 싶어지면 앉아서 숨을 들이마실 때 양팔을 앞이나 옆으로 들어 올리고 날숨에 내리기를 반복한다. 서서 하면 다리도 숲속 요가의 혜택을 누리게 된다. 들숨에 팔을 펼쳐 하늘을 향해 들어 올리고 날숨에 팔을 땅으로 내리며 상체를 숙인다.

무릎을 구부리며 엉덩이를 뒤로 빼고, 허리는 편 자세로 조금 내려앉았다가 일어나는 자세로 하면 요통 환자도 할 수 있다. 마치 새가 날개를 펼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가 땅으로 내려앉으며 날개를 모아 주는 느낌으로 하면 한 마리의 새가 된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이렇게 팔이나 전신의 움직임을 호흡과 같이 하면 숨이 깊어진다. 숨이 깊어지면 숲의 치유 물질들을 더 많이 받아들이게 된다. 숲의 치유 물질은 호흡기뿐만 아니라 피부 세포를 통해서도 흡수된다. 여름은 피톤치드 방출량이 많은 데다가 옷을 얇게 입으니 피톤치드 샤워에 최적인 계절이다.

숲속에서 활성화된 NK 세포는 숲 밖에서도 일주일간 유지된다고 한다. 7일 이후부터 조금씩 감소하여 약 한 달 정도면 원래 상태로 돌아간다. 매주 휴일마다 이른 아침 시간을 이용해 숲을 찾으면 이보다 좋을 순 없다. 그게 어렵다면 최소한 한 달에 한 번은 깊은 숲으로 들어가 보자. 피톤치드라는 여름 보약 한제를 공짜로 선물 받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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