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과 가짜뉴스의 수직적 카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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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공영방송과 가짜뉴스의 수직적 카르텔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2-10-11 11:02:25

가짜뉴스의 기원은 크게 두 가지다. 2016년 여름 발칸반도에 있는 마케도니아 대학생들이 거짓 언론사 이름을 붙인 가짜 기사들을 인터넷과 SNS에 퍼트리면서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렇게 올린 기사들의 클릭 수에 따라 구글·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사업자들이 통장에 돈을 꽂아주는 것을 보고 아예 전문적으로 가짜뉴스를 올리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것이다.

또 다른 기원은 러시아·중국 같은 이른바 권위주의 체제(authoritarian regime) 국가들이 정치적 의도를 가지고 만들어 확산시킨 가짜뉴스들이다. 정치적 패권을 장악하거나 강화하기 위한 것이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가짜뉴스를 서방 국가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갈등을 조성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하게 된다. 러시아는 부인하고 있지만 많은 전문가들은 2016년 미국 대통령선거와 2018년 영국 브렉시트 투표에 러시아가 퍼트린 가짜뉴스가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더 나아가 권위주의 국가들은 가짜뉴스를 주변 국가를 공격할 때 이를 정당화하기 위한 심리전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2016년 러시아의 크름반도 합병은 사실상 불법 점령이었지만, 가짜뉴스를 교묘하게 이용해 국제사회의 비난을 피할 수 있었다. 2013년 당시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이 만든 ‘물리적 폭력 수단과 사이버 심리전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전략’이 러시아 군사작전의 기본이 되고 있다.

그런데 마케도니아 대학생들이 만들어 올린 것 같은 흥미 또는 상업적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가짜뉴스와 권위주의 국가들이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확산시키는 가짜뉴스는 메커니즘이 전혀 다르다. 흥밋거리나 영리 목적의 가짜뉴스들은 주로 개인이나 군소 사이비 매체들이 직접 만들어 확산시키고 있다. 반면에 정치적 목적을 지닌 가짜뉴스들은 국가가 직·간접적으로 통제하고 있는 언론매체들이 만든 가짜뉴스를 트롤링 업체(troll farm) 등을 통해 조직적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러시아는 국영 국제방송 ‘RT(Russia Today를 위장하기 위해 약자로 개명)’와 국영 통신사 롯씨아세고드나의 자회사인 스푸트니크에서 만든 가짜뉴스들을 대·내외 사이버 심리전에 활용하고 있다. 국가가 국영 언론을 통해 생산한 가짜뉴스를 전문 업체들을 고용해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러시아 언론이 만든 가짜뉴스들을 원천 차단하는 이유다.

우리나라 역시 가짜뉴스에 몸살을 앓고 있기는 마찬가지다. 역설적으로 정보에 개방적이고 네트워크가 발달한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가짜뉴스에 훨씬 취약하다. 그러므로 첨단 네트워크를 자랑하는 우리나라는 가짜뉴스가 창궐하기 가장 좋은 조건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 편향된 기존 언론까지 가짜뉴스들을 마구 생산해 내고 있어 네트워크의 정치·사회적 신뢰도는 도리어 악성 진화하고 있다.

대부분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인터넷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가짜뉴스에 대응하는 방안으로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더욱 강화하는 정책을 모색하고 있다. 어차피 한계가 있을 수 있는 가짜뉴스를 통제하는 것보다 기성 매체들의 책무를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가짜뉴스를 걸러내기 위한 팩트체크 시스템에 신뢰받는 기존 언론을 함께 참여시키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대로 기존 언론, 특히 공영방송이라는 KBS와 MBC 그리고 공영방송으로 위장된 관제 방송들이 가짜뉴스 확산에 앞장서고 있다. 그 원인은 문재인 정권이 구축해 놓은 정권 친위 방송체제가 정권교체 이후에도 견고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정권 내내 일방적으로 정권을 비호하고 반대 세력을 비하하는 편파·왜곡 방송에 열을 올렸고, 선거 때마다 제5공화국을 능가하는 노골적인 가짜뉴스를 쏟아냈던 방송들이다. 이번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발언과 관련된 MBC 보도는 이처럼 지난 정권과 유착된 공영방송의 존재를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문 정권은 집권 내내 자신들에게 불리한 뉴스는 무조건 가짜뉴스로 매도하고, 이를 법으로 봉쇄하려 무진 애를 썼다. 유튜브 같은 인터넷 매체들을 규제하겠다는 입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였고, 정권 말기에는 정권을 공격하는 모든 매체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언론중재법 개정안도 밀어붙였다.

지금도 공영방송을 영원히 장악해 충성스러운 가짜뉴스 생산기지로 만들겠다는 ‘공영방송 영구장악법’을 추진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그동안 육성해 놓은 수많은 좌파 인터넷 매체와 유튜버들을 주축으로 가짜뉴스를 지속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좌파 가짜뉴스의 수직적 카르텔’ 형성을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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