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이익률 0%대에도 ‘트래블카드’에 사활 거는 카드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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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전 및 해외 ATM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 담은 ‘트래블카드’ 출시
신용판매 이익률 0%대 수준에서 경쟁 과열 시 수익성 악화 우려 커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2 11:04:00

▲ 카드업계에 따르면 주요 카드사는 해외여행 활기에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를 적극 출시하고 있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여행객들이 체크인을 위해 줄을 서 있다. 연합뉴스

카드사들이 해외여행객 모시기 경쟁에 나서고 있다. 해외여행 활기에 은행 계열 카드사를 중심으로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를 속속 내놓는 모양새다. 문제는 역마진 우려다. 환전 수수료 무료 등의 혜택을 내세운 만큼 0%대인 신용판매 이익률을 높이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KB국민카드는 22일 KB국민은행과 함께 여행 특화 체크카드 상품인 ‘KB국민 트래블러스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이 카드는 전 세계 33종 통화에 대해 최대 200만 원의 환전을 지원한다. 구체적으로 환전 및 재환전 시 환율 우대 100% 제공, 해외 자동현금입출금기(ATM) 인출 및 해외 가맹점 이용 시 수수료 100% 면제 등의 서비스를 담고 있다.

다른 카드사도 적극적이다. 하나카드는 최근 ‘트래블로그 체크카드’의 환전 수수료 무료 혜택을 제공하는 통화를 26종에서 41종까지 확대하고 환전 수수료 무료 기간을 연말까지로 연장했다. 2022년 7월 출시된 이 카드는 100% 환율 우대와 해외 결제 및 ATM 인출 수수료 면제를 제공한다. 트래블로그의 가입자는 2월 말 400만 명을 넘어섰고 누적 환전액은 1조 원을 돌파했다.

신한카드도 해외여행 카드 경쟁에 나섰다. 신한카드는 2월 신한은행과 손잡고 ‘신한 쏠(SOL)트래블’ 체크카드를 출시했다. 전 세계 30종 통화 환전 수수료 무료, 해외 결제 및 ATM 인출 수수료 면제 등의 혜택을 담고 있다. 전 세계 400여 가맹점에서 최대 10% 캐시백, 일본 3대 편의점 5% 할인, 글로벌 1200개 공항 라운지 반기 1회 무료 서비스 등의 서비스도 적용한다.

▲ 신한카드의 신한 쏠(SOL)트래블 체크카드‘와 하나카드의 ‘트래블로그 체크카드’. 각 사

우리카드는 올 상반기 중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를 선보일 계획이다. 지난해 8월 외화 충전·결제 서비스 플랫폼 트래블월렛과 손잡고 전 세계 38개국 외화를 충전·결제할 수 있는 상업자표시신용카드(PLCC) ‘트래블월렛 우리카드’를 출시하기로 했다. NH농협카드 역시 해외결제 특화카드 상품을 개발에 나서며 도전장을 내밀었다. 개발을 마친 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카드사가 해외여행 특화 카드에 주목하는 건 최근 해외여행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관광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2월 해외여행객은 528만2975명으로 1년 전(350만7193명)보다 50.6%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1·2월(553만277명) 수준을 거의 회복했다.

해외에서 쓰는 카드 금액도 상당하다. 올 1~3월 9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BC·NH농협)의 개인 신용카드 및 직불·체크카드 해외 이용금액은 4조7014억 원으로 전년동기(3조9478억 원) 대비 19.1% 증가했다. 2년 전(2조5341억 원)과 비교해 두 배 큰 규모다.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다만 해외여행 특화 체크카드가 카드사의 실적을 강화해 줄지는 의문이다. 점유율 경쟁 격화로 환전 및 해외 ATM 수수료 무료 제공 등의 혜택을 제공해 역마진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카드사의 영업이익률이 규모 대비 저조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카이데일리가 각 사 사업보고서와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전업 카드사 7곳의 신용카드 및 직불·체크카드 국내·해외 이용금액(구매전용 제외) 대비 영업이익율은 1%를 밑돌았다. 카드사별로 삼성카드 0.5%, 신한카드 0.39%, 롯데카드 0.26%, 하나카드 0.26%, 현대카드 0.24%, KB국민카드 0.24%, 우리카드 0.14% 순이었다. 이 수치가 낮다는 건 소비자들이 신용·체크카드를 많이 이용해도 카드사에 들어오는 이익이 크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해외 결제 카드와 관련해 카드사들이 비슷한 서비스로 출혈경쟁에 나서기보다는 차별 포인트를 둔 서비스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카드사들이 환전 수수료 무료 등 같은 아이템에 대해 지나치게 경쟁하기보다는 차별성을 갖고 접근하면 수익을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며 “(경쟁이 격화될 경우) 수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는데 중·장기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카드사마다 차별 포인트를 둬서 고객을 나눠서 확보할 수 있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