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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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커 A는 지인 11명과 공모해 비교적 가입이 손쉬운 TM보험계약을 통해 다수의 운전자보험·상해보험을 가입하고 나서 8건의 경미한 자동차 고의사고를 일으켰다. 장기 입원 후 후유장해진단서를 발급받아 보험금을 청구하는 수법 등으로 보험금 5억 6000만 원을 편취했다.
치과병원에서 근무하는 상담실장 B는 평소 알고 지내던 보험설계사 4명과 공모해 이미 치아질환이 있는 환자 36명을 유치한 후 이들이 보험에 가입하고 나서 치아치료를 처음 받은 것처럼 관련 진료기록을 위조해 80건의 보험계약으로부터 보험금을 2억 6000만 원을 뜯어냈다.
보험사기 규모가 1조2000억 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험사기범도 10만 명을 훌쩍 넘어섰다. 자동차 보험금을 타기 위해 허위 또는 고의로 사고를 저지른 경우가 많았다. 금융당국은 유관기관 등과의 공조를 통해 보험사기를 근절할 방침이다. 다만 보험사기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벌금형·불기소 등에 그치는 처벌 수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보험사기 적발인원 11만 명 육박
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보험사기 적발금액은 1조1164억 원, 적발인원은 10만9522명으로 집계됐다. 1년 전과 비교해 각각 346억 원(3.2%), 6843명(6.7%) 불어난 규모다. 1인당 1000만 원을 넘어선다. 집계한 시작한 2015년(6548억 원) 대비로는 두 배 가까이 급증했다.
보험사기 유형별로 보면 ‘사건내용 조작(6616억 원)’이 절반 이상(59.3%)을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다음으로 ‘허위사고(2124억 원)’, ‘고의사고(1600억 원)’ 등이 뒤를 이었다. 1년 전과 비교해서는 허위사고·고의사고가 11.0%·3.0%씩 늘어났고 사고내용 조작은 1.0% 줄어들었다.
종목별로는 ‘자동차보험(49.1%·5496억 원)’과 ‘장기보험(43.4%·4830억 원)’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내용을 보면 자동차보험은 운전자·피해물 등 조작·고의충돌 증가 등으로 전년 대비 771억 원(16.4%) 증가한 반면 장기보험은 허위 입원·수술 감소 등으로 338억 원(-6.5%)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30대·40대의 보험사기 적발인원은 14.5%, 10.3%씩 늘어나며 평균 증가율(6.7%)을 크게 넘어섰다. 20대는 고의충돌, 음주·무면허운전 등 자동차 관련 사기를 주로 저질렀고 60대 이상은 허위입원 등 병원 관련 사기를 자주 범했다. 직업 중에서는 무직·일용직(+26.4%), 회사원(+18.6%), 보험업종사자(+9.7%) 등의 순으로 증가율이 높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렌터카를 이용한 고의사고 대응 강화를 위해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렌터카공제조합과 긴밀히 협조해 기획조사를 추진하고 브로커와 병원이 연계된 조직형 보험사기에 대한 기획조사를 강화하겠다”면서 “경찰청·국민건강보험공단·생명손해보험협회 등과 공동으로 공·민영 보험사기 예방을 위한 교육과 홍보계획을 수립·추진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법정에서 유기징역 선고는 고작 20%
일각에서는 보험사기에 대한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와 ‘솜방망이’ 처벌 수준이 보험사기를 부추기고 있다고 보고 있다. 타인에게 직접 피해를 주는 범죄가 아니라 ‘경제적 강자’인 보험사의 돈을 조금 더 받아 가는 것일 뿐이라고 인식해 죄의식을 크게 느끼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현행법상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수위는 약하지 않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에 따르면 보험사기행위로 보험금을 취득하거나 제3자에게 보험금을 취득하게 할 경우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을 내린다. 상습범에 대해선 죄에 대한 형의 2분의 1까지 가중한다.
다만 실제 처벌 수위는 약한 편이다. 대검찰청·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보험사기(1만975건) 중 기소 처분은 3555건, 불기소 처분은 2337건, 불송치·수사중지 등 기타는 5083건으로 나타났다. 불기소는 대부분 기소유예로 끝났다. 2337건 중 2020건(86.4%)에 달했다. 이 기간 일반 사기죄 불기소(1만1696건) 기소유예 비중이 52.4%(6131건)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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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 [그래픽=윤수진 기자] ⓒ스카이데일리 |
기소로 넘어가도 대부분 벌금만 내고 끝났다. 보험사기 기소 처분(3555건) 중 약식재판을 청구하는 구약식은 1834건(51.6%)으로 절반이 넘었다. 통상 검사가 피고인에게 벌금형을 구형할 때 구약식을 활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기소 대부분이 벌금형으로 끝난 셈이다. 이 기간 일반 사기죄 기소(5만3369건)의 구약식 비중이 30%(1만5933건)에 그친 것과도 상반된다.
법정까지 간다고 한들 처벌이 강하진 않다. 대법원 등에 따르면 2021년 보험사기 1심 선고 결과를 보면 전체 2011건 중 자유형의 유기징역은 406건(20.2%)에 그친다. 재산형이 880건(43.8%)으로 가장 많았고 자유형의 집행유예가 542건(27.0%)으로 뒤를 이었다. 반면 일반 사기죄에서 유기징역 실형을 선고하는 비중은 59.3%(4만 4949건 중 2만 6656건)로 높은 편이다.
보험연구원은 작년 10월 발표한 ‘보험사기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서 보험사기방지법의 입법 취지를 살리기 위해 보험사기에 대한 엄정한 수사 및 처벌이 필요하다고 짚었다. 수사기준과 법원의 양형기준을 별도로 정립해 보험사기에 대한 처벌 원칙을 세워야 한다는 설명이다.
백영화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벌금형 위주로 처벌되는 현 상황에서 처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선 특히 업무나 직업상의 전문성을 이용해 보험사기 범행을 저지른 자에 대해 해당 업무･직업과 관련된 영업 정지나 면허 취소 등 행정제재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며 “보험모집종사자나 의료인 등이 보험사기방지법 위반으로 기소되거나 처벌을 받은 경우 범죄사실 등이 주무관청에 통보되고 사후 관리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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