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나토 가입… ‘세계 최대 군사동맹’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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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이어 32번째 회원국 스웨덴, 200년 만에 중립외교 탈피
친러 헝가리마저 핀·스 가입 용인… 발트해 러시아 포위
냉혹한 각자도생 시대… 외교 고차방정식 대응 절실

임명신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2-27 14:23:43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이 마지막 관문을 넘었다. 2022년 5월 스웨덴이 가입을 신청한 지 1년 9개월 만이다. 지난달 튀르키예에 이어 헝가리까지 스웨덴의 가입을 승인함으로써 나토는 발트해 거의 모든 지역에 대한 군사통제권을 확보했다. 세계 최대의 군사동맹이 된 셈이다. 우크라이나전쟁이 초래한 최대 지정학적 변화로 평가된다.

스웨덴의 경우 1814년 노르웨이와의 전쟁 이후 심지어 지구촌이 두 진영으로 뚜렷이 갈린 냉전 기간에도 내내 비동맹·군사중립 노선을 유지해 왔으나 200여 년 만에 외교 방향성을 대전환한 것이다. CNN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26일(현지시간) 오후 찬성 188표 반대 6표로 32번째 회원국 스웨덴의 가입안을 가결했다. ‘우리조국당’ 6석 외 모든 의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비준안은 라슬로 쾨베르 대통령 권한대행의 서명을 거쳐 나토 조약 수탁국인 미국에 전달된다. 이후 옌스 스톨텐베르크 나토 사무총장의 초대장을 받아 스웨덴이 나토 조약 동의를 담은 가입 문서를 미 국무부에 제출하면 모든 절차가 끝난다. 이르면 3월1일께 마무리될 전망이다.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는 “역사적인 날”이라며 “스웨덴도 유럽과 대서양의 안보를 책임질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졸탄 코바치 헝가리 정부 대변인은 자국도 유럽의 안보와 관련해 분명한 권리를 가진 국가임을 짚으며 스웨덴을 “나토에 더 나은 미래를 가져다줄 강력하고 신뢰할 만한 동맹”으로 표현했다.

스톨텐베르크 사무총장 또한 “스웨덴의 가입이 우리 모두를 더욱 강하고 안전하게 만들 것”, 유럽연합의 좌장격인 독일의 올라프 숄츠 총리는 “우리 모두의 승리” “나토와 유럽, 전 세계의 안보를 강화하는 일”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카린 장-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 역시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환영한다”며 헝가리 정부에 나머지 절차의 신속한 이행을 촉구했다.

스웨덴과 비슷한 시기에 가입신청을 한 핀란드는 지난해 4월 31번째 회원국이 됐다. 이들 두 북유럽 국가의 나토 가입은 튀르키예와 헝가리의 반대로 미뤄져 왔다. 반(反)튀르키예 소수민족 쿠르드가 스웨덴 이민자로서 영향력을 높여 온 점, 헝가리의 친러 성향 등이 주된 걸림돌로 작용했다.

나토 헌장상 ‘원칙을 지지하고 준수할 능력이 있는 국가’라면 언제든 가입을 신청할 수 있지만 ‘모든 회원국 만장일치로 승인’을 얻도록 돼 있다. 나토 역사에서 스웨덴과 핀란드의 합류는 1991년 소련 붕괴 후 동유럽 회원국들을 받아들인 이래 최대 사건이다.

무엇보다 유럽의 전략적 요충지로 꼽히는 발트해 대(對)러시아 방어력이 크게 높아졌다. 발트해 중앙의 스웨덴 고틀란드섬은 발트 3국(리투아니아·라트비아·에스토니아) 보호에 가장 중요한 거점이다.

발트해 연안의 상트페테르부르크와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 등은 석유·가스 등 러시아산 에너지의 주요 수출 거점이기도 하다. 러시아와 1340㎞나 국경을 맞댄 핀란드의 합류로 러시아 서쪽은 이미 나토 회원국들에게 완전히 포위된 상태다.

나토는 헌장 5조 ‘집단방위 조약’에 따라 1개 회원국이 공격 당할 때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해 무력 등 원조를 제공하게 돼 있다. 다만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州) 아우디이우카를 완전히 점령하는 동안 서방국들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지연되는 등 러시아 쪽으로 전세가 기우는 분위기였다.

우크라이나 추가 지원 예산안이 미 의회에서 표류하는 가운데 ‘미국 우선주의’를 외쳐 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사실상 공화당 대선 후보로 굳어진 현실도 큰 변수다. 이미 나토 방위비 대폭 증액 압박을 언급하는 등 나토의 집단방위체제가 위협에 처했다.

뉴욕타임스(NYT)는 “나토를 러시아 국경으로부터 멀어지게 하겠다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침공 명분 중 하나가 무력화됐다”며 “서방 세계와 러시아 간 세력 균형에 큰 변화”라고 논평했다. 갈수록 고차 방정식이 돼 가는 국제정치와 각자도생의 현실을 시사한다.

유럽연합에 보편적인 정치적 올바름(PC)주의와 선을 그으며 보수 행보를 펼쳐온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유럽 내 가장 강한 친러 성향으로 유명하다. 그런 그마저 지난주 크리스테르손 총리와 만난 자리에서 헝가리 공군이 사용 중인 스웨덴산 그리펜 전투기 14대 외에 4대를 추가 제공받기로 했다. 스웨덴은 자국 제트기 제조업체(Saab)의 헝가리 내 인공지능(AI) 연구센터 설립 노력을 약속하기도 했다.

임명신 기자 imms@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