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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정부가 한국전력공사(한전)의 자금을 끌어다 개교한 한국에너지공과대학교(KENTECH·한전공대)의 방만한 경영 실태가 논란이 되고 있다.
모기업인 한전의 총부채가 200조 원에 달하는 사실과 맞물려 한전공대의 존폐 논란으로까지 확산되는 가운데 한전의 누적 적자를 고스란히 떠안은 윤석열정부가 대대적 수술에 나서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28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한전공대 논란의 중심엔 교원들의 고액 연봉이 자리잡고 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해 한전 국정감사에서 발표한 한전공대 교원 연봉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22년 1월 말 기준 △총장 6억1550만 원 △석학 교수 4억2870만 원 △정교수 2억8270만 원 △부교수 1억9070만 원 △조교수는 1억5070만 원 수준이다. 15년째 등록금이 동결된 일반대학 교수의 평균 연봉이 1억 원이 채 되지 않는 것에 비하면 한전공대는 정교수가 일반대보다 약 3배, 조교수는 1.5배의 연봉을 받고 있는 것이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 4년제 대학 195곳의 교수·부교수·조교수 6만6424명의 평균 연봉은 9697만4000원으로 약 1억 원 수준이다. 국고보조를 받는 국립대 교수의 평균 연봉은 1억567만2000원, 사립대는 9400만 원 수준에 그쳤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문 정부 탈원전으로 이미 한전 적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는데도 목표가 뚜렷하지 않은 대체에너지 연구개발에 수백억 원을 다시 부담지운 꼴”이라고 혀를 찼다. 서울 소재 4년제 대학 전임 교원은 “사실상 등록금이 동결되면서 연봉 2500만 원도 못 받는 비정규교원이 과반 가까이 대학강의를 맡는 데다 박사급 인재들이 월 200만 원대 월급도 받지 못하고 있다”며 “조교수가 연봉 1억 원을 받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고 상대적 박탈감을 호소했다.
주먹구구식 깜깜이 예산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난해 기준 한전공대는 교직원 142명과 학부생 209명·대학원생 88명 등 학생 297명이 재학 중이다. 산업통상자원부(산자부)는 작년 7월 한전공대에 대한 감사에서 위법·방만한 경영 사례가 다수 포착됐다고 발표했다. 산자부는 △1억3000여만 원(264건) 상당의 법인카드 △800만 원(28건) 상당의 업무추진비를 부적정하게 사용했다고 밝혔다.
일례로 한 기수당 약 110명이 들어오는 입학식에만 1기 1억여 원, 2기가 1억3000만 원 정도 사용됐다. 5대 과기대(포항공대·카이스트·대구경북·광주·울산과학기술원)가 평균 2700여만 원을 쓰는 것보다 4배가 넘는 초호화 입학식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110명 입학식에 1억 원 ‘펑펑’… 5개 과기대의 5배 지출
법인카드·업무추진비 등 부적정 사용… 윤리불감증 심각
2025년까지 9개동 완공 앞둬… 비상경영 한전 ‘설상가상’
이뿐만 아니라 한전공대는 학생 전원의 등록금(900여만 원)과 기숙사비를 면제해주고 있다. 축구장 48개 면적인 40만㎡ 규모 부지에 완공된 건물이 4층짜리 본관 등 1개동이 전부였던 한전공대는 2025년 10월까지 9개동을 순차 완공할 계획이다. 건물 완공을 위해 한전공대는 한전 출연금을 지속해서 지출해야 하는 형편이다. 한전공대는 골프장 리조트를 임대해 학생 숙소로 사용하는데만 연간 20여억 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큰 문제는 적자 늪에 빠져 비상경영까지 선포한 한전이 한전공대 운영자금 대부분을 메우고 있는 현실이다. 이와 관련해 한전공대 설립에 관한 기본협약서(2019년)에 따르면 운영비 부담률은 △한전(64%) △발전공기업 6사(각 5%) △한전KPS △한전KDN(각 2%) △한전기술 ·한전원자력연료(각 1%) 순이다.
한전은 화수분인가… 개교까지 1000억 원 넘게 집행
한전은 2020~2022년 한전공대에 711억 원을 출연했고 지난해 1588억 원을 더 출연했다. 한전공대 총 자본금 1012억8000만 원 중 한전이 796억8000만 원으로 약 80% 가까이 지분을 소유했다. 한전 지원과 별개로 산업부는 2022년 전력기금(기존 전기요금을 징수시 3.7% 부과해 추가 조성한 전력기금) 267억 원, 작년에 310억 원을 각각 한전공대에 출연했다. 지난해 5월11일 국회에 출석한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한전 상황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한전공대 출연을 전면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며 출연금 축소를 예고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다.
결국 감사원은 존폐논란에 불이 붙은 한전공대에 대해 2022년 11월 시민단체 공익감사 청구 일환으로 예비감사를 실시했고 지난해 3월부터 대학 설립과정에서 적법성을 따져보는 본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일반 공대와 커리큘럼 중복 논란도 이어지는 가운데 일반 과기대와 ‘통폐합’ 이야기도 나온다. 한국형 MIT를 꿈꾼다고 했으나 일반 공대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 통폐합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애초 한전공대는 △에너지 인공지능 △에너지 신소재 △수소 에너지 △차세대 그리드 △환경기후 기술 △원자핵 에너지 기술등 6대 유망 분야를 연구하며 ‘탄소중립 2050’ ‘세계 기후변화’ 등을 연구하겠다는 취지였지만 이미 5대 과기대와 유사하다는 지적이 거듭되고 있기 때문이다.
결국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석열정부가 지난해 연간 400명 수준의 반도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반도체 특성화대학 8곳을 선정하면서 지원한 540억 원이 한전공대의 4분의 1 수준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게다가 일반 대학 교원 임금이 형편없어 반도체와 같은 첨단분야 전문가 영입은 ‘열정 페이’ 없이 사실상 구인까지 불가능하다는 목소리가 나와 추가 재원 투입이 절실하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한 에너지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강국을 목표로 반도체 생산 전력체계에 대응하려면 탈원전 뿐만 아니라 지금보다 원전을 최소 6기는 더 지어야 생산단가가 낮은 전기로 한전 적자를 상쇄할 수 있을 것”이라며 “미래를 위해 투자해야 할 곳이 원전과 반도체인 만큼 신재생에너지 중심의 한전공대에 대한 대대적인 개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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