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비트코인 출시 15주년에 기대되는 활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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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디지털화폐 도입은 글로벌 추세
한국 크립토 산업에 새로운 전기 마련 기대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1-29 06:31:40

2024년 1월은 2009년 1월에 비트코인이 출시된 지 만 15년이 되는 시점이다. 2009년 1월에 사토시 나카모토(Satoshi Nakamoto)라는 익명의 저자 명의로 ‘비트코인: P2P 전자현금제도’라는 9쪽짜리 짧은 논문이 회람되었다. P2P는 인터넷에서 개인과 개인이 직접 연결되어 파일을 공유하는 방식이다. 2008년 10월에 작성된 것으로 알려진 이 논문은 비트코인의 백서라고 할 수 있다.

2008년 9월 리만 브라더스가 파산해 글로벌 금융위기가 심각했던 2009년 1월에 비트코인이 출시된 점도 의미가 크다. 금융거래는 제3의 신용기관인 금융기관을 통해 거래가 이루어지는데 이러한 거래 시스템은 신뢰 기반이 튼튼할 때는 잘 작동한다. 하지만 신뢰 기반이 흔들릴 때는 큰 재앙을 초래한다는 것을 159년의 역사를 자랑하던 미국 굴지의 투자은행 리만 브라더스 파산으로 빚어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잘 보여주었다.

사토시 나카모토는 이러한 제 3의 신용기관인 금융기관을 이용하지 않고, 암호학을 기반으로 거래 시스템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암호학 기반의 거래 시스템은 제3의 신용기관이 필요 없이 거래 가능한 비가역적인 시스템이다. 암호학 기반의 거래 시스템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이중 사용(double-spending)의 문제를 해결하는 거래 방식이 블록체인 거래 시스템이다. 모든 거래가 진행될 때 공개적으로 모든 사용자(Node)들에게 알리고, 대다수의 사용자(Node)들이 이중 사용되지 않았음을 판단하고 확인하는 방법이다.

비트코인이 2009년 1월에 출시된 후 비트코인을 널리 알리기 위해 2010년 5월22일 미국의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가 1만 비트코인으로 파파존스 피자 두 판을 구매한 ‘비트코인 피자데이’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난 15년 동안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

2021년 11월8일에는 글로벌투자은행·주요 기관·각종 펀드들이 비트코인 투자에 참여하면서 1비트코인의 가격이 6만7566달러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2022년에는 미국의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글로벌 자산 가격이 폭락하는 과정에서 암호화폐 가격도 큰 폭으로 하락하는 ‘크립토 윈터’를 겪었다. 최근에는 비트코인 현물 ETF 승인에도 불구하고 차익 매물이 쏟아지는 등 4만 달러 선에서 등락을 보이고 있다.

국내적으로는 암호화폐를 인정하지 않은 문재인정부 5년간 정책적 면에서 또 다른 크립토 윈터를 겪어 왔다. 20여 개가 넘던 암호화폐 거래소가 5개만 원화거래가 가능하도록 위축되는 등 투자자 보호와 산업 진흥은 외면되어 왔다.

크립토 윈터 기간 중에도 탈중앙화금융(Defi)·대체불가능토큰(NFT)·메타버스가 등장했다. 암호자산 또는 디지털자산 시대를 열고 블록체인과 블록체인을 연결하는 인터체인 블록체인, 초당 처리 속도가 현저히 개선된 메인넷의 등장 등 암호화폐 산업은 발전을 거듭해 왔다. 이러한 발전을 토대로 최근에는 탈중앙화·개인화·지능화된 맞춤형 웹으로 개인 데이터를 자유롭게 소유하고 관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인터넷인 웹3.0 발전이 눈부시게 진행되고 있는 모습이다.

그 동안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를 연구해 오던 한국은행은 금년까지 테스트를 완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미 중국에 이어 영국과 EU에서도 CBDC 도입 타당성을 검토하고 실행을 준비하고 있는 등 CBDC 도입은 글로벌 추세가 되고 있는 모습이다.

유럽연합에서는 암호자산 전반을 규율하는 ‘암호자산시장법(MICA)’을 지난해 8월 통과시켰다. 한국에서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지난해 6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금년 시행을 앞두고 있다. 종전 가상자산사업자(VASP)의 자금세탁 관련 부분을 관리·감독하는 특정금융거래정보법(특금법) 이후 첫 법안이다.

아직 암호화폐공개(ICO)는 허용하고 있지 않은 가운데 증권형토큰공개(STO)가 한국에서는 ‘토큰 증권’이라는 다소 독특한 이름과 형태로 새로운 금융산업의 한 축으로 발전할 전망이다. 증권형 토큰이 아닌 지불형 토큰이나 유틸리티 토큰에 대한 규정은 아마도 ‘디지털자산 기본법’이 마련되어야 도입될 것으로 전망된다.

새해 들어 비트코인 현물ETF도 승인이 나고 4월로 예정된 비트코인의 반감기도 다가오고 하반기에는 미국 금리도 인하될 전망이어서 크립토 윈터도 마무리 되어 가는 듯이 보인다. ‘크립토 스프링(crypto spring·가상자산 활황기)’에 대한 기대마저 높아지고 있다. 한국의 크립토 산업에도 새로운 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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