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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골 마을에 소복이 눈이 쌓였다. 간이역으로 들어서는 화물기차 경적 소리에 하얀 눈발이 산속으로 흩어진다. 시간이 멈춘 듯 하루에 기차 한 대 정도 지나다닐까 말까 할 정도로 인적이 드문 곳이다.
길게 꼬리를 이은 화물기차 위로 노란색 중장비가 눈에 띈다. HYUNDAI(현대)라는 영문 표기를 보는 순간 카메라 렌즈를 확대했다. 화물기차에 굴삭기를 싣고 가는 것도, 그 굴삭기가 현대 제품이라는 것도 별반 놀랄 일은 아니다. 우리의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그런데 그곳이 북한이라는 점에서 분명 흔하지 않은 모습임은 분명하다. 자강도 만포시에서 양강도 혜산시로 향하는 철로에서 만난 한국산 중장비 한 대에도 분단이 실려 있다.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사업이 중단되면서 북한이 그곳의 물자와 장비를 무단 사용하는 정황이 포착되었다.
이 굴삭기가 어떻게 북한에 유입되었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저 굴삭기가 얼어붙은 땅덩어리를 갈아 엎는 도구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독재로 딱딱히 굳어진 북녘의 땅이 완전히 갈아엎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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