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정근의 경제포커스] 분양시장 위축으로 심화되는 건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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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금융권·중소형 증권사 등 연체율 급등에 우려 커져
새 경제팀 부동산정책·금융안정대책 등 대책 마련해야

오정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2-30 11:30:59

고금리 장기화와 부동산 정책의 표류로 부동산경기가 침체되며 부동산과 건설업을 발원지로 한 금융권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어 대책이 시급한 실정이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의 은행권 연체율은 아직 낮은 수준이지만 제2금융권과 중소형 증권사 등의 연체율이 급등하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올해 3분기 말 기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134조2000억 원이며 이 중 65%에 해당하는 87조5000억 원은 은행과 보험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캐피탈·저축은행·상호금융·신용카드 등 이른바 제2금융권과 증권사에서 내어준 부동산 PF 대출 잔액은 9월 말 46조7000억 원으로 조사되었다. 그런데 은행과 보험의 지난 1년간 연체액 증가는 미미한 수준에 그친 반면 제2금융권과 증권사의 경우 1년 새 연체 잔액이 1조1000억 원에서 2조7400억 원으로 2.5배가량 증가했다. 이는 전체 연체 잔액(3조2400억 원)의 84.6%에 달하는 규모다.

부동산 경기도 빈사 상태로 건설회사 부도가 이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12월 부도가 난 건설업체는 총 19곳으로, 2020년(24곳) 이후 가장 많았다. 특히 12월 들어 부도난 건설사만 8곳이다. 원자잿값이 상승하며 공사비가 증가한 데다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것이 원인으로 꼽힌다. 문재인정부 때 부동산 업계의 총체적 부실을 초래했던 초과이익환수제·분양가상한제·임대차3법도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최근 재건축 초과이익 부담금의 면제 기준을 현행 3000만 원에서 8000만 원으로 완화하는 내용의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정도다. 최근에는 재건축안전진단은 완화하는 방향으로 발표하기도 했다.

이처럼 부동산 정책이 전면적 개선 없이 표류하는 가운데 고금리 기조로 부동산PF 대출금리도 올라가면서 연체가 늘어났다. 앞으로 부실사업장이 계속 늘어나면 연체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연체율은 0%대, 보험은 1.1%에 불과한 반면, 증권사의 경우 연체율이 13.9%에 달했다. 저축은행은 5.6%·캐피탈은 4.6%·상호금융은 3.2%였고, 신용카드사는 2.2%로 조사되고 있다. 캐피탈의 경우 은행과 보험 다음으로 많은 대출 잔액(24조 원)을 보유하고 있는데, 연체율은 보험의 4배에 달한다. 증권사 역시 리스크 관리가 되고 있는 대형사가 아닌 중·소형 증권사에선 부실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추정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가는 ‘고정이하여신’ (3개월 이상 연체된 부실채권), 즉 부실채권 비율도 증권사·저축은행·캐피탈 등에서 높게 나타났다. 증권사의 경우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19.3%를 기록해 20%에 육박했다. 저축은행은 5%·캐피탈은 4.1%로 높은 수준이었다. 저축은행 중에서는 지방과 중소저축은행이 특히 어려운 상황이다. 저축은행의 전체 부실채권 비율은 5%이지만, 지방과 중·소저축은행에 한정해서 보면 더 높아진다. 한국신용평가의 ‘저축은행 업계 사각지대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신용등급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저축은행 47개 사의 부동산 PF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21년 말 1.3%에서 올해 6월 말 6.5%로 5배 상승했다.

이런 상황에서 만약 지방 사업장을 중심으로 미착공 현장이 늘어나 건설사가 부실화되거나, 미분양으로 자금이 돌지 않게 되면 이들 제2금융권과 증권사의 어려움이 가중될 수도 있다. 금융산업의 특성상 은행은 선순위를 차지해 회수도 상대적으론 용이한 경향이 있지만, 제2금융권은 후순위로 밀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전국 민영아파트 분양 실적이 목표의 44%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연간 공급 물량이 20만 가구 아래로 떨어지며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된다. 상반기 부동산 경기둔화로 공급시장이 위축되면서 분양 계획이 취소되거나 연기되는 사례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럴 경우 당장 부동산 PF 대출 부실이 증가하고 중기적으로는 공급 부족으로 2년여 후 대선을 앞두고 집값이 폭등할 우려도 제기된다.

2011년 저축은행 줄도산과 올 7월 새마을금고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사태)의 뇌관도 부동산 PF 부실이었다. 새 경제팀이 부동산 정책·금융안정대책 등 전반적인 대책 마련에 만전을 기해야 부동산 PF 부실이 금융 시스템 리스크와 실물 위기로 전이되는 사태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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