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주 
울산 
)
한국 경제는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1.2%(현대경제연구원 9월 전망)~1.3%(한경협 11월 전망)로 예측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2009년 0.8%)·코로나19(2020년 0.7%)와 같은 경제 위기 기간을 제외하면 1998년 외환위기 (-5.1%)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특히 장기적으로 추세가 하락하고 있어 더욱 문제다. 한국 경제는 5개년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하기 시작한 1962~1991년 30년간 세계 경제발전사상 유례없는 연평균 9.8%의 고도성장을 지속해 전후 세계 최빈곤국에서 중진국 대열로 올라섰다. 그 후 1992~2011년 20년간 연평균 5.6%의 중(中)성장을 지속했다.
하지만 2012~2022년 10년 동안은 연평균 2.6%의 저성장으로 주저앉았다. 특히 박근혜정부 4년간(2013~2016) 경제민주화 정책 추진으로 성장률이 연평균 3.0%로 낮아진 후 문재인정부 5년(2017~2021) 동안에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으로 연평균 2.4%로 내려앉았다. 이제 한국 경제의 잠재성장률은 2%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그런데 올해 성장률은 잠재성장률에도 크게 못 미치는 수준으로 예측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미국·일본·중국 등 한국의 주요 교역 대상국의 경제는 견조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서도 침체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가장 큰 문제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저조하다는 사실이다. 작년에 6.1% 증가율을 기록했던 수출은 올해는 마이너스(-) 7.4%로 추락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다. 금년 한국 경제의 부진은 제조업 외끌이로는 한계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 주었다. 금융산업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산업의 육성이 시급한데 여전히 규제가 만연해 실행이 안 되고 있다. 고용도 회복되지 않은 가운데 가계부채는 증가를 지속하고 금리도 고공행진을 해 원리금 상황부담이 증가하는 바람에 민간 소비도 가라앉고 있다. 이에 가계의 구매력이 하락해 증가율이 작년의 절반 수준인 2.2%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건설투자도 저조하고 설비투자는 아예 작년에 이어 마이너스 증가율이 지속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기업들은 미국·인도·동남아시아 등 해외 투자만 점점 더 늘리고 있다.
내년에는 글로벌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되면서 한국 경제 회복의 열쇠를 쥐고 있는 수출은 2024년 세계 경제가 미약하지만 회복세를 유지하면서 반도체 등의 부문에서 소폭 반등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올해 저성장에 따른 기저 효과 등으로 경제성장률이 2.0%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공동성명서 하나 없이 냉랭하게 끝난 미·중 갈등이 반도체 경기 회복 지연을 초래하고 중국 경제가 예상만큼 회복되지 않을 경우에는 성장률이 타격을 받을 것이다.
내수 회복은 통화 긴축 종료가 예상되는 내년 하반기 이후 이뤄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GDP에 대한 가계부채의 비율이 100%를 넘는 상황이 지속되면 내수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민간 소비 회복이 쉽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의 경우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90%까지 상승했던 가계부채의 비율이 70% 수준까지 하락하면서 민간 소비가 살아나고 경기회복이 시작된 점에 유의해야 한다. 가계부채·기업부채 등 민간 부채가 금융시장 위기로 이어질 수도 있으므로 부채 관리가 매우 중요한 상황이다. 건설투자는 건설 수주 부진이 시차를 두고 나타나고 설비투자는 소폭 증가세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미·중 반도체 갈등이 설비투자 회복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내년에도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의 금리 정책·중국 성장률 둔화·두 개의 전쟁(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엔화 가치 하락 등 여러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각국은 대책 마련에 분주하다. 미국과 중국이 공급망 확대에 나서는 가운데 유럽연합(EU)과 일본·독일·인도·대만 등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기업 전기요금 감면·첨단산업(반도체·배터리) 세제 지원 등의 방법을 총동원하며 ‘기업 살리기’에 전방위로 나서고 있다.
그러나 내년 총선을 앞둔 한국은 거야의 독주로 불법 파업을 부추기는 노란봉투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법인세 최고세율 적용 기업 확대 검토·금융회사와 정유사를 정조준한 횡재세법 도입 주장 등 반기업 정책이 추진되고 있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인상되었다. 규제 혁파도 요지부동으로 제자리걸음이다. 정부의 규제개혁을 뒷받침할 146개 혁신 법안 중 현재까지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단 6개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나머지 ‘킬러규제 개혁’ 법안 중 80%에 이르는 125개는 아직 상임위원회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 윤석열정부가 ‘규제개혁 1호’ 과제로 내세웠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도 발의된 지 1200일이 넘도록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계류 기간이 1년을 넘은 법안의 상당수는 로봇과 드론 택배 같은 무인 배송 사업의 상용화 법적 기반 마련 등 미래 신산업 개발을 뒷받침하는 규제개혁안들이다.
입법에 손 놓은 채 비협조적 자세로 일관해 온 거대 야당이나, 이런 야당을 설득해 타협을 끌어내려는 노력을 보여 주지 못한 여당 모두 책임이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장 동력 약화는 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그 피해는 결국 실업자 증가 등 국민에게 돌아간다.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경제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 만들기’ 경쟁부터 해야 한다.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추천해요
좋아요
감동이에요
화나요
슬퍼요
추천해요0
좋아요0
감동이에요0
화나요0
슬퍼요0
대하역사소설 ‘우리나라 삼국지’ 
연재소설 ‘최초의 당신’
기사제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