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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이른 새벽 북한 양강도 혜산시에 여명이 밝아 온다. 굴뚝에서마다 매캐한 연기가 가득 피어나고 따스한 온기는 압록강 칼바람을 막아 낸다. 몽글몽글 피어나는 연기는 마치 지난밤 아무 일 없이 또 하루를 살아냈음을 하늘에 고하는 것 의식인 것 같다. 자욱한 연기와 안개에 둘러싸인 마을에 어슴푸레 사람의 흔적이 보인다.
눈앞에 보이는 모든 집마다 굴뚝이 세워져 있고, 그 굴뚝에선 어김없이 하얀 연기가 피어난다. 무채색의 희뿌연 동네 어귀에 형형색색 때깔 옷을 입힌 아이를 업고 가는 어미의 등은 따스할까? 그나마 차디찬 철조망 안에서 엄마의 온기가 전해 온다.
어디서든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견디기 마련이라지만 그 어린아이에게 다가올 아침은 그리 빛나지 않을 것 같다. 21세기에 아직도 땔감으로 겨우 연명하며 하루하루를 추위와 고통 가운데서 지내야 하는 북녘의 사람들. 그나마 땔감이라도 구할 수 있으면 다행이다.
아이들은 산으로 들로 땔감을 찾아 정처 없이 헤매고 다닌다. 영하 39℃까지 떨어지는 압록강 칼바람이 집마다 비수처럼 꽂혀 든다. 아이야, 혹독한 겨울이 지나거든 따스한 봄볕을 마중 가자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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