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기의 시사&이슈] ‘역사주의’ 사기술을 청산하자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전문가칼럼

주사파, 국민 타락시키는 법안 만들 때마다 ‘역사’ 운운해
좌파 역사업자들 자신 사상 역사학으로 속여 국민정신 조작

최재기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0-05 06:31:40

역사적으로 근대 의회는 권력자의 무도한 세금 부과와 가렴주구에 대항하기 위한 시민들의 저항으로 생긴 기관이다. 전제군주라도 시민에게 세금을 부과하려면 시민의 대표들에게 동의를 물어야 한다는 근대 계몽주의 사상을 제도화한 것이 출발점이다. 따라서 납세자의 돈을 함부로 쓰려는 자는 국민 대표자의 자격이 없다.

“민주당이 3745명에 달하는 제2차 동학농민운동(1894년) 참여자를 독립유공자로 예우하고, 이들의 손자의 손자까지 각종 혜택을 주는 법(동학법 개정안)을 지난 19일 국회 상임위 소위에서 강행 처리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4년 동학법을 제정해 동학농민운동 참여자·유족 등록 신청을 받았다. 신청이 저조해 2006년에는 법을 개정해 유족 범위를 ‘고손자녀’까지 확대했다.” (조선일보, 2023.9.21.)

원내 다수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지금 자신들의 의석 우위가 ‘끝물’이라고 느끼는 듯하다. 그래서 주로 자신들의 지지 세력이 수혜자가 될 것으로 보이는 ‘동학법’을 개정하겠다고 한다. 그 법이 국민경제의 성장률을 좀먹고 후손들에게 짐이 되든 말든막무가내로 자신들의 지지 세력에게 세금으로 보상금을 안겨주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주목하는 점은 따로 있다. 주사파 등 특정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세력들은 국민정신을 타락시키고 경제의 잠재성장률을 떨어뜨리는 법을 만들 때마다 ‘역사’를 핑계 댄다는 점이다. 또 국민은 대개 역사를 핑계 댄 사기술에 쉽게 속아 넘어간다는 점이다.

“역사학은 인간의 행동, 즉 개인들 및 그룹화 된 개인들이 수행한 행동을 다룬다···역사학의 주제는 인간의 가치판단이고, 이 판단에 인도되어 사람들이 지향하고 있는 목적들이고추구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들이 호소하는 수단들이며인간행동의 결과다.” (루트비히 폰 미제스, '과학이론과 역사학'제8장)

역사는 인간행동을 기록한 것이다. 과거의 모든 인간행동이 소재가 되는 게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한 기록이 역사다. 역사학의 소재인 역사적 사건은 두 가지 검증과정을 거쳐 선별된다.

첫째, 인과법칙(causal law)에 맞아야 한다. 대중매체의 역사물 강사들이 흔히 떠드는 ‘역사는 민족정신의 뿌리’라는 말은 인과관계를 뒤바꾼 잘못된 주장이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로서 단순한 본능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에 인도되어 행동을 한다. 따라서 정신이 인간행동의 원인이고 그 기록인 역사는 결과이기 때문에이런 주장은 인과법칙에 반한다. 둘째, 적합성(relevance)이 있어야 한다. 19세기 후반 조선의 농업경제를 서술하면서 하늘에 별똥별이 나타났다는 사실을 연관 짓는 것은 적합성이 없다.

역사적 소재로 검증되지도 않은 사실을 강요하는 주사파 등 특정 이념 세력들의 거짓공세 때문에 대한민국은 역사학을 제대로 정립시키지 못했다. 특히 이념 대립이 심각한 근현대사 부분의 연구 성과는 대단히 부족하다. 진리에 용감해야 할 학자들이 비겁했던 것이다.

“역사주의(historicism)는 1700년대 말부터 합리주의 사회철학에 대한 반동으로 개발된 것이다.” “역사주의는 사회주의와 민족주의의 조력자로서 여전히 실제적인 정치적 중요성을 가지고 있다.” (위 같은 책, 제10장)

‘역사주의’는 역사학과 전혀 다른 개념이다. 과학으로서 역사학과 달리 역사주의는 인식론적 학설이다. 좌파 역사업자들은 자신들의 ‘인식론’, 즉 자신들의 사상을 역사학이라고 속이고 국민정신을 조작하고 있다. 역사주의의 근본 명제는 역사가 제공해준 지식 외에는 어떠한 지식도 없다는 것이다. 역사주의자들이 지지하고 있는 도그마는 과거에 보였던 사회적‧경제적 진화 경향이 미래에도 그러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인간 정신의 의식적인 노력, 인간의 개별성을 부정하는 결정론이자 집단주의 사상이다. 민족을 핑계로 한 전체주의 사상이다.

강만길이 자신의 책 제목을 '해방전후사의 인식'이라 정한 데는 이런 저의가 깔려 있다. 그는 역사학이 아니라 자신의 역사주의 사상을 팔기 위해 책을 낸 것이다.

인간의 행동은 덜 만족스런 조건을 더 만족스런 조건으로 대체하려는 인간의 의식적인 노력이다. 사상은 무엇이 더 만족스러운 조건이고 덜 만족스러운 조건인지를 결정하며그것들을 변경하기 위해 어떤 수단에 의존해야 할지를 결정한다. 인간행동을 기록한 것이 역사라면사상이야 말로 역사 연구의 가장 주요한 주제다.

북한 이데올로그들과 주사파 등은 ‘역사는 창조하는 것’이라고 뻔뻔하게 주장한다. 조지 오웰이 묘사한 것처럼역사날조는 인간의 의식을 조작하려는 전체주의 정권의 핵심과제다.

인간의 자유와 인권, 민주공화국을 지키려면 우리 모두 전체주의 사상 ‘역사주의’의 허구를 극복해야 한다. '백년전쟁'따위의 거짓 ‘역사업자’들을 깨끗이 청산해야 한다.

최재기 필진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