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강경’ 새 의협 1일 출범… 의·정 갈등 더 꼬일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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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형택 신임회장 “증원 백지화 안 하면 협상 불가” 단호
빅5 의대 교수들 30일부터 매주 하루 진료·수술 중단
복지부 “의료장기 파행에 큰 우려… 대화에 나서 달라”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4-29 18:14:27

▲의정 갈등이 극한으로 치닫는 가운데 주요 의대 교수들은 30일 부터 주1회 휴진을 시작한다. 연합뉴스

정부가 전국 40개 대학에 30일까지 내년 의과대학 정원을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가운데 전공의들이 떠난 빈 자리를 채워 온 의대 교수들이 본격 휴진에 돌입해 의·정 갈등이 극한으로 치달을 전망이다. 이 와중에 대한의사협회는 초강경파로 분류되는 임현택 신임 회장이 활동을 개시해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임 회장은 의대 증원을 백지화하지 않으면 정부와 대화는 없다고 거듭 천명하며 강대강 대치를 예고했다. 이에 반해 정부는 ‘증원 재검토’는 없다면서도 ‘일대일 대화에 나와달라’고 호소하고 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9일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브리핑을 열고 의료계를 향해 “의대 증원 백지화, 1년 유예 등 여러 가지 조건을 달며 대화를 회피하기보다 대화의 장으로 나와주길 다시 한번 당부드린다”고 했다.

박 차관은 의사들과 일대일로 대화할 의지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전공의들이 집단행동으로 의료 현장을 비운 지 약 70일이 됐고 이러한 상황에서 의대 교수 집단행동까지 거론되고 있어 중증 환자의 고통과 불안이 커지고 있다”며 “치료에 가장 중요한 의사와 환자 간 신뢰 관계가 깨지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큰 상황”이라고 했다.

계속해서 “일부 의사들이 사직과 진료 중단 등 목소리를 높이지만 현장의 많은 의료진들은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사투를 벌이는 환자가 잘 견디며 맞설 수 있도록 돕고 있다”며 “돌아올 제자 생각에 자리를 지키고 계신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환자의 곁을 지키는 의사 여러분들이 더 나은 여건에서 근무하고 자긍심을 가지고 진료에 전념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대표적인 필수의료 분야인 심장혈관 중재술에 대한 보상을 강화하고 일반 시술의 1.5배 수가가 적용되는 응급 시술 대상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이날 중대본 회의에서 “정부는 의료개혁 4대 과제 중 하나로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을 더욱 공정히 하겠다고 약속했다”며 “앞으로도 뇌혈관질환·장기이식 등 고위험·고난도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을 지속 강화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응급·당직 시술이 잦은 의료진에게 적당한 보상이 갈 수 있도록 일반 시술의 1.5배 수가가 적용되는 응급 시술 대상을 임상 현장에 맞게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그는 “중증 심장혈관·급성심근경색증 등 중증 심장질환자에게 긴급하게 시행해야 할 대표적인 필수의료 분야인 만큼 보상을 강화하겠다”며 “응급·당직 시술이 잦은 의료진에게 정당한 보상이 될 수 있도록 일반 시술의 1.5배 수가가 적용되는 응급 시술 대상을 임상 현장에 맞게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의료 개혁 과제 또한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앞서 정부는 25일 출범한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중증·필수 의료 보상 강화 △의료전달체계 개편 △전공의 수련 국가책임제 △의료사고 안전망 구축을 우선 과제로 선정해 올해 상반기 중 로드맵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를 향해 조 장관은 “전공의 집단행동이 두 달을 넘어 벌써 이달 말에 이르렀다”며 “의대 증원 백지화만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의료체계의 혁신과 발전을 위한 대화에 참여해달라”고 재차 대화에 응해달라 강조했다.

그럼에도 의료계는 정부 대화를 시도에 증원 백지화 없이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먼저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대거 떠난 빈자리를 지켜 온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빅5’ 3차 상급종합병원 의대 교수들은 30일부터 외래진료와 수술 중단을 시작한다.

서울아산병원과 서울성모병원도 다음달 3일부터 금요일마다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하기로 했다.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도 이번주부터 매주 1회 휴진을 결정한 상황이다.

의협의 차기 사령탑인 임 회장은 전날 정기대의원 총회에서 정부에 초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는 “정부가 우선 2000명 의대 증원 발표 그리고 필수 의료 패키지 정책을 백지화한 다음에야 우리 의료계는 다시 원점에서 논의를 시작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분명하게 밝힌다”고 강조했다. 의협 대의원들은 의대 증원 전면 백지화·행정명령 철회 등을 결의하는 등 물러서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김교웅 의협 신임 대의원회 의장은 “의대 증원이라는 정책적 문제를 정부에서는 자꾸 정치적으로 몰아간다”고 정부에 날을 세웠다. 강경파인 임 당선인이 의협을 단일체제로 의협이 대오단결한 가운데, 의대 교수들의 휴진과 사직 등이 겹치며 5월부터 의·정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교육계에 따르면 상당수 사립대 의대가 내년도 의대 정원을 정부 배정대로 진행할 계획이어서 증원 규모가 1500명~1700명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앞서 정부가 2025학년도에 한해 대학이 자율적으로 증원분의 최대 50%까지 조정할 수 있도록 했으나 주요 국립대만 정원을 줄이는데 응했기 때문이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