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윤희의 자기돌봄 요가] 무릎 꿇고 손 들면 몸이 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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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가 정렬되어 에너지 균형이 회복되는 자세

강윤희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7-20 06:31:30

신체 나이를 보여 주는 대표적인 자세 두 가지가 있다. ‘무릎 꿇기’와 ‘손 머리 위로 들기’다. 자기돌봄 프로그램에서 참가자들에게 이 두 자세를 취하게 하면 연령대별로 차이가 드러난다.

나이가 들수록 무릎 관절과 어깨 문제로 고통을 겪는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두 자세를 틈틈이 취하면 신체 나이를 거꾸로 먹는 효과가 있다.

중·장년 이상이라면 ‘무릎 꿇고 손 머리 위로 올려!’라는 벌을 기억할 것이다. 학창 시절 학교·가정에서 주는 벌의 단골 레퍼토리였다. 필자도 교실에서 단체 기합 받았을 때의 기억이 생생하다. 30분 이상 벌을 서다 보면 다리·어깨·팔이 떨어져 나갈 듯이 아팠다.

이 벌이 언제 어디서 유래되었는지 모르지만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이 자세에는 역설적으로 몸의 과학이 숨어 있다. 너무 과해서 문제이긴 했지만 벌을 세우는 어른들도 몰랐던 오랜 세월 누적된 경험에서 나온 에너지 과학의 이치가 담겨 있는 것이다.

에너지 균형이 깨진 말썽꾸러기들에게 이 자세를 취하게 함으로써 몸의 에너지를 조화롭게 흐르게 하여 결과적으로 아이들을 차분하게 만들었으니까. 먼저 무릎 꿇기 자세에 대해서는 오해가 많다. 대부분 무조건 무릎 관절에 해롭다고 염려한다. 물론 무릎 꿇기를 너무 자주 또는 장시간 하는 것은 무릎 건강에 좋지 않다. 그러나 무릎 꿇을 일이 거의 없는 입식 생활 시대에 이 걱정은 기우에 가깝다. 오히려 무릎 꿇기 자세를 전혀 안 해서 탈인 경우가 더 많다.

무엇보다 무릎을 꿇고 앉으면 자연스럽게 척추가 세워진다. 즉시 등을 바르게 펴고 앉는 자세가 만들어진다. 의자 위에나 양반다리 자세로 앉았을 때와는 몸의 구조 자체가 다르다. 무릎을 꿇으면 먼저 척추의 토대인 골반이 세워진다.

골반이 세워지면 알파벳 C자 모양의 요추(허리뼈) 곡선이 나온다. 그러면 그 위에 거꾸로 된 C자 모양을 가진 흉추(윗등뼈)의 원래 모양이 잡히고, 흉추 위에 얹힌 경추(목등뼈) 또한 자연스러운 만곡 C자를 그리게 된다. 척추의 뿌리인 골반을 세워주는 무릎 꿇기 자세가 일으킨 연쇄 반응이다.

이렇듯 척추의 자연스러운 굴곡이 살아나면 척추 구역 신경의 흐름이 좋아진다. 이를 경락·경혈 관점에서 보면 상체 중앙 제일 아래·위의 혈 자리인 회음혈과 백회혈이 일직선으로 뚫리는 상태다. 요가의 차크라(Chakra·중심 에너지 센터) 측면에서도 중심 에너지가 잘 통하는 상태가 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전통 요가에서도 무릎 꿇기 자세를 강조한다.

노화 막는 비결, 어른에게 더 필요한 벌 서기

평소에 우리는 손과 팔을 드는 일도 거의 없다. 팔은 온종일 몸통의 앞이나 아래에 위치한다. 이렇게 팔을 들지 않으면 몸은 점점 더 앞으로 굽게 된다. 장시간 앉아서 일하는 직장인이 어쩌다 하는 기지개 켜기 외에는 팔 들 일 없이 지낸다면 몸을 펴고 세우기가 쉽지 않다.

팔 들기 자세는 손·팔이 몸통을 견인해서 상체를 일으켜 세운다. 여기서 말하는 팔 들기는 기지개 켜기와는 조금 다르다. 팔꿈치를 완전히 펴는 것도 의도적으로 구부리는 것도 아닌 상태 즉, 팔의 힘을 빼고 들어 올리면 자연히 팔꿈치가 살짝 구부러지는 상태다.

이때 어깨의 힘을 빼면서 가슴을 살짝 들어 올리면 어깨를 포함한 날개뼈 구역은 내려간다. 그래야 어깨를 포함한 위 등 전체가 안정되고 위 등뼈(흉추)도 제 모양을 지킬 수 있다. 이 과정은 벌 서기 자세의 효과를 높인다.

30초~1분 정도도 무릎 꿇기가 힘들다면 도구를 활용할 수 있다. 서양 사람들은 상대적으로 동양인과 비교하면 무릎 꿇는 자세를 어려워한다. 그래서 무릎 쿠션·무릎 의자를 쓴다. 우리나라에서도 시판되고 있으니 무릎 꿇기가 불편한 사람은 참고해도 좋겠다.

무릎을 꿇고 손들기를 동시에 하면 시너지가 생긴다. 척추는 더 위로 세워지고 어깨·등·가슴 구역이 펴지고 확장된다. 무릎에는 다양한 자극을 주어 유연성·탄성을 향상시킨다. 몸이 젊어진다. 그래서 필자는 의자 위에서도 잠깐씩 무릎 꿇고 앉는다. 시간은 돌릴 수 없지만 신체는 느리게 나이들 수 있다.

척추가 바르게 정렬되고 어깨와 가슴이 펴진 자세를 취할 때 에너지가 정돈된다. 어찌 보면 ‘무릎 꿇고 팔 올려’ 벌이 필요한 건 아이들보다 어른들이다. 등이 굽어지고 어깨가 앞으로 말리는 노화의 징후가 나타나고 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면 더 말할 것도 없다.

높은 습도와 열기로 몸이 축축 처지는 시기다. 이유 없이 컨디션이 안 좋을 때가 많다. 이럴 땐 스스로에게 무릎 꿇고 팔을 드는 벌을 내려 보자. 좀 더 쉽게 하려면 등과 벽 사이에 베개를 대고 기대는 방법도 있다. 남이 시켜서 하면 벌이지만 스스로 하면 회춘의 처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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