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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 초대 대통령 개인에 초점을 맞춰 국부(國父)를 해석하지만 미국은 더 폭넓은 개념으로 접근한다. 복수의 단어를 사용해 ‘건국의 아버지들(Founding Fathers)’이라 부른다. 제1대 대통령에 집중하기보다 나라를 세운 업적과 기틀이 다져지는 과정에 주목한다.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 외에도 토마스 제퍼슨·존 애덤스·벤자민 프랭클린 등 초대 내각의 주요 인사들이 포함된다. 백악관 앞마당엔 제7대 앤드류 잭슨 대통령 동상도 있다. 영국과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분리·독립에 종지부를 찍은 국가적 영웅의 업적을 기리기 위함이다.
한국은 건국 대통령조차 홀대한다. 6·25전쟁 때 먼저 줄행랑을 쳤다는 역사왜곡을 아직 국민 다수가 그대로 믿는 분위기다. 심지어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중징계를 받은 모 방송사의 ‘이승만 일본 망명설’ 오보도 국민은 진위에 관심이 없는 듯하다. 2023년 현재 대한민국 건국 대통령의 기념관은 이 땅 어디에도 없다. 국부의 공과 과를 동시에 견주는 균형잡힌 시각이 심각하게 결여된 결과다.
“국부(國父)를 쓰레기 매립장에 모시는 나라가 어디에 있습니까.” 초대 대통령과 두 명의 전직 박 대통령의 철학을 받들자는 애국 시민단체 ‘오이박사’의 이정신 단장은 불편한 기색을 감추지 않았다. 박정희기념관을 두고 한 말이다. 지금은 고층빌딩이 즐비한 역세권이지만 처음 들어설 때만 해도 난지도 쓰레기매립장의 한구석에 주춧돌을 놓는 비운을 맛봤다.
이 단장은 8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새문안로 청양빌딩 스카이라운지에서 열린 오이박사 집회에서 “지금은 지하철에서 내려 일반 버스를 타고 상암동에 가지만 박정희기념관이 처음 만들어질 때만 해도 쓰레기매립장이 있는 난지도의 한구석에 세워졌다”며 “우파는 우유부단하고 나약하며 점잖기만 해 이승만·박정희 대통령 기념관 하나 제대로 못 세우는 실정”이라고 통렬하게 꼬집었다.
오죽 답답했으면 좌파로부터 배울건 배우자는 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애국운동하면서 좌파의 못된 점도 배워보자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라고 말한 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이 무엇을 잘했는진 몰라도 국민의 세금으로 많은 장소에 기념관과 사저를 만드는데 그들보다 먼저인 건국 대통령과 부국강병을 이룬 대통령에 대해서는 너무 냉대하고 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탄식했다.
이 단장은 이승만 초대 대통령이 하와이에서 안타깝게 있다가 별세한 사실도 거론했다. 그러면서 “정말 상식이 안 통하는 우리 국민의 부끄러운 민낯이자 우리들 가슴에 응어리가 지는 일”이라며 “늦게라도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을 설립한다니까 그간 너무너무 아팠는데 조금이나마 속죄하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4·19 지도부와 면담에서 서슴없이 권좌를 내려놓고 하와이로 떠난 결단을 두고서도 악의적 해석이 난무한다. 스스로 권력을 내려놓는 선례를 남겼다는 관점엔 대단히 인색하다. ‘부국강병의 아이콘’ 박정희 대통령에 대한 혹평도 별반 다르지 않다. 먹고 살 만하게 해준 대통령의 공은 외면한 채 ‘민족의 원흉’으로 깎아내린다. 공은 감추고 허물만 물고 늘어지는 좌파 프레임의 덫에 걸려든 ‘국부 수난시대’와도 다름없다. 미국 정부의 피신 권고에도 ‘죽더라도 한반도에서 죽겠다’고 이승만 대통령이 말했던 팩트를 기억하는 이들은 많지 않다.
기념관은커녕 이승만 동상의 운명은 더 가혹했다. 1960년 4·19 당시 시위대는 파고다 공원과 남산의 이승만 동상을 넘어뜨렸고 남산 동상은 머리와 몸통을 분리해 길가에 내다 버린 걸 주민이 거둬 보관했다.
이정신 단장은 “외국은 국부와 애국지도자의 동상이 중심가에 서 있지만 우리나라는 국부 대통령의 동상이 도심에 한 군데도 없다”고 뼈있는 말을 남겼다. 그러면서 “우리 생전에 젊은 사람들이 건국 대통령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추도하는 저변이 확대될 수 있도록 이승만기념관을 꼭 만들고 후대에 물려주고 싶다”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서울 종로구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이승만대통령기념관건립추진위원회가 발족됐다. 위원장은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맡았다. 이 단장은 “전직 대통령예우법에 따라 세워질 기념관은 건립 사업비용의 30%를 정부가 지원하고 나머지 70%는 국민 성금으로 감당하게 된다”며 건국의 역사를 기리는 사업에 많은 국민이 동참해달라고 당부했다.
오이박사는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의 부당함을 알리고 항의하기 위해 교도소 앞에서 돗자리를 깔고 집회를 시작한 게 그 출발이다. 여전히 탄핵무효와 명예회복을 촉구한다. 정확한 명칭은 ‘오직 이승만 박정희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단체’의 앞글자를 딴 ‘오·이·박·사’다.
8일 행사에는 이정신 단장·김순철 본부장 등 집행부와 △곽성문 상임고문(전 국회의원) △장경덕 상임고문(의학박사·전 한양대의대 외래교수) △김윤배·노영우·이상목·권오서 고문 등 고문단, △이종원(4·15 부정선거 투표지 고발자) 자문위원장, 이밖에 △조맹기 전 서강대 언론대학원장(명예교수) △허은도 서울락스퍼국제영화제 수석프로그래머(감독) 등이 강연자로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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