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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50 탄소중립’ 위해 산하나 통째로 벌목…“어이없는 정책” 비판 봇물
‘탄소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제거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을 ‘0’으로 만드는 개념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처음으로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천명했다. 정부는 같은 해 12월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발표하며 세계적인 탄소중립 흐름에 동참했다.
2050 탄소중립 추진전략은 △경제구조의 저탄소화 △신유망 저탄소 산업 생태계 조성 △탄소중립 사회로의 공정전환 등 3대 정책방향에 △탄소중립 제도적 기반 강화 등으로 구성돼 있다. 화석연료 중심의 에너지 체계 변화, 산림·갯벌 등 생태계 자원 활용, 이차전지 및 바이오 산업 육성, 석탄발전·내연기관차 사업전환 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다.
특히 정부는 생태계 자원 활용을 통한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다양한 정책을 전개하고 있다.그 일환으로 산림청은 △산림의 탄소흡수력 강화 △신규 산림탄소흡수원 확충 △목재와 산림바이오매스의 이용 활성화 △산림탄소흡수원 보전·복원 등 4대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30년 간 30억 그루의 나무심기를 통해 탄소중립에 기여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러나 생태계 자원 활용을 위한 정책은 오히려 환경을 파괴하는 결과만 낳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산림청이 30억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며 기존에 있던 나무 3억 그루를 베고 있기 때문이다. 침엽수는 수령 30년, 활엽수는 20년이 탄소를 최대로 흡수하는데 이보다 더 나이가 든 나무는 흡수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베어내고 그 자리에 어린 나무를 심겠다는 게 산림청의 복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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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환경단체, 전문가들은 한 마디로 ‘어이없는 정책’이라는 반응이다. 오래된 나무의 탄소 흡수력이 어린나무보다 낮은 게 입증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오래된 나무일수록 탄소 흡수력이 높다는 연구결과도 존재한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2008년 네이처(Nature)지에 게재된 논문에 따르면 100년이 넘은 숲에서 바이오매스 축적량이 급격히 증가한다. 가장 가파르게 증가하는 시기는 무려 300년이 넘어가는 숲이었다.
환경운동연합은 “경제림의 40% 가까운 90만ha에서 자라는 나무를 모두 베어내겠다는 것은 탄소중립을 빙자한 벌목 정책이다”며 “산림청이 제시한 2050 탄소 흡수량은 상당 부분 부풀려진 수치다”고 지적했다. 이어 “산림청은 40~50년 동안 숲에서 자연천이(식물 군집의 변화)가 이뤄져 다양한 나무가 혼재하고 숲이 100년 이상 지속할 수 있다는 사실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막무가내 벌목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산림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전국적으로 모두베기, 일명 싹쓸이 벌목으로 사라진 산림의 면적은 총 12만2902ha다. 여의도 면적의 423배가 넘는 산림의 나무들이 베어졌다.
산림청은 목재수확은 경제림 위주로 진행하겠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경제림 내 벌목 면적은 1만1190ha로 전체 벌목 면적 2만5308ha의 44%에 불과했다. 나머지 면적은 어떤 산림에서 벌목이 이뤄졌는지 제대로 파악되지 않고 있다.
산림의 공익가치 훼손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8년 산림청은 한국 숲의 가치가 221조원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온실가스 흡수·저장(75조6000억원)이었고 산림경관, 토사유출 방지 등 다른 기능도 부가가치의 3분의 2에 달했다. 녹색연합 측은 “탄소흡수원을 확충하기 위해 자연림 등을 베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며 “단순히 탄소흡수원만 생각할 게 아니라 숲의 공익적 기능 전체를 염두에 두고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홀한 현장관리에 산사태 위험 노출된 국민…산림청 민간협의체 구성에 책임회피 논란
스카이데일리는 무분별한 벌목이 이뤄진 현장을 직접 찾아봤다. 먼저 찾은 곳은 홍천 두촌면이었다. 이곳에선 벌거벗은 산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더운 여름이라 벌목 작업은 잠시 중단된 상태였지만 잘려진 나무 밑둥과 파헤쳐진 흙들이 어수선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박성율 원주녹색연합 공동대표는 “아직 현장에서 발견된 문제점은 없지만 벌목으로 인해 산사태나 침수피해가 우려된다”며 “더욱 문제가 되는 부분은 사후관리가 전혀 안된다는 점이다. 벌목을 해놓고 그대로 방치해 놓은 상태로 3년 이내에 숲 가꾸기를 통해서 어린 묘목을 심는다고는 하지만 어떻게 될 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도 “지금은 여름이라 벌목이 이뤄지고 있지 않지만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곳곳에 나무가 쌓여 있고 나무들이 트럭에 실려 나갔다”며 “벌목 당시에는 수많은 차, 중장비 등으로 인해 소음이 발생했었다. 비가 오면 벌목된 나무가 개울로 흘러들어가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산사태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박 대표는 “산의 가장 큰 역할은 홍수 조절 기능이다. 나무가 있어야 산사태를 예방하고 물이 일정량으로 흐를 수 있도록 조절할 수 있다”며 “그런데 이 나무를 다 베어버리면 지표면에 내린 물이 하천으로 흘러가 지표면 토사 유출, 산사태 등의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 올해는 큰 호우가 없었지만 앞으로가 걱정이다”고 설명했다.
경남 하동군 북촌면 일대도 상황은 비슷했다. 어렵지 않게 벌목현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한 주민은 “시집와서 애 낳고 있을 때만 해도 산에 나무가 빽빽하게 있었는데 다 깎여서 대머리가 따로 없다. 옛날부터 봐왔던 나무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져서 마음이 아프다”며 “장마철에 홍수나 산사태가 발생하면 누가 책임질 것인지 묻고 싶다”고 말했다.
전국 곳곳에서 산사태 우려가 커지자 산림청은 벌목정책 재검토와 함께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산림청에서 민간협의체를 구성해 2주간에 한번 씩 열리고 있지만 민간협의체라는 게 사실은 큰 의미가 없다”며 “산림청이 탄소중립정책을 포기하기 싫어 민간협의체에서 재검토하겠다고 밝힌 정책적인 꼼수 일뿐이다”고 지적했다.
산림청 관계자는 “벌목을 하지 않으면 목재를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벌목을 중단할 수는 없다”며 “현재 벌목은 전국적으로 시행되고 있으며 강원도 홍천군 두촌면 등 벌목을 한 지역에서는 자연재해 등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면밀히 살피고 주의를 기울일 방침이다”고 말했다.
이어 “앞서 발표한 산림부문 탄소중립 추진전략과 관련해 논란을 빚은 쟁점들에 대해서는 각계각층의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민관협의체를 통해 원점에서부터 논의를 거치고 전략을 수정, 보완할 계획이다”며 “6월 협의체를 구성했고 지난달 출범식과 제1차 본회의를 개최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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