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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 방어막·수자원 확보’ 효자에서 적폐청산 대상 전락한 ‘4대강 보’
우리나라는 기후 특성상 여름철에 집중적으로 비가 내리기 때문에 수자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 어렵고 수해가 발생 가능성도 높다. 특히 한강·낙동강·금강·영산강(4대강)을 중심으로 농업·공업 등이 밀집해 있어 수질오염 문제도 심각했다.
앞서 이명박 전 대통령은 4대강 사업을 통해 해당 강바닥을 준설하고 16개의 보를 설치했다. 강바닥을 파내는 준설 작업과 보 설치를 통해 강의 ‘물그릇’을 깊게 만들어 수방 및 수자원 확보 효과를 동시에 누리겠다는 취지다. 이를 통해 수질 개선도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실제로 4대강 사업 이후 집중호우 피해 복구를 위해 지출한 예산은 사업 전보다 20% 수준까지 감소했다. 지난해 9월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이 국회예산처에 의회해 공개한 ‘4대강 보 설치 전후 재난 복구비 변화 분석’ 자료에 따르면 보 설치 이후인 2012~2019년 8년간 정부가 쓴 집중호우 재해대책비는 전체 2366억원이다. 보 설치 전인 2008~2011년 4년간 지출한 5991억원의 절반 이하 수준(60.5%)이다.
연도별로 보면 △2008년 510억원 △2009년 2629억원 △2010년 1288억원 △2011년 1564억원 등 연평균 1498억원의 재해대책비가 투입됐다. 반면 보 설치 이후인 △2012년83억원 △2013년 884억원 △2014년 950억원 △2015·2016년 0원 △2017년 449억원 △2018·2019년 0원 등으로 연평균 296억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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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게 보기=이미지 클릭 [그래픽=이호연] ⓒ스카이데일리 |
감사원 역시 4대강 사업의 효과를 인정한 바 있다. 감사원은 2018년 7월 ‘4대강 사업 관련 감사보고서’에 연세대 산학협력단의 ‘2013년 기준 4대강 사업 이후 본류의 계획 홍수위(홍수 관리를 위해 상한으로 정한 수위)가 86.3% 구간에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조사 결과를 인용했다. 특히 한반도에 역대급 폭우가 쏟아졌던 2020년 4대강 본류는 수해피해가 적었지만 사업에서 제외된 섬진강 일대는 큰 피해를 보기도 했다.
수질개선의 효과도 나타났다. 동 보고서에 따르면 16개 보별 수질 개선 및 악화지표수에서 수질이 개선된 곳 44%, 수질이 동일한 곳 42%, 악화된 곳 14% 등이었다. 여름철 수질 개선 및 악화 지표수도 개선된 곳 33%, 유지된 곳 52%, 악화된 곳 15% 등으로 각각 나타났다. 수자원 확보를 통한 가뭄 예방에도 탁월한 효과를 발휘했다. 지난 2017년 마른장마로 인해 가뭄이 발생했는데 보를 통해 저장된 물이 단비처럼 활용됐다.
바닥 드러낸 공주보…주민들은 물·전기료 걱정 ‘이중고’
다양한 연구를 통해 효과가 입증됐음에도 불구하고 여권과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으로 인해 물이 고여 수질이 악화되고 생태계가 파괴된다는 주장을 펼쳐왔다. 문 대통령도 지난 대선 당시 ‘4대강 재자연화’ 공약 내놓으며 보 개방 및 해체를 약속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1월 금강·영산강·낙동강의 7개 보 부분 개방을 결정했고 특히 올해 금강과 영산강의 5개 처리 방안을 발표했다. 2개는 해체, 2개는 상시 개방, 1개는 부분 해체가 각각 결정됐다. 정부는 5개 보 처리 방안을 발표하며 “해체 시기는 자연성 회복이라는 장기적 안목 등을 고려해 정한다”고 밝혔다.
벌써부터 여론 안팎에선 정부의 보 해체 결정에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부가 내세운 수질개선 효과 역시 보와는 무관하다는 사실이 속속 나타나면서 반발의 목소리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금강·영산강·낙동강 등에서 개방한 11개 보에 대해 2017년 6월부터 2020년 하반기까지 관측한 결과에 따르면 부분 개방이 실시된 낙동강은 남조류 세포 수가 1만6210에서 2만1329로 오히려 32% 증가했다. 심지어 2018년에는 금강과 낙동강 모두 녹조류 수치가 예년 평균 대비 각각 121%, 81%씩 늘었다.
스카이데일리는 4대강 보 개방 실태를 직접 확인하기 위해 직접 금강 공주보를 찾았다. 공주보는 생태계 복원을 이유로 지난 2018년 3월 완전 개방됐지만 이곳 주민들은 보 개방 이후 오히려 수질이 나빠졌다고 입을 모았다. 공주보의 경우 일반적 수질 지표인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BOD) 수치가 개방 전 2.6㎎/ℓ였으나 개방 후 2.9㎎/ℓ로 늘었다. 3년 사이 21%나 증가했다.
수위도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보에서 100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은 강바닥이 훤히 드러나 있었고 그 자리에는 잡초들만 무성히 자라있었다. 이로 인해 물이 부족해지자 인근 주민들은 농업용수를 지하에서 끌어 올려 사용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지하에서 물을 끌어올리는 과정에서 경제적 부담은 고스란히 농민의 몫이었다.
윤응진 공주보해체반대투쟁위원회 사무국장은 “농민들의 반대에도 정부가 공주보 상시 개방해 인근 농민들이 상당한 고충을 겪고 있다”며 “지하수를 끌어올리는 관정(管井, 지하수를 퍼올리기 위해 만든 수리시설)을 해마다 더 깊게 파는 실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애초 관정의 깊이가 8~10m던 것이 지금 적게는 70m, 많게는 150m까지 파는 실정이다”며 “모터의 힘이 더 필요해 전기를 많이 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전기료가 크게 늘었다. 공주보 개방 전에는 2~3만원 하던 전기료가 지난해엔 20만원으로 10배 가까이 뛰었다”고 하소연했다.
일부 주민들은 관정으로 인한 환경파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공주보 인근에서 만난 한 농민은 “농민들이 물이 없다고 하소연하니 지자체에서는 관정을 파고 있는데 애꿎은 땅을 파는 것이 환경오염을 유발하는 것 아니냐”며 “그마저도 금방 말라서 여기저기 파고 있는 실정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문가들은 4대강 사업이 적폐의 대상으로 규정돼 다양한 이점에도 제대로 된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환 경기대 정치전문대학 교수는 “환경론자들의 환경근본주의는 자연 그대로의 상태를 일컫는다”며 “자연과 인간은 항상 상호작용을 해야 함에도 이를 정치적 정쟁 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4대강 사업의 경우 정치의 정쟁 대상으로 삼기보다 유동적으로 운영·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전략을 짜야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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