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도 드라마도 시즌제가 대세… ‘미드’에서 요령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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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숙한 새로움’은 거부할 수 없는 매력
‘오징어 게임 2’ 12월26일 공개 앞둬

임유이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10-21 09:51:47

한국 드라마에 시즌제 붐이 불고 있다.

국내 예능계에서는 ‘하트 시그널4’ ‘너의 목소리가 보여10’ 등 시즌제가 자리 잡은 반면 한국 드라마에서는 장수 콘텐츠를 찾아보기 힘든 형편이었다.

시즌제의 장점은 많다. 전작의 인기를 이어받을 수 있고 단일 콘텐츠를 다양하게 변주해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퍽 효율적인 작업이다. 특히 ‘친숙한 새로움’은 시청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흥행에 성공한 드라마라도 시즌 2에 대한 확실한 답을 듣지 못했다. 제작진은 시즌제를 하고 싶어도 배우들 스케줄 조율이 어렵다며 즉답을 피했고 실제로 후속 시즌을 내놓기까지는 몇 년이 걸리곤 했다.

2016년 방송된 SBS 드라마 ‘낭만닥터 김사부’는 시즌2가 나오기까지 3년이 걸렸고 다시 3년이 지난 후 시즌3를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미국 드라마처럼 사전 제작 후 공개되는 작품들이 몇 개월 간격으로 새로운 시즌을 선보이고 있다. 최근 공개된 넷플릭스 ‘경성크리처’는 처음부터 시즌 1·2를 몰아서 촬영했고 1년 이내에 두 시즌을 모두 공개했다. 두 편을 촬영하는 데 걸린 시간은 총 7개월.

넷플릭스 ‘스위트홈’ ‘오징어 게임’도 첫 시즌 공개 후 나머지 두 시즌을 사전 제작했다. ‘스위트홈’ 2탄과 3탄은 7개월 간격으로 공개됐고 ‘오징어 게임 2’도 12월26일 공개를 앞두고 있다. 시즌 3는 내년 중 공개할 예정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할리우드와 한국의 여건이 많이 다르므로 무조건 시즌제의 성공을 예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짚었다.

“보통 파일럿 시리즈를 통해 대중의 반응을 미리 확인하고 아예 시즌 단위로 계약을 맺어 출연진과 제작진 연속성을 담보한 채로 작품을 제작하는데 국내에서는 이런 시스템이 아직 갖춰져 있지 않다 보니 후속 시즌이 첫 시즌만큼 성공을 거둘지가 불투명하다.”

실제로 국내에서 제작된 OTT 드라마 중 시즌2가 전작을 뛰어넘는 성적을 낸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D.P.’ 시즌1은 군무이탈 체포조를 중심으로 한 군내 부조리를 다뤄내며 주목받았지만 시즌2에서 군내 권력 다툼에 초점을 맞추며 작품만의 색을 잃었다는 혹평을 받았다. ‘스위트홈2’도 세계관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길을 잃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업계에서는 한국 드라마의 시즌제가 정착하려면 그에 적합한 지적재산(IP)을 기획 단계에서부터 명확하게 구상하고 긴 호흡으로 전개할 수 있는 스토리텔링을 고민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정 평론가는 “시즌제 드라마를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처음부터 큰 그림을 그려가면서 단계별로 이야기를 풀어가야 한다. 기존처럼 한 시즌 안에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는 과감한 도전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국내에서는 이제 막 시즌제 드라마가 하나의 제작 형태로 자리 잡아가는 과도기에 있다. 긴 이야기의 시즌을 나누다 보면 이야기 배치나 호흡 조절 등에 있어서 새로운 고민이 필요하다. 노하우가 쌓이다 보면 ‘미드’처럼 시즌10까지 가는 장수 시리즈가 나올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임유이 기자 lye@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