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기된 산업은행법 개정안 22대 국회 재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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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훈 산은 회장 “부산 이전, 포기하는 문제 아냐”… 추진 의사 밝혀
야당이 다수 장악한 국회서 산은법 개정 쉽지 않고 노조 반발도 부담

윤승준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12 09:00:00

▲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동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해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 설득을 지속해 나가겠다”며 본점 부산 이전을 재차 강조했다. ⓒ스카이데일리

강석훈 KDB산업은행 회장이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재차 강조하면서 관련 법안이 쟁점으로 다시 떠올랐다. 여당인 국민의힘도 22대 국회가 개원하자마자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노조 반대가 거센 가운데 야당이 국회를 다수 의석을 차지했기 때문이다. 여야가 이전을 놓고 옥신각신하는 것보다 지역 거점 센터를 신설하는 등 대체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1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부산 이전 문제는 포기하거나 합의할 수 있는 문제가 전혀 아니다”면서 “정부 국책과제로서 대통령이 수차례 공개적으로 추진한 과제라서 한 번에 없어지고 그럴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산업은행은 본점 부산 이전을 위해 22대 국회 정무위원회가 구성되는대로 정부와 함께 국회를 설득할 방침이다. 강 회장은 “국회에 새로 오신 의원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지만 부산지역과 남부권 지역을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삼고 균형 성장을 하자는 명제와 대의에 대해서는 어느 의원도 반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하고 균형 성장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통해 설득하는 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일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본점 소재지를 서울에서 부산으로 수정하는 내용의 한국산업은행법 일부개정법률안(산업은행법) 개정은 윤석열정부의 핵심 국정과제 중 하나다. 정부 출범 직후 연구용역을 실시해 필수 조직을 제외한 본사의 전 기능과 조직을 100% 부산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결론을 냈고 지난해 7월 국토교통부가 ‘이전 공공기관 지정 고시문’을 게시하며 행정절차를 마무리했다.

여당도 이에 발맞춰 움직이고 있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부산지역 소속 여당 의원 17명과 함께 4일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21대 국회 종료 후 계류 중이던 산업은행법 개정안들이 자동 폐기된 지 일주일만이다. 제안 이유로는 부산이 금융 중심지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갖춰 지방 소멸을 방지하고 국가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한다는 걸 들었다.

문제는 산업은행법의 키를 야당이 쥐고 있다는 점이다. 4·10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압승하면서 원내 170석을 꿰찼다. 조국혁신당 등 진보 야권을 합치면 188석에 달한다. 반면 국민의힘은 108석에 불과하다. 더군다나 부산 이전에 힘을 보탤 부산지역 소속 민주당 의원은 1명뿐이고 21대 국회에서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한 김두관·박재호 의원은 당선에 실패했다.

노조와 갈등도 여전하다. 노조는 명분이 부족하다며 부산 이전을 반대한다. 김현준 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법안은 경제적 타당성 검토가 부족하고 이해관계자 간 논의가 충분하지 않다는 사유로 폐기된 법안이다”면서 “국민의힘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으로 부산 일자리가 생기고 경제가 살아난다며 산업은행을 부산 발전의 ‘만능키’라고 떠들고 있는데 ‘양치기 소년’을 자처하지 말고 진정한 부산 발전 방안을 고민하라”고 비판했다.

경제적 효과가 없다는 점도 반대 근거로 들고 있다. 지난해 7월 노조의 의뢰를 받고 한국재무학회가 추산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으로 이전할 시 10년간 국가 관점에서 15조4781억 원의 손실을 보는 것으로 집계됐다. 부산 이전으로 창출되는 파급효과는 1조2450억 원인데 축소효과는 16조7230억 원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산업은행 자체 손실도 7조39억 원으로 추산됐다. 거래처 이탈과 직원 퇴사 등의 영향으로 수익이 6조5337억 원 감소하고 신사옥 건설 및 주거공급·인력확충 등으로 4702억 원의 비용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지방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는 지역거점센터를 설치해 지역 특화 은행으로 육성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강석훈 회장도 기자간담회에서 산업은행법 개정 전까지 이전 효과를 내기 위해 영·호남 지역 혁신생태계 구축과 녹색금융을 총괄하는 ‘남부권투자금융본부’를 신설하고 본부 산하에 ‘호남권투자금융센터’ 등 지역 스타트업의 창업부터 스케일업까지 지원하는 ‘지역기업종합지원센터’를 설치하겠다는 중점 과제를 내비친 바 있다. 다만 어디까지나 법안 개정 전 임시방편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균형발전을 위해서라도 본점이 내려가는 것보다는 지역 금융을 활성화할 수 있도록 거점 단위로 지점이나 센터 등을 설치해 지역 특화 은행으로서 자리 잡는 게 중요하다”며 “지역 금융에 특화해 사업을 확대한다면 지방균형발전을 이뤄낼 수 있고 본점을 이전할 때 들어가는 비용도 절약할 수 있어 사업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윤승준 기자 sjyoon@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