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이 View] “노동계 투사님들, 세수는 하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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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생활경제부장·부국장대우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6-07 00:02:40

2025년도 최저임금 인상안을 두고 노사의 공방이 본격화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는 4일 제2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본격적인 자료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달 21일 첫 전원회의에서 상견례를 마친 노사는 2차 전원회의 모두발언에서부터 여러 가지 쟁점 사안들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사용자 측은 소상공인 영업이익 감소·개인사업자 대출 연체금 증가·임금 지불 당사자들의 어려움 등을 호소하며 △임금 지불 당사자의 지불 능력 고려 △ 최저임금 미만율을 고려한 업종별 차등 적용 등을 요청했다.

노동계는 이에 맞서 업종별 구분은 불가함을 천명하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특고)와 플랫폼 종사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을 주장했다.

노사 간 여러 가지 요구사항 중 업종별 차등 적용과 특고·플랫폼 종사자 등에 대한 최저임금 적용 이슈는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서 핵심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특고·플랫폼 노동자는 현행법상 최임위의 논의 사항이 아니고 이들의 노동자성에 대한 판단은 오롯이 정부와 법원의 몫일 뿐이다.

지난 해 가을 배달의민족·쿠팡이츠와 같은 배달앱과 특수고용직 형태인 배달 노동자 문제를 취재하던 중 우연찮게 동료 배달 노동자를 고리대금으로 착취하고 있는 또 다른 배달 노동자 A씨를 접하게 됐다.

A씨는 민노총 산하 라이더유니온의 간부였으며 연리 최고 200%에 달하는 고금리로 그의 동지이자 동료인 배달 노동자를 착취하고 있었다. A씨는 배달 노동자를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만 월 1000만 원을 초과한다고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행위도 서슴지 않았다.

현행 이자제한법은 1회 거래 금액이 10만 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어 형사처벌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이었다.

라이더유니온은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환경과 정당한 임금 보장을 위한 투쟁을 선언한 배달 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다. 지난해 3월 전국민주노동조합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했다. 라이더유니온의 조합원 수는 전체 배달 노동자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자신이 비용을 투자해 사무실을 개설해서 배달 플랫폼인 C사와 도급계약을 맺고 C사로부터 지급받는 운임과 각종 인센티브 등으로 사무실 운영비를 충당하는 업체의 대표였다. 사실상 자영업자인 셈인데 자신이 직접 음식 배달을 겸하기 때문에 라이더유니온에 가입할 수 있었다.

A씨는 배달노동자가 C사로부터 배달비를 지급받는 시기가 배달 후 1주일이 걸린다는 점을 악용해 배달 건당 평균 5000원 안팎인 배달비를 당일 지급 조건으로 건당 200원의 수수료를 착복했다. 연리로 계산하면 200%에 달하는 초고금리인데 돈을 떼일 염려가 전혀 없으니 명동의 사채꾼들도 울고 갈 고리대금업이다.

A씨의 착취 행태가 보도되자 라이더유니온 관계자 여러 명에게서 욕설이 뒤섞인 항의 전화가 빗발쳤다. 일일이 내용을 언급할 필요도 없는 ‘뻔한’ 내용이었다.

몇 해 전에는 A씨와 같이 자영업자이면서 노동자인 김포의 한 택배영업소장 B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등졌다. B씨는 민노총 소속 택배 노동자들의 집단 괴롭힘으로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하다 그와 같은 선택을 하고 말았다.

B씨가 운영하던 택배 영업소에서 근무하며 B씨를 괴롭히던 민노총 소속 택배 노동자들의 단톡방은 지옥의 수문장 정도는 돼야 나눌 수 있는 대화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같은 물류업종에 종사하며 같은 노동을 하고 똑같이 자영업자인 A씨와 B씨에게서 굳이 차이점을 찾아본다면 민노총 소속 여부가 있을 뿐이다.

A씨는 민노총이라는 든든한 뒷배(?)를 업고 자신의 동료인 배달 노동자를 고리대금으로 착취하며 매월 1000만 원이 넘는 불로소득을 챙겼고 B씨는 자신의 동료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다 세상을 등졌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이 벌어져도 민노총은 유감 표명은커녕 함구로 일관했다. 문제점을 지적하는 기자에게는 문제 개선 계획 같은 것이 아닌 욕설을 뒤섞은 항의 전화 뿐이었다.

우리 사회는 A씨나 B씨와 같은 노동자들을 일컬어 특수고용직노동자라 칭한다. 그리고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에 참여한 노동계 대표들은 특고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동지인 노동자를 착취해 억대 소득을 올리는, 고리대금업자인지 자영업자인지 분간이 안 가는 노동자가 사회적약자이기 때문에 최저임금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동료인 택배영업소장을 집단으로 괴롭히다 죽음에까지 이르게 해 놓고 뒤돌아서 희희낙락하는 노동자 또한 사회적약자라고 포장한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에서는 ‘몸을 닦고 가정을 가지런히 한 후 나라를 다스려야 나라가 평온하다(修身齊家治國平天下)’고 가르치고 있다.

산하단체의 간부가 고리대금업으로 동지들을 착취해도 입을 닫고 있는 조직, 민노총 간판을 등에 업고 자신의 동료를 괴롭혀 죽음에 이르게 해도 모르쇠로 일관하는 조직이 민노총이다. 민노총 투사님들에게 묻고 싶다. “세수는 하셨나요?”

김흥수 생활경제부장·부국장대우 khsoo@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