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체 핵개발 가능하지만… 혹독한 ‘국제 제재’ 각오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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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구 동국대 교수 “수개월 이내 무기화할 능력 보유”
개발 강행 땐 美·中 등 수출금지 ‘핵폭탄’ 재앙 불 보듯

장혜원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7-04 16:52:04

▲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 월성원전의 경우 중수로에서 쓰고 남은 핵연료의 경우 많은 양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경우 핵무기 원료로 쓸 수 있을 것이라는 안보가에서의 주장이 꾸준했다. 경주=연합뉴스

북핵 위협이 고도화하고 올해 11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한국의 독자 핵무장이 관심받는 가운데 한국이 외교 걸림돌을 넘어서면 기술적으론 수개월 내에 핵무기를 가질 수 있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국방부와 외교부에서 오랫동안 북핵 문제를 다뤘던 김태구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4일 “핵무기 기폭장치와 탄도미사일 등 투발 수단 등은 이미 한국의 수준이 최정상급”이라고 상식적인 차원에서 독자 핵무장론을 조명했다.

김 교수는 2015년 미국의 핵 군축 전문가 찰스 퍼거슨 미 과학자연맹(FAS) 회장이 발표한 이른바 ‘퍼거슨 보고서’를 인용하면서 “한국 원자력 설비 용량은 세계 5위·운전 기술력은 세계 1위·핵무기 제조 잠재력은 세계 10위권 내에 들어 의지만 있으면 기술적으로 핵무기를 갖는 건 아무 문제가 없다”고 분석했다.

핵무기 핵심 원료인 ‘핵물질’에 대해서도 김 교수는 “핵실험에 필요한 고농축우라늄(95% 정도)이나 플루토늄 등 핵물질 확보가 중요한 데 우라늄 농축보다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통한 원자로 급 플루토늄을 농축하는 게 훨씬 낫다”고 의견을 밝혔다.

외교안보가에 따르면 우라늄탄은 천연상태에서 존재하는 U-235를 농축해 사용하고 플루토늄탄은 원자로에서 만들어지는 원소인 Pu-239를 재처리해 이용한다. 우라늄탄을 만들기 위해서는 천연 우라늄이 있어야 한다. 핵무기 개발을 위해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원심분리법으로 일반적으로 우라늄탄 1발을 만들기 위해서는 고농축 우라늄이 20~30㎏ 정도 필요하다. 농축우라늄을 얻기 위해서는 2ｍ 길이의 원심분리기 2000~2500개를 1년간 돌려야 한다.

김 교수는 “우라늄탄 1기 제조엔 고농축 우라늄이 15~20㎏가량 있어야 하는데 우라늄 1㎏을 얻기 위해선 1000t의 천연 우라늄이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엔 원심분리기 시설이 없는데 고농축 우라늄은 보통 원심 분리기를 활용해 얻어 우라늄탄을 얻기는 매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는 플루토늄 탄 개발 가능성에 힘을 실으면서 “경북 월성에 있는 4기의 가압중수로형 원자로에서 그동안 추출해 쌓아놓은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무기급 플루토늄 26t을 얻을 수 있는데 이는 핵무기 433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라고 강조했다.

플루토늄탄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처리 공장처럼 큰 규모의 시설이 필요하지 않다. 플루토늄 핵무기의 원료가 되는 플루토늄 239는 원자로에서 사용하고 남은 연료봉을 추출해야만 나오는데 1976년 착공한 월성 원자력발전소는 국내에서 가동 중인 원전 25기 가운데 유일한 중수로(重水爐) 기반 원전이다. 월성 원자로에서는 매년 핵무기 416개를 만들 수 있는 2.5t의 준(準)무기급 플루토늄이 생산되고 있는 데다 증폭 분열 탄이나 수소폭탄 제조에 필요한 중수소와 삼중수소도 상당량 확보돼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 적용하는 핵물질의 의미 있는 양은 플루토늄 8㎏ 우라늄 25㎏정도다.

김 교수는 “마음만 먹으면 수개월 이내에 핵무기를 터뜨리는 기폭(起爆) 장치와 탄도미사일 등 투발 수단을 갖는 건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앞서 한국에서 핵무장론이 이어졌던 것을 강조한 그는 “역대 최대인 약 700발의 전술핵이 1970년대 배치된 적이 있었고 박정희 정부에서는 당시 주한미군 철수에 대비하기 위해 자체 핵무장을 시도했다”며 “1994년에 북핵 위기가 등장하면서 미국 상원에서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하는 결의안이 통과됐고 2017년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 전술핵 재배치가 본격 재논의되는 중”이라고 밝혔다. 실제 지난해 아산정책연구원과 미 랜드연구소는 미 핵우산의 ‘전략적 모호성’과 한계를 언급하며 미국의 전술핵 100기를 한국 안보 지원용으로 지정하고 전술핵 8~12개를 한국에 배치하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한편 핵무장이 가능하더라도 아직 외교와 정책적 변수가 남아있다. 국제사회는 한국의 사용 후 핵연료(고준위 방사성폐기물) 재처리를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우라늄은 20% 미만까지만 협의로 농축할 수 있도록 하는 데다 현재 국내 원전에 필요한 5%의 저농축 우라늄을 전량 국외로부터 수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김 교수 의견과 같이 플루토늄을 만일 한국의 핵 개발을 할 때 미국과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즉각 강력한 제재에 나설 것이라는 반론이 제기된다.

이에 전문가 일각은 한국 경제에 진짜 핵폭탄이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내비치고 있다. 정호근 동국대 행정대학원 안보·북한학과 교수는 이날 본지에 “미국은 물론 핵확산금지조약(NPT) 체제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국제사회는 핵 개발 시에 전면적 규제에 나설 것”이라며 “일부 핵무장론자들이 언급하는 미국의 허락이나 용인이 없으면 수출 중심 한국은 엄청난 경제 제재 폭탄을 맞게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장혜원 기자 hyjang@skyedaily.com 기자페이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