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알 마드리드 2군 출신 ‘찐팬’ 호셀루, UCL 결승행 천금 연속골

이 시간 주요기사

뉴스 > 축구

그라운드의 ‘동화’ 완성… 무명 설움 떨쳐내며 함박 웃음
매년 보따리 싸는 ‘저니맨’으로 살다 올 시즌 임대 복귀

박병헌 기자 기자페이지 + 입력 2024-05-09 11:01:59

▲ 스페인 프로축구 레알 마드리드의 공격수 호셀루가 9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바이에른 뮌헨과의 4강 2차전에서 교체 투입돼 골을 성공시킨 뒤 포효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돌고 돌아 서른을 넘겨 친정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로 복귀한 호셀루(34)가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결승행을 결정짓는 연속골을 책임지며 ‘동화’를 완성했다. 호셀루는 독일과 잉글랜드 프로 무대를 누비며 1년마다 보따리를 싸는 전형적인 저니맨이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의 ‘명가’ 레알 마드리드는 9일(한국시간) 스페인 마드리드의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열린 2023~24 UCL 준결승 2차전 홈 경기에서 바이에른 뮌헨(독일)에 2-1 역전승을 거둬 1·2차전 합계 4-3으로 앞서며 결승에 진출했다.

UCL 최다 우승기록을 보유중인 레알 마드리드의 ‘UCL DNA’는 강했다. 승리의 주인공은 후반 36분 교체로 투입된 호셀루였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가 0-1로 뒤지던 후반 43분 비니시우스 주니오르의 슈팅을 뮌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제대로 잡지 못하자 재차 슈팅해 동점골을 넣었다.

3분 뒤에는 안토니오 뤼디거가 왼쪽에서 올린 낮은 크로스를 골문 앞에서 마무리하며 레알 마드리드에 영국 런던행 티켓을 안겼다. 레알 마드리드는 뮌헨을 상대로 UCL 9경기 연속 무패(7승 2무)를 기록하며 천적 관계를 이어갔다. 뮌헨이 이 대회 레알 마드리드와 맞대결에서 승리한 건 2011~12시즌 대회 준결승 1차전(2-1 승)이 마지막으로 무려 12년 전 일이다.

뮌헨의 ‘철기둥’ 김민재는 후반 31분 교체 투입된지 6분 만에 헤더로 크로스바를 강타하는 등 모처럼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으나 팀 패배에 고개를 숙였다. 분데스리가에서 레버쿠젠에 게 왕좌를 내줬으며 독일축구협회(DFB)-포칼에서도 2회전에서 조기 탈락한 뮌헨은 이날 패배로 올 시즌 무관으로 전락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강인이 속한 파리 생제르맹(PSG·프랑스)을 합계 2-0으로 누르고 올라온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독일)와 다음달 2일 축구의 성지인 영국 런던의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우승컵 ‘빅이어’의 주인공을 가린다.

UCL 최다 우승팀인 레알 마드리드는 통산 15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극적으로 연속골을 터뜨리며 8만여 명의 홈 팬들을 열광하게 한 호셀루는 레알 마드리드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선수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의 2군인 카스티야 출신이다.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셀타 비고로 임대를 오가며 카스티야 소속으로 뛰었다.

2010~11시즌에는 팀 내 득점 1위, 2011~12시즌에는 리그 득점 1위에 오르는 등 스트라이커로서 두각을 나타냈고 1군의 부름을 받아 라리가 데뷔전을 치르기도 했다.

▲ 레알 마드리드의 안첼로티 카를로(가운데) 감독이 9일(한국시간) 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꺾고 결승행을 확정지은 뒤 선수들을 껴앉고 환호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라리가에서 1골에 그쳤고, 더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뛰지 못했다. 호셀루는 2012년부터는 마드리드를 떠나 독일과 잉글랜드 무대를 누비며 본격적인 ‘저니맨’으로 살아야 했다.

호펜하임, 프랑크푸르트, 하노버(이상 독일), 스토크 시티(잉글랜드), 데포르티보 라코루냐(스페인), 뉴캐슬(잉글랜드)에서 차례로 뛰었다. 거의 한 시즌마다 팀을 옮겼을 정도다.

2019년에는 라리가의 하위권인 알라베스(스페인)에 정착, 매 시즌 두 자릿수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알라베스에서의 3번째 시즌에는 팀 강등을 막지 못했고, 지난 시즌 에스파뇰로 이적했다.

호셀루는 에스파뇰에서도 리그 16골을 기록하며 제 몫을 다했지만 이번에도 소속팀이 강등당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10년 넘게 여러 팀을 전전하면서도 어려서부터 동경해온 레알 마드리드를 향한 애정은 그대로였다.

2022년에는 레알 마드리드의 UCL 결승전 날 호셀루가 결전지인 프랑스 파리에서 레알 마드리드의 하얀 유니폼을 입고 응원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호셀루는 올 시즌에야 레알 마드리드의 주축으로 뛰는 꿈을 이룰 수 있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카림 벤제마가 사우디아라비아 리그로 이적하면서 레알 마드리드는 빈 자리를 메우기 위해 해리 케인(현재 바이에른 뮌헨) 영입에 나섰다.

그러나 당시 케인의 소속팀이던 토트넘(잉글랜드)과 이적료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고, 결국 가성비가 좋은 호셀루를 에스파뇰로부터 임대로 영입하게 됐다. 12년 만에 레알 마드리드로 돌아온 호셀루는 제 몫을 다했다. 선발과 교체를 오가면서 리그에서 9골을 넣었다. 득점은 물론 팀 플레이에서도 좋은 모습을 보였다.

마침내 그는 이날 레알 마드리드를 UCL 결승으로 이끄는 연속 극장골을 책임지며 자신의 가치를 떨치고 환하게 웃었다. 카스티야를 떠나고서 12년 만에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의 주인공으로 우뚝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