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천박한 편파보도가 다시 등장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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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순한 의도의 가짜뉴스가 민주 정치 근간 위협
미디어는 정치인·유권자 정보비대칭성 보완해야

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4-03-14 06:31:30

사람들은 각자의 학습 또는 경험에서 축적된 서로 다른 정보를 가지고 있어서 이른바 ‘정보 의 비대칭성’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사회체계의 비효율성을 야기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그러므로 사회구성원 간에 같은 정보나 의미를 공유하는 데 있어 미디어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은 역설적으로 미디어가 인·허가와 같은 각종 사회적·내용적 규제를 받아야 하는 이유가 된다.

미디어가 제공하는 콘텐츠들은 사회적·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고, 상업광고를 비롯한 경제 정보들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정보 비대칭성을 완화시켜 경제시스템이 효율적으로 작동되게 만든다. 또 미디어가 제공하는 각종 정치 정보들은 민주주의 정치과정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정치 지도자를 국민 다수의 선택으로 결정하는 대의민주주의 체제에서 미디어가 제공하는 정보는 정치인과 유권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보완해 주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디어에서 제공되는 정보가 부정확하거나 왜곡되었을 경우 사회체계에 심각한 부작용을 유발하게 된다. 사회적 다양성을 약화시켜 획일적 사회를 만드는 수단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구성원들 간에 갈등을 유발시킬 수도 있다. 과장·허위 광고는 자본주의 경제질서를 교란시킬 수 있고, 편파 혹은 불공정 보도는 민주주의 제도를 위험에 빠뜨리게 된다. 실제로 불순한 의도로 만든 가짜뉴스들은 민주정치의 근간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렇지만 우리 방송매체들의 정치적 기능에 높은 점수를 주기 어렵다.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무엇보다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된 편파보도는 여전히 심각한 상태다. 특히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처럼 권력 구도를 결정하는 선거 기간 중에 불공정성과 편파성이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더구나 지난 정권이 언론개혁이란 미명하에 구축해 놓은 기울어진 언론 지형은 정권 교체가 이루어진 지금까지도 문제가 되고 있다. 지난 정권 시절 극에 달했던 편향된 선거 보도가 일부 방송매체에서 여전히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에 있었던 지방자치 선거는 그런 양태를 극명하게 보여 준 바 있다. 무엇보다 한국의 가짜뉴스가 특정 정치세력과 결탁된 공영방송·인터넷 매체 카르텔의 주도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 분명해진 것이다.

이번에도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이런 편파보도의 징후들이 다시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말 MBC 저녁 종합뉴스 기상예보에 등장한 파란색 1자 그래픽은 이번 선거 기간 중에 벌어질 편파보도의 서막이 열리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과 같았다. 2000년 총선거 때 선거관리위원회가 만들어 배포했던 홍보물을 다시 보는 듯하다. 어쩌면 유치해 보이기도 하는 이런 편파보도가 자칭 공영방송이라고 하는 매체에서 방영된 것 자체가 한국 정치의 후진성을 보여 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 않아도 이번 선거에서 ‘딥페이크’를 이용한 가짜뉴스들이 창궐할 것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사활을 건 선거전이 치열해지면서 유권자들을 현혹하기 위한 가짜뉴스들이 정치권과 정파적 매체들에 의해 마구 생산·유포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 외국 언론은 한국을 딥페이크 합성물이 가장 많은 위험한 나라로 지목하기도 했다. 주로 인기 연예인과 관련된 조작 음란물이라고 하지만 충분히 정치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이 높다.

대의민주주의 국가에서 미디어의 역할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민의 합리적인 정치적 선택에 필요한 정보 비대칭성을 보완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선출된 정치인과 정치집단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제공 즉, 권력 감시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 두 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필수조건이 정보의 정확성과 공정성이다. 언론 특히 방송매체에 대한 여러 규제 장치들이 존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 매체들은 공적 규제 자체를 무시하거나 심지어 이에 저항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유치해 보이는 편파성 기상예보를 내보낸 MBC는 이미 적지 않은 가짜뉴스와 불공정 보도로 재허가 취소가 우려될 정도로 많은 벌점을 부여받은 상태다. 어쩌면 편파보도로 특정 정파가 승리하는 것만이 자신들이 생존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또한 우리 방송이 정치에 포획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주는 방증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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