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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소상공인을 위한 법적인 보호·사회적 안전장치가 부재한 것은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을 제정할 결정권을 갖고 있는 국회와 고용노동부가 ‘당사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2021년부터 국내 최초로 여성 소상공인협회를 설립해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 제정을 위해 발이 닳도록 뛰며 애써 온 정연희 회장은 인터뷰에서 이처럼 말하며 “전체 소상공인의 41.7%에 달하는 여성 소상공인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을 위해서는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여성 소상공인의 대부분은 가장의 역할을 한다. 고금리·고물가로 영업 소득이 날로 줄어들면서 다중 채무자가 되거나 고금리 대출에 시달리다 영업을 그만두고 설거지·청소 등의 허드렛일로 내몰리는 등 사각지대에 놓이게 된다. 이들을 위한 법 제정을 외면하는 것은 이들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이들에게 딸린 가족의 생계까지 위협하는 것이다”며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22대 국회에서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그는 국내 최초 여성 소상공인 권익 보호 활동을 시작한 소상공인 정책 전문가이기도 하다.
국내 여성 기업인들을 위한 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여성 농어업인법률·여성기업인법이 있기는 하나 여성기업인법은 제조업·중소기업 중심의 지원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여성 소상공인 대부분은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있어 실질적인 지원을 받을 수 없다며 그 한계점을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여성 소상공인법 제정’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다. 또한 “여성 소상공인법은 여성 소상공인의 특징을 가장 잘 반영한 실질적인 법률이 될 것이다”고 부언했다.
“여성 소상공인의 안전한 노동환경을 위한 사회적·법적 장치 시급”
정 회장은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개선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소상공인의 노동환경과 감정 노동·소상공인의 금융 장벽과 신용등급 문제·소상공인의 노후와 최저 생계를 위한 정책자금 등을 꼽았다.
여성 소상공인의 안전한 노동환경과 감정 노동의 개선 필요성에 대해서는 ‘일터 내 괴롭힘’ 등으로 설명이 가능했다. 자영업자인 여성 소상공인들은 일터에서 손님들로부터 언어폭력·성희롱 등을 경험한다. 하지만 일반 회사와 같이 법적으로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안전장치가 없다.
정 회장은 여성 소상공인협회 내 한 회원의 사례를 언급했다. “협회 회원 중에 막걸리 가게를 운영하는 한 소상공인은 하루 12시간 이상 노동을 한다. 남들이 이불 속에서 숙면을 취하는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영업 준비로 바쁜 하루를 시작한다. 10시 넘어 귀가하면 집안일을 해야 한다. 게다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하는 어조로 괴롭히는 고객들의 주취 폭력에 시달리지만 상담을 받거나 하소연할 곳이 없다”고 했다. 여성 소상공인인 그들에겐 영업하는 곳이 일터다. 그들도 엄연히 대한민국 국민이고 세금을 내는 국민이지만 이들에게 국가는 사회적 안전망을 제공해 주기는커녕 방치하고 있는 셈이다.
정 회장은 이들의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사회안전망 장치인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 제정이 필요함에도 진전이 없는 것은 ‘남성 위주의 정부 정책과 성인지 부재’에 기인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이 제정된다면 여성 소상공인도 그들의 일터에서 경험하는 괴롭힘·성희롱 등을 법에 호소하고 더 안전한 일터에서 일할 수 있게 될 거라는 것이다.
“소상공인을 위한 전문 금융기관 설립이 필요하다.”
정 회장은 소상공인의 금융 체계 접근성 또한 해결이 필요한 중요한 문제 중 하나로 짚는다. 신용등급의 제약과 소상공인만을 위한 전문 은행의 부재는 여성 소상공인들이 겪는 재정적 어려움을 가중시킨다는 것이다. 그는 이들을 위해 보다 효율적인 금융 지원·소상공인 전문 은행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 때 무작위로 인상한 최저임금의 부작용으로 여성 소상공인들은 인력 고용을 할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됐다. 정 회장은 “여성 소상공인 대부분은 1인 영업자다. 이들은 일손이 필요한 바쁜 시간대에 주변에서 쉬고 있는 주부들 혹은 일자리가 없는 사람들을 최소한의 비용을 주고 알바로 쓴다. 하지만 최저임금에 대한 법 규정이 강화되면서 알바생들에게 주휴 수당을 지급해야 하게 됐을 뿐 아니라 시간당 비용도 너무 많이 올라가 더 이상 알바생을 쓸 수 없게 됐다”며 최저임금 인상은 1인 자영업자인 여성 소상공인만 어려움에 부닥치게 한 게 아니라 ‘가정 경제’ ‘지역 경제’도 위축되게 만드는 악순환의 시초가 됐다고 해석했다. 1인 자영업자들이 알바로 고용했던 동네 주부들은 한 달에 약 1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올렸는데 최저임금 인상으로 그마저 끊겼기 때문이다.
인상된 최저임금으로 1인 자영업자인 여성 소상공인들은 알바를 쓸 수 없게 되고 장시간 근로를 하지만 일한 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아 폐업하기도 한다. 대출이 있는 경우 고금리로 늘어나는 이자를 갚지 못하게 되면 신용불량자가 되는 등 악순환이 계속된다는 것이다. 신용불량자가 된 여성 소상공인은 주로 설거지나 요양보호사로 일하게 된다. 이 일들마저 장기간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므로 그들 중 일부는 벼랑 끝으로 내몰린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언론에서 언급한 적은 없지만 자영업에 실패한 여성 소상공인 중 다수가 스스로 생을 마감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여성 소상공인이 영업 이익 감소 등의 이유로 폐업하게 되는 경우 다시 경제적 독립을 할 수 있는 ‘이들만을 위한 금융 특별법’이 필요해 보인다. 정 회장은 “신용등급을 정함에 있어서 부자와 서민의 신용점수가 애초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 자체가 말이 안 된다”며 “신용점수를 삭감하는 방식이 아니라 빌린 돈을 잘 갚으면 점수를 올려 주는 방식으로의 개정이 필요하다. 신용점수에 대한 차등 부과 제도가 필요해 보인다는 얘기다. 나아가 여성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법을 따로 만들어 신용등급 관리와 대출을 해 주는 등 소상공인 전문 대출 은행 설립이 필요하다”고 부연했다.
이어 담배·주류세 인하, 미용업계 면세 등 여성 소상공인을 위한 세금 혜택도 여성 소상공인뿐만 아니라 지역 경제를 살리는 데도 기여할 것이라고 정 회장은 내다봤다.
그는 “동네에서 편의점으로 먹고사는 사람들의 1년 담배 매출은 평균 2억 원 정도 된다고 들었다. 여기서 이익을 낼 수 있어야 하는데 문제는 담배에 포함된 세금이다. 담배 한 갑에 부과된 세금은 4500원을 기준으로 봤을 때 담배소비세 1007원·개별소비세 594원·지방교육세 443원·부가가치세 438원 등이다. 이 외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 841원까지 추가하면 담배 한 갑에 포함된 세금과 부담금은 총 3323원이 된다. 담배 한 갑을 팔아서 원가를 제외하면 이익금이 얼마 안 된다. 담배 포함 판매 금액이 5만 원을 넘어가는 경우 수수료까지 내야 한다”며 세제 혜택을 통해 소상공인도 담배를 팔아 수익을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담배를 판매하는 것만으로도 판매업자는 세금으로 나라에 애국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소상공인의 노후와 최저 생계를 위한 자금지원 정책 필요하다.”
동양의 고전인 대학에는 심부재언(心不在焉)·시이불견(視而不見)이라는 말이 있다.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이지 않고 들어도 들리지 않는다는 뜻이다.
정 회장이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 제정을 외치는 배경에는 본인이 여성 소상공인으로 1인 자영업에 실패해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카페를 운영하다 폐업하면서 신용불량자로 궁지에 내몰렸던 그는 “신용을 회복하는 데 4년이 걸렸다. 소상공인들이 자영업을 하다 실패했을 때 의지할 수 있는 것이 필요하다.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에 꼭 포함하고 싶은 것이 ‘소상공인의 노후와 최저 생계를 위한 자조금 정책’이다”고 말했다.
청년저축계좌 형식으로 소상공인이 한 달에 100만 원을 넣으면 정부가 100만 원을 지원해 주는 매칭 방식으로 소상공인이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을 때 의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노후자금을 보장해 주는 제도를 구축하자는 것이다.
그는 끝으로 “협회에는 6000여 명의 소상공인들이 있다. 이들에게 더욱 안전하게 일할 수 있고 일한 만큼의 대가를 누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다. 그 방법은 여성 소상공인 특별법 제정에 있다”고 말했다.
◆ 프로필
△1967년 서울 오류동 출생
△인천 박문여자고등학교 졸업
△중앙대 사범대학 졸업
△사회복지대학원 수료
△매일경제신문 기자
△한국소비자보호원 전문위원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 홍보교육팀장(농림부 공공기관)
△한국 슈퍼마켓협동조합 연합회 정책기획실장
△담배사업법·여신금융업법·자원순환재활용법·유통산업발전법·상생협력법 개정 정책위원
△중소벤처기업부 소상공인정책심의회 위원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소상공인위원회 정책위원
△소상공인 사업정리 컨설턴트
△소상공인 협업 컨설턴트
△사단법인 여성 소상공인 자영업 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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