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YTN 새 사업자 ‘승인심사’ 통과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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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11-07 06:31:10

지난주 한전KDN과 한국마사회는 YTN 지분 최종 낙찰자로 유진그룹 지주사인 유진기업이 선정되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유진그룹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최다 출자액 변경 승인을 받게 되면 한전KDN(21.43%)과 한국마사회(9.52%)의 지분 30.95%를 소유하게 되어 YTN 최대 주주가 된다. 당초 거론되었던 기업들은 신청조차 하지 않았고, 의외의 사업자가 선정되었다는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대다수 언론들이 ‘YTN 민영화’라고 보도하고 있고, 이를 두고 ‘공영방송 민영화’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공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던 YTN 지분을 매각한 것은 민영화가 아니라 원래대로 되돌린 것이라 할 수 있다. 1995년 케이블TV 출범 당시 대주주였던 연합뉴스가 지분을 포기하고 퇴출되면서 만들어진 기형적 공영방송 구조를 다시 정상화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YTN이 지금처럼 정부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않은 ‘한국형 공영방송’으로 변질된 것은 김대중정부 시절이다. 경영난 해소를 위해 들여온 공기업들의 차입금을 자본금으로 전환하면서 시작된 것이다. 이후 케이블TV·위성방송·IPTV 같은 다채널 방송들이 성장하면서 YTN은 안정적 경영과 영향력을 확보한 부동의 1위 보도 채널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런 공기업 지분이 민간에게 매각된다는 것은 YTN이 정부의 직·간접적 영향권에서 벗어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보도 채널에 대한 정치적 통제력을 정부가 스스로 포기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과거 어떤 정부도 하지 못했던 일이다. 하지만 일부에서 우려하는 것처럼 민간기업이 보도 채널을 소유하게 되면 상업화의 가능성은 더 커질 수 있다. 특히 광고를 언론보도와 연계해 기업들의 여론 방패막이로 악용해 왔던 부작용이 더욱 심화될 가능성도 있다.

물론 방송통신위원회가 YTN 소유권 이전이 보도 채널의 공적 책임이나 공정성·공익성 등에 미치는 영향력 등에 대한 승인심사를 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예상되는 문제점들을 충분히 검토하고 사전 예방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선진국들처럼 방송사업자의 인수·합병과 관련된 ‘공익성 심사(public interest test)’ 제도가 없다. 그렇지만 이에 준하는 정밀한 심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민간사업자가 보도 채널 대주주가 되는 것에 대한 우려가 완전히 불식될 수는 없다. 무엇보다 인터넷 언론매체들이 난립하는 환경에서 보도 채널이 지속 가능한 방송사업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있다. 2009년 종합편성채널 허가로 방송 뉴스 독점 구조가 완화되었고, 인터넷 매체들의 급성장으로 뉴스는 이제 더 이상 블루오션이 아니다. 실제로 지상파방송과 YTN 시청률은 이전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특히 뉴스 장르는 모든 방송콘텐츠 중에서 재활용 정도가 가장 낮은 이른바 가성비가 좋지 않은 콘텐츠다. 더구나 취재 보도의 특성상 인건비 비율이 매우 높은 비효율적 경영 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공지능을 이용한 로봇이 취재 인력을 본격적으로 대체하려면 아직도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더구나 속보성이 중요한 뉴스의 특성상 SNS나 유튜브 같은 온라인 플랫폼들과의 경쟁에서 절대 불리하다.

뉴스는 이제 더 이상 소수 사업자의 독과점 영역이 아니다. 대다수 국민이 네이버 같은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를 접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들은 유튜브 같은 SNS를 통해 뉴스를 보고 있다. 더구나 인터넷 언론매체들은 인·허가 절차도 없고 내용 규제도 거의 받지 않고 있다. 보도 채널의 승인·허가제 자체에 의문이 제기되는 이유다. 대한민국이 정상적인 민주주의 체제를 가진 국가들 중에 보도 채널이란 법개념을 가진 유일한 나라라고 해도 크게 잘못된 말이 아니다.

정부의 직·간접적 통제나 지원에서 벗어난 민간 보도 채널의 상업화가 우려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히 광고를 매개로 뉴스를 통제하려는 기업들의 압력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최근 10여 년간 방송광고 매출은 급감했지만 방송사들의 협찬 수입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이 이를 잘 보여 주고 있다.

YTN 지분 매각은 방송에 대한 정치권력의 통제권을 내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반대로 방송 뉴스에 대한 상업적 영향력은 더 커질 수 있다. 정부의 매각 조치는 상충되는 두 이익형량 중에 전자의 이익이 상대적으로 크다고 판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민간 보도채널의 공정성과 공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효과적인 대안들을 마련할 수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심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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