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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역사상 가장 키가 컸던 국가 원수 프랑수아 1세. 지난 칼럼에 이어 큰코왕·장신왕으로 불리는 프랑수아 1세에 얽힌 프랑스 명소를 소개한다.
프랑수아 1세의 키는 1m98cm로 추정된다. 1m94cm 장신의 루이 16세와 샤를 드골 대통령보다 4cm나 더 크다. 흔히 키 큰 사람은 싱겁다는 말이 있다. 하지만 프랑수아 1세는 이 말을 무색하게 할 정도로 당찬 군주였다. 군사뿐만 아니라 학문·문화·예술 분야에서 프랑스에 ‘르네상스’를 꽃피게 한 최고의 왕이었다.
프랑수아 1세는 르네상스 시대의 왕자들처럼 웅장한 환경에서 살며 예술 작품을 소장하고 유명한 예술가들과 어울리기를 열망했다. 그래서일까. 그는 성(城)을 유난히 좋아했다. 재위 32년 동안 그가 만든 성은 11개. 샹보르성·퐁텐블로성·앙브아즈성·블루아성 등 하나같이 빼어난 성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독창성과 웅장함이 가장 뛰어난 건 퐁텐블로성이다. 프랑수아 1세가 재건축한 이 성은 군주 자신뿐만 아니라 손자인 샤를 9세 때까지 왕의 특별한 거주지로 장시간 활용됐다. 나폴레옹은 이 성을 ‘세기의 집’이라고 불렀다. 19세기에는 ‘퐁텐블로 학교’의 본거지가 돼 프랑스 예술의 요람이 됐다.
파리 남동쪽 60km 지점에 있는 퐁텐블로. 이곳은 프랑수아 1세를 만족시킬 모든 조건을 구비하고 있었다. 130헥타르(ha)의 공원과 정원으로 둘러싸인 광활한 대지에 중세의 다양한 역사적 건축물이 남아 있어 왕이 꿈꾸는 ‘새로운 로마’를 건설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파비아(Pavie) 전투에서 스페인왕 카를 5세에게 패배해 4년간 마드리드에서 혹독한 투옥 생활을 마친 프랑수아 1세는 백성의 신뢰를 회복하고 유럽의 위대한 주권자들 사이에서 자신의 자리를 되찾기 위해 이 유명한 유적지를 궁전으로 재개발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왕은 폐허가 된 타원형 안뜰의 오래된 성채만 보존하고 큰 창문을 뚫어 높은 지붕으로 덮고 오래된 중세 성문 자리에 새로운 기념비적인 골든게이트를 세우도록 했다. 건축가들은 원래의 계획을 유지한 기초 위에 더 많은 빛이 들어오는 새로운 주거지를 짓고 성의 서쪽 부분은 르네상스 최고의 장식으로 풍성하게 확장했다. 큰 뜰 아래는 이탈리아 건축술로 ‘새로운 로마’로 만들고자 하는 국왕의 열망을 반영해 장식했다. 왕은 로소 피오렌티노와 프리마티치오와 같은 이탈리아 출신 예술가들에게 자신의 정통 메시지를 드러내도록 맡겼고, 이들은 당시 프랑스에서는 완전히 새롭고 획기적이었던 예술적 스타일로 이를 표현해 냈다.
10년간의 공사 끝에 왕의 프로젝트는 결실을 맺었고 퐁텐블로성은 그가 최애하는 ‘집’으로 재탄생했다. 왕은 이곳을 정말 좋아해서 퐁텐블로에 가고 싶을 때면 집에 간다고 말할 정도로 특별한 애정을 보였다.
퐁텐블로에 대한 국왕의 관심은 날이 갈수록 커졌고 건물 부지는 점점 더 야심차게 변해 갔다. 그리고 성의 외관을 영원히 바꿀 ‘프랑수아 1세 갤러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폭이 6m, 길이가 64m인 이 갤러리는 성채 1층에 방이 있는 왕의 아파트와 서쪽의 트리니티 수도원을 연결하는 통로가 됐다. 이는 또한 왕의 산책로이기도 했다. 이 갤러리는 르네상스의 가장 유명한 랜드마크 중 하나가 됐다. 이곳엔 2700권의 장서를 소장한 도서관이 마련됐다. 고대 그리스와 라틴 문학의 정수를 모아 왕실 인본주의에 자양분을 제공하기 위한 지식 창고로 쓰기 위해서였다. 이는 프랑스 국립 도서관의 전신이 됐다.
피오렌티노는 고대 역사와 신화의 텍스트뿐만 아니라 도롱뇽·암호와 같은 우화적인 언어를 사용해 프랑스에서 완전히 새로운 디자인으로 실내 장식을 완성했다. 그는 왕이 아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와 ‘바위산의 성모’ 그림을 갤러리 1층에 장식했다.
프랑수아 1세는 이 갤러리의 열쇠를 목에 걸고 다녔고 귀한 손님이 올 때만 방문을 허용했다. 그는 퐁텐블로성에서 유럽 궁정의 여러 대사들을 맞이해 그들에게 ‘새로운 로마’의 복도와 정원을 걷는 듯한 인상을 심어 주었다. ‘왕의 집’이 된 성의 중요성을 가장 분명하게 보여 준 것은 1539년 크리스마스에 카를 5세 왕을 이곳에서 맞았을 때다.
이 갤러리는 형태·장식·도상학 측면에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아이디어가 프랑스에서 꽃을 피우고 최초의 퐁텐블로 학교로 알려진 프랑스 스타일의 출발점이 됐다. 프랑수아 1세 갤러리는 르네상스 시대를 넘어 프랑스 성의 역사에서 아주 중요한 이정표가 됐고 이 시점부터 모든 웅장한 저택의 필수적이고 상징적인 특징으로 활용됐다. 이런 점에서 퐁텐블로의 갤러리는 베르사유성의 거울의 전당으로 가는 길의 전초기지였던 셈이다.
1981년부터 유네스코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퐁텐블로는 12세기부터 19세기까지 모든 군주가 거주했던 유일한 성이며, 프랑스 왕의 성 중 가장 많은 가구가 비치된 성으로 볼거리가 가득하다. 해마다 50만 명의 관광객이 이 볼거리를 찾아 퐁텐블로를 방문한다.
프랑스의 영원한 번영을 위해 줄기차게 달렸던 프랑수아 1세 왕. 그를 꺾을 자 그 누구도 없었지만 생로병사라는 인간의 숙명 앞에서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왕은 신부전과 패혈증으로 고생하다 1547년 52세의 나이로 랑부예성에서 눈을 감았다. 프랑스의 헤라클레스였지만 그도 인간인지라 마지막 가는 길에 “예수님! 예수님!”만을 여러 번 반복해서 불렀다고 전해진다.
생클루에서 장례식을 치른 후 그의 시신은 왕들의 묘지 생드니 대성당 지하로 갔다. 그의 첫 번째 아내 클로드 드 프랑스 곁에 그는 안장됐고 기념비가 세워졌다. 흰색과 검은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이 2층짜리 기념비는 필리베르 들로르메의 작품으로 로마의 셉티미우스 세베루스 개선문에서 영감을 얻어 제작된 것이다. 하지만 1793년 10월20일 프랑스 혁명 당시 과격파들이 그와 그의 가족의 시신을 공동 구덩이에 던졌다. 다행히 1819년 묘지는 복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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