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근의 미디어와 정치] KBS 2TV 재허가 심사와 개편 논의의 선행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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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근 필진페이지 + 입력 2023-08-01 06:31:20

KBS 수신료 분리 징수와 관련된 법 개정이 완료되면서 정권 출범 후 일 년 넘게 지지부진했던 방송 구조 개편 작업이 속도를 내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에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의혹 사건으로 해임된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후임으로 새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명되어 임명 절차에 돌입했다. 이런 분위기라면 KBS 이사회 개편과 사장 교체도 더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YTN 지분매각·MBC 구조 개편 등도 수면으로 떠오르게 될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의 방송정책 마일스톤은 아마도 하반기에 있을 재허가 심사를 통해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12월에 KBS 2TV와 KBS UHD 1·2, MBC UHD, SBS DTV와 UHD 같은 지상파방송들에 대한 재허가 심사가 예정되어 있다. 하지만 UHD TV와 DTV 재허가 심사는 채널 운영 실태나 영향력 등을 감안해 볼 때 다분히 형식적 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번 재허가 심사의 초점은 KBS 2TV에 맞춰지게 될 것이다.

2TV는 2017년과 2020년 재허가 심사에서 ‘점수 미달’로 조건부 재허가를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는 2TV 재허가 취소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2TV를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물론 두 차례 연속 조건부 재허가를 받았다는 점에서 그런 주장들이 전혀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방송사업자 심사에 어떤 형태로든 정치적 판단이 개입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지난 정권은 정치적 의도를 갖고 방송사업자 재허가·재승인 심사기준 중에서 방송의 공익성·공정성 관련 배점을 대폭 늘려 놓았다. ‘방송의 공적 책임’ ‘방송프로그램의 기획·편성 및 공익성 확보 계획’과 사실상 공익성 평가에 가까운 방송평가 배점이 전체 점수의 70%를 넘게 만든 것이다.

이렇게 추상적이고 다의적인 공익성·공정성 관련 점수 비율을 높여 주관적 평가가 개입될 여지를 크게 넓혔다. 이는 결국 심사위원 구성 같은 방법을 통해 얼마든지 심사에 영향을 줄 수 있게 만든 것이다. TV조선 재승인 점수 조작이 가능했던 것도 결국 주관적 평가가 가능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또 이런 불법 조작이 아니더라도 공익성·공정성 같은 심사 기준들은 방송사들의 행위를 위축시켜 ‘자기검열(self-censoring)’ 효과도 누릴 수 있었다.

2TV 허가 취소나 민영화 같은 주장들이 진정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이처럼 자의적 평가나 정치적 의도가 개입될 수 있는 현행 심사 기준부터 개선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공정과 상식을 표방하는 현 정부는 언론 환경을 정상화하는 절차 역시 누구나 수긍할 수 있게 공정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자칫 지난 정권이 정치적 의도를 갖고 만들었던 심사 기준을 그대로 적용하게 된다면 심사 절차가 아무리 공정하다 하더라도 정당성을 담보할 수 없을 것이다.

재허가 심사 제도 개선과 함께 허가 취소 이후를 위한 법적·제도적 보완 작업도 필요하다. 특히 지상파방송은 무선주파수를 사용하는 방송으로, 본질적으로 지역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만약 KBS 2TV가 허가 취소되어 영원히 사라진다면 모르지만 후속 신규 사업자를 선정하게 되면 전국을 권역으로 하는 대형 방송사업자가 탄생하게 되는 것이다. 매우 치밀한 검토 작업이 필요한 이유다.

여기에 정부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는 KBS의 한 채널을 내놓는다는 점에서 정치적 특혜 논란도 충분히 예상된다. 물론 공영방송에 대한 현행 재허가 제도 자체가 비합리적인 것도 사실이다. 그러므로 재허가라는 방법을 통한 방송 구조 개편은 자칫 극심한 정치적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당이 제기하고 있는 것처럼 공영방송 재허가제도를 폐지하고 ‘방송 협약’ 같은 계약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새로 지명된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가 밝힌 국제적으로 신뢰받을 수 있는 글로벌 공영방송 구축을 위해서도 재허가 심사를 통한 허가 취소보다 정책적으로 채널 성격을 변경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논란과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KBS 2TV는 언론통폐합의 유산으로 공영방송 이념에 걸맞지 않은 채널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이를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치밀한 법·제도적 개선 작업들이 선행되어야만 한다. 섣부른 허가 취소나 민영화를 주장하기 전에 이 채널을 향후 어떤 목적으로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우선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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